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올까 모레면 올까 목 빼고 기다리던 봄이 왔다. 봄이 오면 만물은 생동하는 생명력으로 가득 찬다. 남에서 불어오는 봄바람에 나도 몰래 설렌다. 싱그러운 향내가 가득한 나물이 밥상에 오르고, 동네 어귀는 봄꽃들로 알록달록해진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옷도 꽃이 피어나듯 화사해지는 봄봄봄.

가는 세월 잡지 못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따로 부르지 않아도 오는 봄도 참 아름답다. 이런 즐거운 봄에 찾아오는 병이 있으니, 춘곤증이다. 이것은 병이라 부르기도 그렇고 아니라고 하기도 그런 몸의 상태다.

춘곤증은 제대 말년의 병장처럼 아무것도 하기 싫고 늘어지는 증상으로 생리적 현상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봄의 특성이 느슨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치 봄의 논바닥을 밟는 느낌과 비슷하다. 겨우내 금이 가듯 딱딱해진 논바닥에 눈이 쌓이고 서리가 내리기를 반복하다가 봄이 되면 그것들이 녹아 말랑말랑한 젤리같이 부드러워진다.

마찬가지로 봄에는 몸도 노곤해지는데 이를 춘곤증이라고 보면 된다. 겨울에 밖에 있다가 따뜻한 온돌방 아랫목에 앉으면 몸이 편안해지면서 풀어지는 느낌과 같은 것이다.

그런데 이런 춘곤증이 심해지면 몸은 무겁고, 머리도 맑지 않고 눈도 침침해 지면서, 잠을 못 자는 증상으로 이어진다.

사람마다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봄을 겪는 정도도 다른데, 춘곤증이 심한 경우는 오장(五臟)으로 이야기해 보면 간이 안 좋은 것이다. 식물에 비유하자면 꽃눈과 잎눈을 틔우고 잎과 가지가 앞 다퉈 피어오르기 때문에 몸에 에너지도 많이 필요하고 활동도 활발해지는데, 그것을 못 버티는 것과 같은 원리다. 따라서 간을 잘 도와주어야 봄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고, 어린이들은 많이 성장할 수 있다.

봄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주부로서는 봄에 맞는 음식이 무얼까 궁금할 것이다.

봄에는 영양소가 풍부하고 향이 있는 것이 좋다. 영양소가 풍부하다는 것은 뿌리나 열매가 좋다는 것이고, 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몸의 뭉친 부분을 자연스럽게 풀어내고 입맛을 돋게 하는 것이다.

뿌리는 더덕과 냉이가 좋고 과일은 딸기, 해산물은 멍게와 조개류, 잎은 두릅과 쑥, 달래가 아주 좋은 음식이다. 따지고 보면 그 철에 잘 나는 음식물들이 몸에 좋다.

음식은 체질에 따라 다르지 않은지 반문하는 분이 있겠지만, 체질에 따른 음식도 의미가 있고 계절에 따른 음식도 의미도 있다. 체질에 문제가 많은 사람은 일종의 식이요법(편식)을 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제철 식품을 골고루 섭취 하는 게 더 중요하다.

은은한 봄 내음이 나는 음식을 차려놓고 사랑하는 가족과 마주 앉아서 오손도손 즐겁게 밥을 먹는 것, 이보다 더 좋은 보약이 어디 있을까? 그리고 밥 먹을 때 중요한 것이 대화다. 대화로 가족과 소통하는 것이 어쩌면 음식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소통, 요즘 정치에서 자주 등장하는 말이기도 하다. 봄은 소통이다. 서로 말하지 않고 숨기고 있는 감정이나 속내를 이야기하는 것, 그것이 봄이다.

화이트데이와 발렌타인데이가 왜 봄에 있을까? 봄은 고백하는 것이고 소통 하는 것이다. 겨우내 꽁했던 마음을 서로 터놓고 나누어야 하는 것도 봄이다.

소중한 생명들이 앞 다퉈 피어나는 생명의 계절이다. 살아 있는 것을 함부로 하지 않아야 한다는 계율이 몸소 느껴지는 봄이다. 이 한 잎의 싹을 틔우기 위해 그 추운 겨울을 이겨낸 생명을 어떻게 소홀히 할 수 있는가? 나아가 어린이나 아랫사람의 말까지 소중하고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지켜주는 마음이 봄이 주는 교훈이고, 생명에 대한 존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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