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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화(紙花)
불교적 세계관의 표상
2020년 03월 11일 (수) 17:23:55 최진아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겸임교수

불교 지화의 유래

종교에서의 꽃은 인간 생명의 창조와 불멸의 삶을 상징한다. 불교에서 꽃은 만물의 근원임과 동시에 불계 유토피아의 상징물로 여겨져 왔다. 또한 석가모니의 탄생지가 화산(花山)이라는 점은, 꽃이 신의 탄생을 암시하는 코드로 작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연꽃의 만개로 상징되는 불계의 연화화생(蓮華化生)은 곧 극락 탄생의 통로로 여겨져 왔다.

우리 문화에서 가장 오래된 불교 꽃장식은 고구려 고분벽화 집안장천 1호분(5세기 조성)에 묘사된 연꽃 그림이라 할 수 있다. 불교가 지속되는 문화에서 ‘꽃’은 삼국시대의 고분벽화에서부터 불교의 의물(儀物), 그리고 불교미술 작품에 이르기까지 무수하게 다루어져 왔다. 꽃은 불교적인 세계관을 가장 잘 구현한 상징물이라 할 수 있으며, 이는 재의식(齋儀式)에서 더 구체화된다.

불교에서 의례용 꽃은 생화(生花)보다는 가화(假花)를 주로 사용한다. 가화는 흔히 조화(造花)를 말하며, 그 재료에 따라 크게 지화(紙花), 채화(綵花), 금은화(金銀花), 밀화(蜜花)로 구분 할 수 있다. 지화는 종이꽃을, 채화는 비단 꽃, 금은화는 금과 은으로 만든 꽃을, 밀화는 밀랍으로 만든 꽃을 말한다. 또한 장식되는 방식에 따라 상화(床花), 준화(樽花), 잠화(簪花), 화만(華鬘)이 있다. 상화는 음식 위에 꽂는 것을, 준화는 화병에 꽂는 것을, 잠화는 머리에 꽂는 꽃을 말하며 화만은 꽃을 꿰어 연결한 것으로 꽃다발 형태로 불전을 장엄하거나 몸에 걸치는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가화가 처음 만들어진 시기는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생화를 대신하기 위한 용도로 만들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재료는 금과 은, 비단, 종이 등이 사용되었다. 가화 중 지화는 지전(紙錢)과 유사한 시기에 제의(祭儀)에 의물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화와 함께 불단에 장식되는 지전은 그 기원을 당나라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지화를 비롯한 가화는 이후 고려와 조선시대에도 국가와 왕가의 의례 및 상류층의 일생의례 등에 사용하였다. 고려와 조선시대의 고문헌에, 우란분회와 수륙재 등에 지화를 불전에 봉헌한 내용 등에서 이를 알 수 있다. 이처럼 고려와 조선시대에는 비단이나 금은으로 가화를 만드는 것보다 비용부담이 적은 지화를 사용할 것을 권장했다.

지화 제작자의 변천사 및 꽃 만들기 과정에 부여된 의미

조선시대에는 국가에 소속되어 가화를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장인(匠人)이 존재하였다. 《경국대전》에는 봉상시(奉常寺)에 화공(花工) 6명을 두었다는 기록이 있다. 봉상시는 국가 제사 등의 업무를 주관했던 관서로서, 그곳에 근무하던 화공은 국가 및 왕실의례에 필요한 조화를 만들었다. 당시 지화 제작자는 화장(花匠)·지화장(紙花匠)·조화장(造花匠)·지공(紙工)·환쟁이 등으로 불렸으며, 이들은 민간의 일생의례와 불교를 비롯한 종교의례에 쓰이는 지화를 제작하였다. 조선시대부터 지화 전문 제작자들은 다양한 양상의 지화를 제작하였으며 그 전통은 오늘날까지 지속하고 있다.

지화는 재료선택부터, 염색, 만드는 과정, 꽃꽂이, 설단 헌화까지 일련의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지화는 종이의 선택 또한 중요하여 한지 중에서도 순지가 선호되며 그 외에 화지·화선지·방지·양지 등을 용도에 맞게 구분해서 사용한다.

오늘날에는 지화에 천연염색을 직접 손수 하거나, 염색된 종이를 구입해 사용하거나 화공약품으로 물을 들여 사용하기도 한다. 지화제작은 ‘꽃 만들기’라 부르는데, 주름을 펴는 발 다듬이질, 꽃·잎·꽃받침을 만드는 모양내기, 봉우리를 만드는 작봉(作峯)까지가 그 안에 포함된다. 이다음 과정이 꽃꽂이에 해당하는 난등치기이다. 난등치기 후 완성된 꽃은 설단에 헌화 된다. 이후 완성된 꽃을 해체하는 과정이 추가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과정을 ‘꽃 부순다’라고 한다.

지화는 종이꽃이지만, 종이라는 재료적 성질보다는 그 자체가 ‘꽃’이라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여 만들어진다. 불교에서 꽃 만들기는 온 마음을 다하면 시들지 않는 지화가 되고, 정성이 부족하면 지화라도 시든 꽃이 된다고 여긴다. 이는 정성이 깃들면 그것이 곧 부처의 마음이라는 신앙관에 기반을 둔 것이라 할 수 있다.

   
▲ 모란과 작약을 든 착복무의 작법 모습(달전사 수륙재)

불교적 세계관의 가시적 구현

한국의 지화는 총 217가지로, 이 중 한국의 종교의례에는 총 181가지가 사용된다. 불교지화는 생화를 본 따 제작하였으며, 전통적으로 모란·작약·연화가 기본구성이었다. 20세기에 들어 국화가 추가되어, 현재는 이 네 가지 꽃이 기본 구성을 이룬다. 이 외에 불두화·수국·달리아·동백 등이 나타난다.

불교의례에서 지화는 주로 수륙재, 영산재, 생전예수재 등과 같은 불교의 죽음의례에 장엄된다. 장엄은 불·보살의 행(行)을 상징하는 공(功)의 형상을 말한다. 불교에서 믿음은 장엄에서 일어난다고 하여, 성소(聖所)라 일컬어지는 도량에 화려하게 장식된다. 이를 통해 불·보살의 환희로운 세계를 드러내고 찬탄하며 도량을 옹호하고 정화하는 의도를 지닌다. 지화를 불단에 장식할 때는 ‘봉안한다’ 혹은 ‘모신다’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지화 장엄은 준화와 상화, 그리고 육법공양물 중의 하나로 헌화 된다. 또한 착복무가 모란과 작약을 들고 작법을 할 때는 지물로 사용되기도 한다.

   
▲ 착복무의 모란과 작약(진관사 수륙재)

조선시대 감로탱화에 나타나는 지화 장엄은 모란과 연꽃, 작약이 주를 이루었다. 조선시대 감로탱화에 모란이 가장 많이 나타나며, 상단이나 시왕단 좌우에 준화나 상화로 헌화 된다. 모란은 화왕이 모란꽃을 부처님께 헌공함으로써 이승에서의 복덕과 부귀영화를 염원하였다는 유래가 전해지며 풍요·소망·부귀영화 및 충만한 생명력의 꽃으로 여겨, 동아시아 혼례식과 장례식의 배경 그림으로 애용돼 왔다. 모란은 조선시대에도 혼례식이나 장례에 가장 많이 사용된 꽃 그림이었다. 연꽃은 불교의 가장 대표적인 꽃으로 법화(法華)라고도 불린다. 연화화생을 상징하는 꽃이기도 하다. 작약 또한 모란과 함께 준화의 하나로 구성되어왔다. 하지만 국화를 비롯해 불두화·수국·달리아 등은 조선시대 감로탱화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이 꽃들은 해방 전후 지화 장엄으로 유입되었다는 설이 있다.

지화를 장엄하는 형식에는 팽이난등, 부채난등이 있다. 팽이난등은 꽃을 화병에 단순히 꽂아 멀리서 보았을 때 팽이 형태처럼 보이고, 부채난등은 아래에서 위로 꽃송이가 점차 늘어나는 부채처럼 보여 붙여진 이름이다.

   
▲ 부채난등이 설단 좌우에 장엄된 모습(봉원사 영산재)

부채난등의 단은 평균 7~9단으로 꽃을 한 송이부터 하나씩 늘려가는 방식으로 쌓으며, 의례의 규모에 따라 작게는 5단에서 크게는 12단까지 쌓는다.

조선시대 19세기까지의 감로탱화는 팽이난등 형식이 주를 이루었다면, 이후 20세기 초반 청련사의 감로탱화(1916)를 기점으로 부채난등이 등장하여 오늘날까지 영산재와 수륙재 등에 나타나고 있다.

감로탱화의 지화는 준화와 상화 형식으로 진설되었다. 준화는 불전의 양쪽 좌우에 진설하며, 혹은 단 옆에 준화상(樽花床)을 놓고 그 위에 장엄하거나 혹은 불전과 준화상에 준화를 모두 놓는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였다. 현재 설행되는 사례를 국가무형문화재 제126호인 진관사수륙재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부채난등은 상단 앞 좌우에 장엄한다. 팽이난등에 해당하는 준화는 상단·중단·하단·오로단·사자단·용왕단에 장엄한다. 하단에는 연화와 연화 잎을 장식하는데, 이는 연화세계를 표상한다.

불교에서 꽃은 단순한 상징물이 아니다. 꽃은 진리의 상징으로, 석가모니의 상서로운 조짐으로, 부처의 탄생을 예고하는 은유로 등장한다. 석가모니의 탄생지가 화산으로 칭해지고 석가모니가 영취산에서 설법하기 전 4가지 꽃비가 내리는 상서로운 현상[雨花瑞]이 나타난 것이 한 예이다. 이 때문에 고려나 조선의 문인들은 석가모니의 설법을 찬미할 때 화우(花雨)·산화우(散花雨)·산화락(散花落)·산화여우(散花如雨)·천우사화(天雨四花)와 같은 문학적 키워드로 표현하였다.

   

▲ <통도사 괘불>

출처: 문화재청

꽃은 불교 진리의 깨달음에 매개물이 되기도 한다. 경남 양산 통도사에서 소장하고 있는 통도사 괘불(1792년, 보물 제1351호)에는 석가모니가 꽃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다. 이 그림은 석가모니와 마하가섭의 ‘염화시중(拈花示衆)’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여 그려진 것이다. 영취산에서 대범천왕(大梵天王)이 석가모니에게 설법을 청하며 연꽃을 바치자 석가가 연꽃을 들어 대중들에게 보였을 때 그의 제자 가섭만이 참뜻을 깨닫고 미소 짓자, 석가는 가섭에게 불교의 진리를 전해 주었[法付迦葉, 以心傳心]는 이야기이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이심전심이라는 고사성어 또한 여기에서 유래한 것이다.

불교에서 꽃은 의식에서 반드시 공양해야 하는 육법공양의 하나이다. 육법공양물에는 향·등·화·과·다·미가 있으며, 각각은 해탈향(解脫香)·반야등(般若燈)·만행화(萬行華)·보리과(菩提果)·감로차(甘露茶)·선열미(禪悅米)의 의미를 지닌다. 이 중 만행화는 자비를 기반으로 한 만 가지 행위를 의미한다.

이와 같이 불교에서 꽃은 불교적 세계관을 표상하는 불멸의 삶의 염원이 담겨져, 오랜 시간동안 전승되어 오고 있다. 불교에서 믿음은 장엄에서 일어난다고 여겨, 불·보살의 환희로운 세계를 찬탄하며 도량을 옹호하기 위해 설단에 지화를 장엄한다. 또한 의식에 장엄되기 전 단계인, 꽃 만드는 과정도 수행의 일부로 여기고, 정성이 깃들 면 그것이 곧 부처의 마음이라 신앙된다. 불교에서 꽃은 법화(法華)로 인식됨과 동시에 석가모니의 발현과 설법의 공덕을 찬미하는 서조(瑞兆)의 상징, 깨달음과 자비, 그리고 또 다른 탄생을 상징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화가 장엄된 도량은 꽃으로 가득한 연화장 세계를 만들고자 하는 불심(佛心)의 표현이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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