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문답을 이용해 주제를 답은 세 번째 기획전.

2018년 1월 1일 야심차게 불교미술 전문갤러리 공유스페이스 ‘선(禪) 더하기’를 열었다.

6년 동안 BAF(Buddha Art Festival)를 개최하며 200명이 넘는 불교미술작가들과 호흡했고, 불모지나 다름없던 불교 미술시장에 컬렉터(미술품 구매자)를 만들었고, 5만이 넘는 관람자가 다녀가는 행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자신감이 철철 넘쳤다.

아주 친한 형의 딸이 미국유학 중 작업한 작품을 발표하고 싶다고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개관 전시를 했다. 평소 하고 싶었던 전시를 하나, 둘 준비하다가 공간의 정체성을 알리고자 ‘착한 그림’전을 열었다.

흔히 사회적 기업에서 ‘착한 00’라는 말을 잘 쓰곤 한다. ‘착한 신발’이라고 해서 신발을 하나 사면 아프리카로 신발을 하나 보낸다든지, ‘착한 커피’라고 해서 노동력을 착취하지 않는 커피를 생산하기도 한다. 이런 개념을 미술에 도입해서 ‘착한 그림은 뭘까?’라는 화두를 던져 보았다.

먼저 갤러리의 유통 마진을 줄여보았다. 보통 상업갤러리는 작가들과 5:5, 6:4 이런 식으로 배분을 하는데, 우리는 7:3으로 분배를 하기로 했다. 대신 작가들에게 작품 가격을 조금 낮춰 달라고 했고 이를 작품 구매자가 싼 가격 즉, 착한 가격에 그림을 살 수 있도록 했다. 거기에 행운을 더해 작가 창고를 털어 먼지가 수북이 쌓인 작품을 더욱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터무니없을 정도로 낮은 가격에 작품을 내놓았고 작품 판매도 되었지만 예술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작품이 빛을 보고 콜렉터가 매우 싼 가격에 작품을 구매하는 획기적인 방법이었지만 뒤끝이 깔끔하지는 않다. 그렇게 첫 번째, ‘착한 그림’전시로 미술작품 가격에 대한 실험을 끝냈다. 다시 한 번 창고를 열어주신 이김천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두 번째 실험은 평소 존경하던 지운 스님을 모시고 ‘선(禪) 미술’을 선보이는 자리를 마련했다.

아름다운 세상의 이야기를 담는 것을 미술이라고 한다면 그런 세상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마음을 밝히는 것이 선(禪)이고 이러한 마음의 그림을 ‘선(禪) 미술’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스님께서는 승보종찰 송광사, 동화사 강주를 역임하시고 자비선원에서 대중들에게 참선을 지도하신다. 몇 해 전부터는 그림을 그리셨는데 그림이 맑고 깨끗하며 심오하여 가끔 스님을 모시고 ‘못 그린 그림전’을 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세상을 이롭게 하는 사람들이 모인 아트 플랫폼이자 협동조합 ‘주인공’의 지도 법사 소임을 수락하는 자리를 전시회로 열고 설법과 명상지도를 해주시기로 했다. 특히 미술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 불교미술작가들에게 가르침을 구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스님의 신간과 설법, 명상 그리고 그림들이 펼쳐지는 특별한 자리였다. 그림으로는 ‘심우도’ 10점과 선화(禪畵) 10여 점이 전시되었다.

세 번째 기획전 전시 제목은 ‘0+0+0=?’이다. 선문답에서 볼 수 있는 숫자놀이를 협동조합 주인공의 이름 마지막에 있는 ‘공’으로 유희를 즐겼다. 우리 주인공의 정식 명칭은 ‘주인공공공(主人公共空)’ 이다. 공이라는 글자에 세 가지 의미를 부여해서 첫 번째 공(公)은 ‘공변될 공’으로 드러내 놓는 것, 공적인 것, 국가나 사회의 일이라는 의미다. 두 번째 공(共)은 ‘함께할 공’으로 말 그대로 함께 한다는 의미다. 세 번째 공(空)인 ‘빌 공’은 제일 심오하게 비다, 다하다, 없다, 모자라다는 의미로 반야심경의 가장 중요한 바로 그 공이다. 이러한 세 가지 공이 더해지면 어떻게 될까하는 전시였다. 그동안 인연 맺었던 작가들에게 작품 개요를 설명하고 작품을 받았다. 그리고 달력에 원하는 전시일정을 표시해 달라고 생떼를 썼다. 12명의 작가들이 기꺼이 자신의 작품을 들고 한 달씩 빈 일정을 채워 주었다.

▲ 자비선원 선원장 지운 스님의 ‘못 그린 그림전’.

본격적으로 불교미술작가들의 개인전을 열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우리나라에는 불교미술 전문갤러리가 없다. 혹자는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에 있다고 우길 수도 있으나 그렇다면 더 부끄럽다. 갤러리라면 화가들이나 미술발전을 위해서 일을 해야 하는데 총무원 소속인 이곳은 대관료를 받아 수익을 내기 위해 재무부에서 관리한다. 하루라도 빨리 소관을 문화부로 옮겨서 현대의 불교미술 발전을 위해서 쓰이는 장소가 되기를 바란다.

나는 대관료 없이 마음껏 전시하는 그런 곳이 있기를 바랐다. 그래서 공유스페이스 선더하기를 모두가 주인인 불교미술 전문갤러리로 운영했다.

신진환 선생님이 수행하듯이 매일 아침 그려 페이스북에 게시한 ‘매일 부처님’을 첫 전시작품으로 매달 한 명씩 순서를 정해 불교 미술작가들의 전시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박봄 작가의 찻잔 그림을 담았는데 SNS 인기작가답게 71점의 소품 전시 중 36점을 파는 신기록에 가까운 결실을 맺었다. 실제로 2주간의 전시기간 동안 36점을 팔았다는 사실은 미술계에서 드문 일이다. 아마 음악처럼 주간 차트가 있었다면 당당히 1위를 기록 했을 법한 일이다. 김동희 선생님의 도예작품과 ‘야생화’로 봄의 향기도 담고, 까시 작가의 ‘도시의 수행자’는 바쁜 현대인에게 쉼을 선사했고, 코코 아현의 ‘법구경 마음 한약방’도 기억에 남고, 달분의 ‘실 그림’ 전시와 발굴작가 이영섭, 민화 도자작가 양수연 그리고 황두현 작가의 첫 번째 개인전을 열게 된 것도 큰 기쁨이었다.

불교미술 전공자들이 전업 작가로 생존할 확률이 5% 미만이다. 이러한 불교미술 생태계는 질적 양적으로 불교미술 발전을 저해한다. 다양한 공모전과 청년들의 전시가 꼭 필요하다. 그래서 청년작가 전시 지원, 공모 등으로 함께 전시를 했다.

앞에서 언급한 황두현 작가는 불교미술을 전공하고 불교미술기법연구를 통해 주변의 보잘 것 없는 평범하고 다양한 사물에 단청하여 사물들에 생명과 존엄을 부여하는 독특한 미술세계를 보여준다. 작품성도 매우 좋아서 현대미술계에 내놓아도 각광 받는 작품이다. 하지만 불교미술계에서는 선보일 장도 별로 없고, 알아주는 사람도 없어 전문작가로 활동하기가 쉽지 않다. 이 밖에도 정아사란, 유진영, 로즈녁(장민혁) 작가와 동양화, 미디어 설치로 댓글 조작과 지옥의 깊이를 표현하는 실험적인 전시를 진행하였다.

서울국제불교박람회가 열리면 불교미술 오픈 시장인 붓다아트페스티벌도 함께 열린다. 이를 줄여서 바프(BAF)라고 부른다. 그동안 불교미술계는 알음알이로 팔고 사는 음성적 시장이 주류를 이루었다. 이로 인해 신진작가를 비롯하여 일반 작가들이 자신의 미술세계를 선보일 장이 없었다. 하지만 아트페어 형식을 차용한 BAF의 개설로 작가, 작품, 컬렉터의 조화가 어우러지는 오픈마켓의 풍토가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는 또한 국제적인 불교미술의 진출도 도모하게 되었고, 중국불교박람회에 우리나라의 작가들이 참여하게 되고, 홍콩아트페어에도 출품하는 등의 성과를 보였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일반 미술계는 이러한 해외 진출의 문이 활짝 열려있고 지원도 많아 미술작가들이 해외 진출을 쉽게 할 수 있는 반면에 불교 미술작가들에게는 개인의 부담으로 참여해야 하는 어려운 실정에 놓여있다. 심지어 인간문화재 선생님들도 해외 무대에 선 보이는 것이 쉽지 않다.

그 밖에도 용성문화제를 개최하며 용성 스님의 불교의 대중화, 지성화의 교화지침을 이어받고 올해의 불교미술작가와 청년작가를 시상하고 있다.

사실 앞에서 가장 많은 작품을 팔았다고 했던 박봄 작가는 휠체어 장애인으로, 대전에 살면서 작품을 페이스북에 올려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서울에 올라오기는 매우 힘든데 전시를 위해 특별히 가족들과 올라와 반가운 얼굴들을 만났다. 하지만 나중에 듣기로, 집에 돌아가는 길에 넘어지셔서 몸 상태가 더 안 좋아지셨다. 그래도 이러한 인연으로 서울에서 또 〈달항아리〉 전과 에코백 전시도 진행하게 되었다.

이 밖에도 강남장애인복지관의 발달장애 친구들과의 전시도 재밌었고, ‘도시난민 희성씨의 표류기’ 전시도 특별했다. 예술장돌뱅이와 함께 한 전시에서는 오프닝에 같이 라면도 끓여먹고, 갤러리 역사상 최초로 ‘냄새가 전시에 미치는 영향 연구’라는 작품을 통해 삼겹살을 구워 먹었더랬다.

그런데 하늘이 도와주지 않았다.

야심차게 2년을 계약하고 진행하던 이 모든 프로젝트는, 한여름에 태풍으로 갤러리에 물이 찼고, 수리를 했지만 한 번 더 물이 차는 바람에 결국 계약을 종료했다. 하지만 속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능력 부족의 두려움을 절실히 실감하게 되었기 때문에 채 1년도 안되어 문을 닫게 되었다.

참 후련하다. 참 행복하다. 하고 싶었던 일들을 마음껏 했기에 티끌 같은 미련도 없다.

비록 불교미술 전문갤러리는 망했지만, 그 인연으로 작가들과는 더욱 끈끈해졌고 결속력이 강화되었다. 그 힘으로 아직 BAF와 용성문화제 같은 행사들은 잘 진행하고 있다.

현대에 미술은 공(公)적 영역이다. 우리 불교가 불교미술을 지원하지 않으면 결국 도태되고 사라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협동조합 ‘주인공’은 △신진작가의 발굴과 전시, 작품판매 기회 제공 △불교미술작가들이 마음 놓고 전시·판매 할 무료 전시 공간 구축 △신진·기성 불교미술작가들의 해외 진출 적극 조력 △불교오픈 마켓과 행사, 국내전시 등 꾸준히 기획 및 실행 등 불교미술 앞에 놓인 현안에 더 노력할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한불교 조계종 문화부, 문화사업단 및 공신력 있는 문화재단과 단체에서 관심 갖기를 바란다. 물론 천태종과 태고종, 원불교, 진각종의 참여도 적극 환영한다.

김영수 | 아트플랫폼 주인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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