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훈사 보덕암 전경.

1950년 6.25전쟁으로 남북한으로 분단된 지 60여 년. 전쟁의 상흔은 남쪽도 그렇지만 북쪽도 여전하다. 전쟁으로 이 땅의 많은 사찰과 문화재가 파괴되고 황폐화됐지만 여전히 숨 쉬고 있는 고찰들의 생명력은 여전하다. 특히 종교를 배척하는 북한의 이념은 많은 불교문화들을 소거하고 변질시켰지만, 역사를 지닌 고찰들의 생명력은 지속되고 있다.
‘북한의 불교와 사찰의 과거와 현재’를 조명하는 《북한의 사찰》이 출간됐다. 대한불교진흥원(이사장 민병천)이 기획하고 출간한 《북한의 사찰》은 불교계 대표적인 북한불교 전문가 장용철 진각복지재단 사무처장과 서유석 북한연구소 연구위원 등이 집필한 ‘북한불교와 사찰의 과거와 현재’이다.

민병천 이사장은 발간사를 통해 “북한 불교와 사찰에 대한 궁금증을 풀고 남북한의 동질성 회복과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다소 나마 넓혀보는 데 기여하고자 이 책을 펴낸다”고 밝혔다. 그동안 북한불교에 대한 연구 서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사찰문화연구원이 1993년에 펴낸 《북한사찰연구》외에도 평불협 회장 법타 스님의 《북한불교 연구》 등이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책들이 1988년 이래 방북 경험을 살린 개인적 차원 책과 정부의 자료를 묶은 차원이어서 종합적이지 못했다.

진흥원은 “《북한의 사찰》은 1993년 사찰문화연구원에서 편집ㆍ출간한 《북한사찰연구》를 현재의 상황과 개념에 맞추어 재편집한 책이다. 먼저 북한 지역에 있는 옛 사찰들의 역사와 그 터에 남겨진 문화재들에 대해서는 2·3·5장에 《북한사찰연구》의 내용을 수정, 편집하여 재수록 하였다. 그리고 현재 새롭게 법등을 밝히고 있는 70개에 가까운 사찰들의 현황과 역사, 그리고 남북 분단 이후 북한불교의 변화 흐름에 대해서도 관계 전문가의 새로운 원고로써 독자 여러분들의 궁금증을 해결해 드릴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진흥원은 기존 책을 재출간하면서 “다소 어렵고 전문적인《북한사찰연구》의 내용은 좀 더 보기 편하게 수정하고, 새로이 입수한 컬러 사진들을 통하여 북한 사찰과 문화재들을 보다 생생하고 선명하게 보실 수 있도록 했다”고 했다. 더불어 진흥원은 “사찰과 불교문화재들 가운데 10여 년의 세월 동안 변화한 모습이나 근황도 변경하여 수록했고, 한반도의 가장 오랜 문화 중 하나인 불교와 사찰 문화를 알아보고, 북한에 남아 있는 귀중한 우리 민족의 문화재들의 현황을 살펴보는 과정 속에서 아직은 어렵고 멀기만 한 북한과 북한의 불교문화에 관해서 보다 친근하게 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 장안사 대웅보전.

이 책은 공동작품이다. 장용철 진각복지재단 사무처장, 서유석_북한연구소 연구위원, 김상영 중앙승가대학 교수, 안상빈 전 사찰문화연구원 연구원, 한상길 동국대학교 교수, 황인규 동국대학교 교수 등이 이 책을 썼다.

1장 <북한의 현존 사찰>에서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북한 지역의 불교와 변화 모습들을 전한다. 먼저 현재 북한에 있는 총 66곳의 사찰들을 생생한 컬러의 사진들과 소개한다. 진흥원은 “선정한 현존 사찰의 기준은 현재 도량이 존재해야 하고, 도량 안에 불보살상이 안치되어 있어야 하며, 최소한 그곳을 지키거나 왕래하는 성직자와 신도들이 있어야 한다는 것 이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일부 유적이 남아 있다고 해도 사찰로써의 기능을 잃은 유점사ㆍ패엽사 등은 현존 사찰 목록에서 제외되어 있다.

▲ 유점사 전경.

북한 지역에서 현재는 일부 유적만 남아 있거나 혹은 절터만 전하지만 조선시대, 혹은 6.25전쟁 때 전소에 가까운 피해를 입기 전까지 기나긴 역사 속에서 고찰로 이름 높았던 사찰에 관해서는 2장 <북한의 주요 사찰>에 수록했다. 일제강점기를 전후하여 찍혀진 오래된 흑백 사진들 속에서 보이는 아름다운 가람과 전각들은, 현재 볼 수 없어 더 안타깝다. 《북한의 사찰》는 “오랜 기간 명찰로 이름 높았던 사찰들이니 만큼 절에 관한 소상한 자료들이 비교적 많이 남아 있어, 언젠가 이들을 토대로 복원된 모습을 볼 수 있게 되리라는 희망을 준다”고 했다.

3장 <북한의 불교문화재>는 긴 세월과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아직까지 남아있는 북한의 불교문화재들에 관해 조명한다. 유명한 유점사 53불을 포함하여 귀중하고 독특한 양식을 보여주는 불상들, 아름답고 웅장한 목조 건축물들과 탑, 석등 등의 문화재들을 종류별로 정리했다. 특히 남한에선 볼 수 없는 고구려 양식을 지닌 사찰들은 흥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책은 단순한 사찰소개서로 끝내지 않는다. 오랜 독재 체제로 인해 획일화된 북한의 정책에 의해 종교계, 그중에서도 불교계가 어떻게 변화하였는지 4장 <북한불교의 이해>에서 연도별로 살펴봄으로써, 현재 북한의 불교계가 어떠한 구성과 체계로 움직이고 있는지에 관해서 구체적인 조직표 등도 알아본다.

이와 더불어 5장 <북한의 사찰재산>에서 현재 북한에 있는 사찰들의 규모와 수 등에 관한 재산 목록을 정리했다. 진흥원은 “현재의 상황으로썬 정확한 수치인지 확인하기 어렵지만, 대략적인 북한 지역의 불교 현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장용철 외/대한불교진흥원/5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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