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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3월 11일 중앙종회 무슨 일 있었나
종회 회의록, 국정원 판결문, 영포빌딩·캐비닛 문건 종합
국정원, 포청천팀 투입…미행, 해킹시도. 결국 봉은사 퇴출
2020년 02월 13일 (목) 05:29:47 이혜조 기자 dasan2580@gmail.com
   
▲ 2010년 3월 11일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 지정 승인건' 상정에 앞서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조계종 중앙종회 본회의장에 입장하자 중앙종회 의장단의 시선이 총무원장을 향해 있다.

2010년 3월 11일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 지정 승인건’ 상정에 앞서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조계종 중앙종회 본회의장에 입장하자 중앙종회 의장단의 시선이 총무원장을 향해 있다.

명진 스님이 강남 봉은사 주지에서 강제로 쫓겨난 사건을 조계종 총무원 단독 결정이라고 보기에는 석연찮은 구석이 너무 많다.

조계종 중앙종회 회의록, 명진 스님이 국정원 개혁TF팀에 제출한 청원서, 명진 스님의 봉은사 발언, 국정원 간부의 판결문, 청와대 캐비닛 문건, 영포빌딩 문건 등을 바탕으로 명진 스님 퇴출 사건을 재조명한다.(편집자 주)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은 자승 원장이 발의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의 발의로 2010년 3월 11일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 지정 승인의 건’이 183회 중앙종회(임시회) 본회의에서 출석의원 70명 중 찬성 49명, 반대 21명으로 가결됐다.

당시 총무원 담당자 증언에 따르면 며칠 전인 3월 3일 갑작스런 부서장 지시로 봉은사 직영사찰지정 종무회의 안건을 작성했다. 안건 작성의 구체적인 내용을 부서장에 되물으니 정확한 내용을 모르는지 별다른 답이 없었다고 한다. 그날 만든 안건은 당일 종무회의를 통과했다.

그런데 다음날 종회 총무분과회의에서 찬성4, 반대5표로 본회의 상정이 반려된다. 9일 다시 종무회의를 열어 비슷한 안건을 상정, 의결했다. 10일 종회 총무분과, 연석회의에서 이 안건을 본회의에 상정키로 결의했다.

조계종은 총무원 산하에 25개 본사를 두고, 그 본사 아래 각각 100여 개씩의 말사를 거느린 형태이다. 이날 의결로 봉은사는 말사에서 총무원장이 당연직 주지가 되는 직영사찰로 바뀐 것이다. 당시 직영사찰은 봉은사 외에도 조계사, 선본사(대구 갓바위), 보문사 등이 있었다.

종회 개원 첫날 보선 중앙종회의장의 개회사, 자승 원장의 ‘인사말씀’, 배부된 종회 자료집에도 이 중요한 안건은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

총무분과위원장 무자 스님이 보고한 의사일정에도 아예 포함돼 있지 않았다. 이날 종회에는 종법 재개정안, 원로회의 의원 추천, 종립학교관리위원 선출, 2009년 결산승인, 2010년 추경예산 승인, 학교법인 동국대학교 이사 감사 추천동의 등 모두 17개가 주요안건으로 올라왔다. 4대강 사업 중단에 대한 결의문 채택 안건도 눈에 띈다.

종법 개정안 등 신규 안건들이 접수되자 정회 후 총무분과위를 열어, 안건 순서를 결산검사, 동국대 이사 감사 후보자 추천 동의, 승가학원 이사 후보자 추천, 종법 제·개정안 순으로 변경한다.

종회는 8일 첫 안건인 중앙종무기관 및 직영 특별분담사찰 결산검사가 상정되자 휴회하고 10일 오전 10시 속개를 결의, 3월 8, 9일 결산검사를 위해 종회를 쉰다.

10일 오전 10시 종회사무처장 혜일 스님은 본회의 석상에서 새로 제출된 안건에 ‘봉은사 직영사찰 건’이 있다는 사실을 보고한다. 회기 중에 안건이 긴급 발의된 것이다.

30분간 정회 후 연석회의에서 6번 안건으로 배정한다. 일부 의원은 긴급 발의한 봉은사 직영사철 지정 안건이 중앙종회운영규칙에 어긋난다며 문제 제기를 했다.

‘밥 먹고 합시다’라는 제안에 따라 휴회 후 오후 3시 15분 속개했지만 동국대 이사, 감사 후보자 추천 동의 안건으로 설전을 벌였다. 결국 후보자 한 명 한 명 가부를 묻는 투표를 진행하느라 장시간 허비하면서 학교법인승가학원 이사 후보자를 추천한 뒤 종헌개정안에서 다시 막히자 오후 4시 44분 휴회한다.

법정 스님 입적하자 안건 순서 바꿔 통과시켜

본회의 3일차인 11일 속개하자마자 ‘총무부원장 제도 신설’ 안건으로 갑론을박이 벌어진다. 자승 원장이 장주 스님에게 총무원장 출마를 만류하면서 자필로 서명한 ‘약속 드립니다’ 문건에 등장하는 내용이다.

자승 원장은 1년 전인 2009년 9월 8일 총무원장에 출마할 시기 출마를 저울질하던 장주 스님에게 출마하지 말 것을 요구하며 3가지 약속을 각원 스님에게 A4용지에 적도록 하고 셋이 나란히 서명한다.

“약속 드립니다. 1. 종단의 운영에 있어 인사문제는 장주 스님과 합의하여 처리한다. 2. 부원장 제도를 신설한다. 3. 선본사, 조계사, 보문사, 봉은사, 봉은사, 도선사를 합의하야 처리한다. 2009년 9월 8일”

약속을 실행에 옮기려는 시도로 보인다. 다만 종헌 개정안은 중앙종회 재적의원 2/3의 찬성이 있어야 가능해 수년 동안 종헌개헌이 이뤄진 적이 없는 점을 미뤄 장주 스님에게 보여주려는 시늉이었다 볼 수도 있다.

이 안건은 부결됐고, 종법 재개정안 중의 하나인 사찰부동산관리법 제정안을 다뤘으나 쉽사리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오전 회의를 마친다.

이날 오후 1시 51분 조계종 원로의원 법정 스님이 입적했다. 오후 2시 5분 속개한 종회는 법정 스님의 왕생극락 발원 묵념으로 시작했다.

오전부터 논란을 빚던 사찰부동산관리법 개정안을 설전 끝에 만장일치로 가결하자, 일부 의원들이 법정 스님 장례를 3일장으로 정해 길상사에 빈소를 마련한 뒤 12일에는 송광사로 법정 스님의 법구를 이운해야 한다며 조문을 이유로 회기 단축과 의사일정 변경을 결의했다.

변경결과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안건을 가장 우선적으로 다루고 원로회의 의원 추천, 종립학교관리위원 선출, 2010년도 추가경정계산 승인 등 모두4개 안건을 급히 처리한 뒤 폐회했다.

20여 건의 종법개정안을 제쳐두고 봉은사 문제를 맨 앞으로 끌어올려 처리하는 자리에는 자승 원장이 배석한 상태였다. 총무원장이 중앙종회 본회의 석상에 나타나는 것은 개원 시 인사말 외에 극히 이례적이다.

9일 자승 원장의 발의로 상정돼 11일 안건순서까지 바꿔가며 통과시킴으로써 봉은사는 자승 총무원장이 당연직 주지가 되는 직영사찰로 전환됐다. 당시 주지였던 명진 스님에게 제대로 된 협의나 통보조차 없었다. 당시 집행부에 따르면 3일 중앙종회 통과직후 명진 스님에게 전화로 통보했다고 한다.

총무원에 예산이 필요하면 이들 사찰 뿐 아니라 특별분담금사찰을 비롯한 3000여 사찰의 분담금을 증액하면 될 일이다. 더군다나 당시에도 봉은사는 말사 가운데서도 분담금을 많이 내는 특별분담금사찰이어서 돈 때문에 봉은사를 직영사찰로 전환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직영사찰이었던 선본사를 굳이 직영사찰에서 해제하는 안건을 동시에 발의한 것은 돈 문제가 봉은사 직영 전환의 이유나 목적이 아니라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

당시 조계종 ‘직영사찰법’에 따르면 직영사찰로 지정하는 이유는 ▷분규로 인해 사찰 운영이 마비된 경우 ▷사찰의 재산이 비정상적인 경로로 유실되거나 재정이 심히 악화된 경우 ▷재정이 극히 우량해 종단목적사업을 위한 재원으로 충당함이 타당한 경우 등 3가지이다. 봉은사의 경우 어느 것 하나 맞지 않는다. 재정이 우량해 목적사업을 위해 전환하려면 선본사를 그대로 둬야 하는 게 합리적이다. 선본사를 직영사찰에서 해제하는 안건을 중앙종회에 상정할 이유가 없다.

직영사찰로 바꾸기 위해서는 우선 특별분담사찰 해제를 하고 이를 직영사찰로 결의해야 하는데 절차상 하자 논란도 일었다. 당시 종법으로 4년의 임기가 보장받는 명진 스님이 주지로 있음에도 무려 1년가량을 남긴 상태에서 총무원장이 주지가 되는 직영사찰이 될 경우 두 종법 간 충돌도 불가피하다.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지정 승인건’에 대한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자리를 지키다가, 투표가 종료된 뒤에야 자리를 떴다.

   
▲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지정 승인건'에 대한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자리를 지키다가, 투표가 종료된 뒤에야 자리를 떴다.

표결 현장에 자승 원장 착석 ‘무언의 압력’

특히 본회의에 참석해있던 자승 원장은 “(명진 스님의) 잔여임기를 마땅히 보장해 드리고 또 (명진 스님을) 직영사찰 주지로 임명할 생각도 실질적으로 갖고 있습니다. 임기를 보장해 드리겠습니다.”라고 공개적으로 약속했다. 중앙종회가 안건을 표결하는 자리에 총무원장이 착석해 압력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명진 스님은 자승 원장의 지시에 재임은커녕 임기를 채우지도 못하고 맨몸으로 봉은사를 떠나야 했다. 임기를 며칠 남겨두고 자승 원장이 보낸 특사를 만난 바로 그 시점이었다.

뭔가에 쫓기듯 성급하게 봉은사를 직영사찰로 전환한 다른 요인은 없을까. 이 지점에서 정관계 두 거물의 발언이 주목된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와 원세훈 국정원이 그들이다.

명진 스님은 봉은사 주지 내내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했다. 대형 애드벌룬을 띄워 “이명박 대통령은 헌법을 준수하십시오! 거짓말을 하지 마십시오! 불교를 정치에 이용하지 마십시오!”라고 비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장례식장에 참석해 조문한 뒤 이명박정권을 몰염치·파렴치·후안무치 등 3치정권이라고 힐난했다.

자승 스님이 이상득 국회의원을 데리고 봉은사에 찾아와 다음 법회에서 이명박 대통령 후보를 신도들에게 인사시켜달라는 요청을 명진 스님은 거절했다.

용산참사 피해자 유가족을 찾아가 1억 원의 위로금을, 김상곤 서울시교육감에게 후원금 1억원을 전달했다. 진보교육감 주경복 후보 지지선언을 했고, 민족21 운영자금 지원을 지원한 것 등이 모두 국정원이 명진 스님을 사찰한 문건에 언급돼 있다.

안상수 대표 발언, 국정원 문건 가리키는 지점은?

이미 2009년 11월 13일 국정원이 명진 스님을 사찰한 문건에 좌파로 규정하며 “검찰 경찰 감사원 국세청 등과 긴밀 협조하(下) 좌파의 부정부패 등 취약점을 철저히 조사”할 것을 대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자승 총무원장과 조찬자리에서 “강남의 부자절에 좌파주지를 언제까지 그냥 두실 겁니까?”라고 말한 바로 그날이다.

한달쯤 뒤 자승 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을 독대한다.

2010년 1월 국정원은 명진 스님의 최근 특이동향을 보고하고 분석 평가한 문건을 통해 “연임을 반드시 저지”, “연임 불가”를 언급한다.

그해 3월 말 국정원은 “주지직 퇴출 유도”, “직영사찰 조기집행, 호법부를 통한 승적박탈 등 징계절차에 착수토록 주지”를 강조했다.

2010년 청와대 민정수석·홍보수석실 등이 명진 스님 동향을 파악했다.

7월 국정원 회의석상에서 원세훈 국정원장이 “범민련 고문을 하던 종북좌파 세력 명진이 서울 한복판에서 요설을 설파하도록 두느냐. 이런 사람을 아웃시키지 못하면 국정원의 직무유기”라며 불법 사찰을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지시로 3차장 산하 방첩국 내 설치된 특명팀은 명진 스님에 대한 3단계 공작 계획을 수립했다.

보복적 3단계 첩보작전은 1단계 국정원 서버에 저장된 상세한 신원이 적힌 자료를 요약해 인사카드를 만다는 등 기초자료 입수 분석, 2단계 주변인물 협조자를 포섭해 법회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 누구를 만나는지를 집중 미행 감시하는데, 이 가운데 명진 스님이 천일기도로 움직임이 없자 예경계장인 유모 씨를 미행한다. 3단계 악성코드가 담긴 이메일을 보내 PC해킹을 시도한다. 이 공작에는 미행 감시에 능숙한 내사팀과 해킹 기술이 있는 사이버팀으로 구성된 대북공작전문가들이 투입됐다. 이른바 국정원 ‘포청천팀’이다.

영표빌딩에서 “명진의 막가파식 행태에 전략적 대응방안 강구”라는 문건도 이때 나왔다.

[이 기사에 대한 반론 및 기사제보 dasan2580@gmail.com]

※ 업무 제휴에 따라 <불교닷컴>이 제공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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