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주사|1만 5000원

연기하기 때문에 무상(無常)하여 변화할 수밖에 없는 생명 세계를, 불변하는 본질[自性]의 존재를 바탕으로 연구하는 생명과학은 19세기 찰스 다윈의 진화론과 20세기 분자생물학의 눈부신 성과에도 불구하고 많은 난관에 직면해왔다.

이 책은 존재하는 세계를 꿰뚫는 연기법과 그것의 대승불교적 해석인 공(空)의 관점으로 서구적 본질주의와 실재론이 직면한 난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보고, 생명과학과 불교의 새로운 만남을 시도하고 있다. 책의 공저자 중 윤선경은 분자생물학 전공으로 현재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학 철학과 교수이며, 같은 과 교수인 공저자 홍창성은 철학 및 불교철학 분야의 전공자다.

이 책은 월간 〈불교문화〉에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발표한 24편의 에세이를 토대로 수정을 거듭했다.

책에서는 생명계에 일어나는 현상을 불교에서의 연기와 공(空)의 관점으로 연구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한다. 연기와 공의 관점으로 생명현상을 이해하고 설명하고 예측해야 제대로 된 생명과학 연구가 가능하고, 따라서 생명현상에 대한 올바른 설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책은 크게 여섯 주제로 나누어져 있다.

‘불교로 이해하는 생명과학’에서는 연기, 무상, 공, 깨달음, 자비의 가르침이 생명현상을 이해하는 데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가를 설명한다.

‘생명과학과 깨달음’에서는 생명과학의 혁명적 발전을 위해서는 기존의 서구적인 본질주의적 실재론의 관점에서 벗어나 연기와 공의 관점을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연구방법론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개체’에서는 생로병사라는 현상을 생명과학적으로 고찰하다 보면 결국 연기와 공의 관점에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을 구체적인 예를 통해 논의한다.

‘종(種)’에서는 다윈의 진화론에서 시작해 지금까지 생명과학자들이 펼친 종 본질주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연기와 공의 관점에서 관찰하고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전자’에서는 유전자 개념이 가진 장단점을 논의하면서 DNA 분자가 생명현상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보기 때문에 수많은 문제에 직면한다며, 연기와 공의 관점에서 수정 보완되는 새로운 이론으로 교체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진화’는 진화론과 관련해 다윈이 해결하지 않고 과제로 남겨 놓은 두 가지의 문제, 즉 반(反)본질주의와 자연선택에 관해 논의하면서 불교의 진화에 대해서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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