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조차 생소한 ‘코로나19’가 우리나라를 공포와 혼란으로 몰아넣었다. 붐비던 거리와 상점은 한산해졌고, 반갑게 손잡던 사람들은 눈인사로 안부를 대신한다. 새로운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이 바꾸어 놓은 일상의 풍경이다.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편견, 혐오의 그림자를 다시 드러냈다. 집단감염이 확산되면서 특정 국가와 지역을 비난하거나 폄훼하는 일이 생겨났다. 아픔을 함께하기보다 편견, 혐오에 휩싸여 차별심을 드러낸 탓이다.

차별과 편견, 혐오는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하며, 평등하다.’는 세계인권선언의 기본 정신을 부정하는 일이다. 그것은 “모든 중생은 다 같이 존귀한 존재”라고 설파하신 부처님의 가르침과도 어긋난다.

부처님은 석가족 왕자들이 먼저 출가한 최하층 계급 출신의 우바리 존자에게 절하길 머뭇거리자 “교만을 버리라.”며 다음과 같이 경책하셨다.

“여러 강물이 바다로 들어가면 본래 이름은 없어지고 바다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불리듯이, 여러 계급의 사람도 법과 율에 따라 발심하고 출가해 불법에 이르면 오직 사문(沙門)으로 불릴 뿐이다.”

사람이 고귀하거나 천한 것은 그의 행위로 따질 일이지, 혈통이나 신분으로 결정하거나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이다. 비단 혈통과 신분만이 아니다. 국가, 학력, 재산, 성별, 직업, 나이, 피부색 등 어떤 이유로도 사람을 차별하거나 혐오해서는 안 된다. 차별과 편견, 혐오는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갈등을 증폭시키고, 상대보다 나에게 더 많은 상처를 입힌다.

“나는 남들에 대해 좋은 생각을 가질 것이다. … 할 수 있는 만큼 힘껏 남을 돕겠다.”(달라이 라마 ‘발원문’)는 마음가짐으로 “온갖 중생을 부모와 같이 대하는 것”(《우바새계경》), 그것이 차별과 편견, 혐오에 맞서 사람을 대하는 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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