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안광명진언을 하며 불상의 고깔을 벗기는 모습. 점필의 전 단계.

불교의례의 핵심은 신앙의 대상인 불법승 삼보에게 예경과 찬탄, 그리고 공양의식을 거행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때 법당에 모신 부처님은 조각품이나 그림이 아닌 32호상과 80종호를 갖춘 완전한 부처로 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며, 이와 같이 예경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점안의식이다. 다시 말해 점안의식은 불상이나 불화 등에 일련의 의식과정을 통해 생명력을 불어 넣어 성상(聖像)으로 거듭나 불보(佛寶)가 되어 신앙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점안의식은 매우 중요한 의식이며, 의식을 봉행함에 있어 여법하게 거행하여야 함은 당연하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불상 그 자체가 불보로서의 격을 갖출 수 없음은 물론, 단순한 조각품이나 그림에 지나지 않을 것이며 법당에서 행하는 모든 의식은 공염불이 된다.

불상 점안의식의 작법 절차

원만한 점안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먼저 복장의식과 삼화상청, 신중작법이 선행되어야 하며, 이후 본의식인 점안의식 순으로 거행한다. 각 의식의 의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복장의식은 새로 조성된 불상 내부에 사리를 봉안하거나 또는 사리를 대신할 수 있는 여러 물품을 적법한 절차에 따라 봉안하는 의식이다. 복장의식의 시초는 불상의 두부(頭部)에 진신사리를 넣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 차츰 경구와 다라니 등을 봉안하는 법신사리로 홛대되었다. 이후, 법신사리사상은 그 범위를 넓혀 여러 물목으로 확대되었고 현행의식에서도 거행되고 있다.

다만 복장에 납입되는 물목은 단순한 물품이 아닌 삼밀가지(밀교에서 붓다의 삼밀(신·구·의 삼업)과 중생의 삼업이 서로 통하여 일체가 되는 경지-편집자 주)로 인하여 부처의 종자[佛種子]로 화(化)한 것이다. 이와 같이 불종자를 심는 것이 복장의식이라 할 수 있다.

둘째, 삼화상청은 세 분 화상을 청해 모시는 의식이다. 삼화상은 아사리, 혹은 유나(維那)의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불사의 증명’을 목적으로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불사의 내용은 불사를 담당한 자의 청정심, 점안도량의 정비, 무엇보다도 의식을 거행하는 증명법사와 법주, 바라지 등의 의식 진행의 증명을 말한다.

셋째, 신중작법은 팔부금강과 4보살을 비롯한 신중들을 청해 모셔 점안도량의 결계와 옹호를 목적으로 거행된다.

넷째, 본 의식인 점안의식을 거행한다. 점안의식은 새로 모시고자 하는 부처님께서 강림하여 불상에 안좌하실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점안의식은 엄정(嚴淨), 결계(結界), 건단(建壇), 소청(召請), 점필(點筆), 관불(灌佛), 장엄(莊嚴), 공양(供養) 등 여덟 항목으로 구성되었다.

▲ 점안의식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점필.

첫 번째, 엄정의식은 재 도량을 건립하여 결계하고, 동참대중은 신구의 삼업을 참회하는 의식이다. 결계의 성격이 강하기는 하나 삼보에 대한 찬탄과 함께 귀의와 신심을 표방하는 내용이 포함되고 있다.점안의식의 여덟 가지 항목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두 번째, 결계의식은 시방의 삼보님과 천지일체 허공계의 현성께 점안할 도량을 세우고자 함을 밝히고, 본격적인 점안에 앞서 결계를 목적으로 거행한다. 앞서 거행하였던 엄정의식은 일반 불공의식에서도 흔히 거행되는 의식임에 반해 본 결계의식은 실질적인 점안을 위한 의식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세 번째, 건단의식은 정단(淨壇)을 건립하고자 재차 법계를 청정케 하기 위해 작단의식(作壇儀式)과 수법단을 결계하는 단상결계(壇上結界)가 진행된다. 또한 다시 한 번 삼업을 정화하여 청정히 한 다음 보리심을 내어 부처님을 모시기 위한 실질적인 의식을 거행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는 호신작법(護身作法) 등으로 진행된다.

네 번째, 소청의식은 태장만다라 삼부와 금강계만다라 오부의 불보살님을 청하여 증명으로 모시고, 새로 조성된 상의 주인공이 되실 부처님의 강생을 목적으로 청하여 예경을 올리는 의식이다. 더불어 점안이 여법히 거행될 수 있도록 옹호와 결계의 목적으로 옹호청(擁護請)도 거행한다.

다섯 번째, 점필의식은 점안의식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거행되었던 의식들은 점안의 1차적 의식으로 새로 조성된 불상에 부처의 종자를 불어넣어 부처님의 몸을 만들었다고 한다면, 점필은 2차적 의식으로 부처의 눈을 뜨게 해 드리는 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완벽한 부처로 탄생하는 것을 말한다.

여섯 번째, 관불의식은 새로 탄생하신 부처님께 관불의 의의를 밝히고 향수(香水)를 이용하여 부처님을 목욕시켜 드리는 의식이다. 더불어 점안불사에 참석한 대중들에게도 향수를 뿌려주는데[施水], 이것은 관정과 각기 본래 자성불을 일깨워 주는 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일곱 번째, 장엄의식은 새로 탄생하신 부처님을 더욱 존귀할 수 있도록 부처님을 세부적으로 세밀하게 장엄해 드리는 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여덟 번째, 공양의식은 새로 모시는 부처님께 예를 갖추어 자리를 내어 드리고 차를 올리는 의식이다.

점안의식의 여덟 항목 중 엄정 · 결계 · 건단 · 소청 · 점필 의식은 실질적으로 점안이 완성되게 하는 단계이며, 점필 이후의 세 가지 의식인 관불· 장엄 · 공양 의식은 새로 모신 부처님의 장엄과 예경의 성격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의식으로 부처님이 탄생하게 된다.

▲ 점필 후 새로 태어난 부처님께 향수를 이용해 목욕시켜 드리는 관불의식.

동참대중의 자성회복과 보살도

점안의식은 불보살만을 점안하는 것이 아닌, 또 다른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것은 부처님을 모시는 것이 주된 내용이지만, 동참대중은 관정을 받아 부처님의 계위를 계승함과 동시에 각기 본래 자성불을 일깨워 주는 의식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점안의식은 외적으로는 부처님을 점안하고, 내적으로는 자신에게 내재되어 있는 청정심을 회복하고 본래 부처임을 일깨우는 의식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것은 《열반경》에서 설한 ‘일체중생 실유불성(一切衆生 悉有佛性)’ 즉, 모든 중생에게는 불성이 내재되어 있기에 가능한 것으로 여래장 사상의 내재불적 성격을 점안의식을 통해 실현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점안의식의 또 다른 의의는 점안의식을 통해 부처님과 부처님 법을 등불 삼아 자성을 밝혀 ‘상구보리 하화중생’ 하겠다는 서원을 하는 동시에 실천하는 보살로 거듭 태어남을 상징한다. 이것은 곧 보살심을 회복하여 보살행으로써 반드시 성불하겠다는 것과 중생을 구제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부처님은 동참대중에게 반드시 성불할 것이라는 수기를 베푸는 의식이 점안이라고도 할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청정법신세계에 계신 비로자나부처님께서 점안이라는 의식을 통해 살아 활동하시는 화신으로 강림하여 중생을 만나고 중생은 이렇게 오신 부처님께 귀의하고 정진하여 보살로서의 삶을 살 수 있도록 계기를 마련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불상점안의식은 만남의 장으로 부처는 중생에게 오고, 중생은 부처에게 다가가는 거룩하고 위대한 의식인 것이다.

점안의식이 갖는 의미는 불교의식의 정점에 위치하며, 가장 여법하게 거행해야할 의식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현재 거행되고 있는 점안의식은 의식과정의 절차에 있어 많은 부분들이 간소화되고 축소되면서 본래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수행자가 거행하는 의식과 재가자의 법요의식을 구별 짓지 못하고 있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보인다. 수행자가 거행하는 의식은 수행의 한 방법으로 시간과 관계없이 아주 엄숙하고 철저하게 거행되어야 한다. 특히나 점안의식은 앞으로 신앙의 대상이 되는 부처님을 모시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의식이 길어지면 신도들이 지루해한다고 하여 약례로 거행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오히려 본 점안의식은 격식에 맞지 않게 하면서 법회를 빙자한 뒤풀이 형식의 공연들과 내빈소개, 기타 등등의 행사들이 더 크게 진행되고 있는 경우도 많다. 무엇이 우선이고, 무엇이 중요한지를 모르는 이런 행태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특히 의식은 경전의 내용을 실천에 옮기는 행법이기도 하며, 청규로서의 역할이 내재되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더욱이 한번 모시면 몇 백년, 몇 천년 동안 신앙의 대상이 되는 부처님을 어찌 가볍게 모실 수 있겠는가….

해사 스님 | 동국대학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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