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이자 한국의 산지승원인 속리산 법주사의 경내에서 스님들이 상습 도박판을 벌였다는 고발장이 검찰에 접수돼 충격을 주고 있다. 사진 MBC <뉴스데스크> ‘바로 간다’ 갈무리.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이자 한국의 산지승원인 속리산 법주사의 경내에서 스님들이 상습 도박판을 벌였다는 고발장이 검찰에 접수돼 충격을 주고 있다.

법주사 스님들은 지난 2008년 12월 속리산 호텔 객실에서 수백만 원의 판돈을 걸고 카드 도박을 하던 중 경찰에 적발돼 검거된 적이 있다. 당시 검거된 승려 5명 중에는 현 법주사 주지도 포함됐다. 스님은 당시 벌금형 처분을 받고도 교구본사 주지로 임명돼 논란이 일었다. 이번 법주사 스님들의 도박은 사찰 경내의 다각실 등에서 새벽까지 이루어졌다. 세계문화유산이 도박 하우스가 된 셈이다.

이번 사건은 한 불자가 법주사 스님들의 상습 도박 행위를 인지하고 검찰에 고발하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고발인 A씨 등에 따르면 상습도박 의혹으로 고발된 스님들은 모두 8명이다. 이들은 대부분 법주사 7직인 전·현직 국장 소임을 맡거나 주요 사찰 주지로 재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에는 조계종 총무원 국장급 스님도 1명이 있다. 피고발인에는 2008년 도박 현장서 검거됐던 두 명의 스님이 포함됐다. 법주사 현 주지 스님도 고발당했다. 고발인은 법주사 주지 스님이 도박 현장에 함께 어울리지 않았지만 상습도박을 알고도 방조하거나 묵인했고, 해외 원정도박을 했다는 의혹이 담긴 녹취를 경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은경찰서는 고발인 조사를 했고, 도박에 가담한 스님 중 1명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피고발인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 도박판이 벌어진 법주사 경내 한 건물. 사진 MBC <뉴스데스크> ‘바로 간다’ 갈무리.

고발인은 “수행과 전법으로 중생을 제도해야 할 스님들이 세계문화유산인 신성한 법주사 경내에서 상습 도박을 벌이고, 수백만 원의 판돈이 오가는 것은 물론 도박 자금을 빌려주고 빚을 갚지 못하는 스님을 협박하는 일까지 벌어졌다는 것을 이야기를 접하고 이를 모른 척 할 수 없어 검찰에 고발장을 냈다.”고 했다.

도박에 가담해 빚을 진 B 스님은 법주사에서 10분 거리의 은행에서 수백만 원의 돈을 찾아 노름을 하다 돈을 잃자 다시 은행에서 수백만 원의 돈을 찾아 노름을 하다 모두 잃고, 함께 도박을 하던 스님에게 돈을 빌려 다시 도박을 하다 탕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스님의 예금 거래내역에 따르면 2018년 3월부터 2018년 10월말까지 매월 2~3회의 도박판이 벌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스님은 2018년 3월 23일 은행에서 오후 3시 15분과 17분 두 차례에 걸쳐 170만 원을 인출했다. 이 돈으로 도박판에 뛰어 들었다가 돈을 모두 잃자 이날 밤 10시 21분부터 26분까지 네 차례에 걸쳐 각 100만 원씩 모두 400만 원을 더 찾아 도박판에 뛰어 들었다.

이 스님은 도박을 하면서 도반들에게 수백만 원의 빚까지 졌다. 돈을 갚지 못해 돈을 빌려준 도반 스님의 폭언과 돈을 갚으라는 빚 독촉에 시달려야 했다.

C 스님은 B 스님에게 돈을 빌려주고 못 받자 전화를 걸어 “이 XX가 참, 생각해 보다 진짜 나쁘네, 참 나 ~ 안 갚겠다는 얘기네. 아이구 XX X팔려서 그럼 고발하던지. 인마”라며 돈을 갚으라고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B 스님은 자신이 도박에 가담한 죄를 참회하면서 처벌을 감수하고 경찰에 사건 전모를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 한 스님은 도박에 쓸 자금을 수시로 은행에서 인출해 탕진하고, 수백만 원의 빚을 져 빚독촉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MBC <뉴스데스크> ‘바로 간다’ 갈무리.

고발인은 이번 사건과 관련된 스님들에 대한 추가 고발도 고민 중이다.

고발인 A씨는 “2008년에도 도박으로 검거됐던 스님들이 벌금형 처분만 받은 것으로 안다.”면서 “불교의 좋지 않는 모습이 사회적으로 퍼지는 것을 원치는 않는다. 하지만 법주사나 절집 내에서 자체적으로 처벌되지 않은 상황에서 엄정한 처벌로 경각심을 주고 경종을 울리기 위해 고발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찰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을 보면서 혐의를 부인하거나 반성하지 않으면 추가 고발 또는 추가 자료를 경찰에 제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발된 스님들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한 스님은 MBC 취재진에게 “고발인을 무고죄로 고소할 것”이라고 했고, 또 다른 스님은 답변을 피했다. 몇몇 피고발인들은 <불교닷컴>의 해명 요청에 답변하지 않고 있다. 문자메시지 질문에도 응답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몇몇 스님들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D스님은 “2018. 3. 23.경 있었던 도박과 관련하여 본인은 도박을 하고 있었는 줄도 모르고, 그 자리에 참석도 한 적도 없고, 도박을 한 사실도 없다.”며 “도박이 있었다는 당시 본인은 치료목적으로 서울대학교병원에 입원하고 있었다.”고 했다.

E스님도 “2018. 3. 23.경 있었던 도박 사건과 관련하여 본인은 도박을 하고 있었는 줄도 모르고, 그 자리에 참석도 한 적도 없고, 도박을 한 사실도 없다.”며 “다만 본인은 2018. 10. 22. 대여한 금원을 받기 위하여 대화 한 사실만 있을 뿐”이라고 했다.

이 두 스님은 말을 맞춘 듯 띄어쓰기까지 일치하는 같은 문장의 문자메시지로 해명했다.

F스님은 “교구본사 주지 선거를 앞두고 일어난 일 같다. 이번 일을 전혀 모른다. 이런 일에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모른다.”면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한편, 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2018년 8월 법주사 등에서 도박 중독자 등 우리 사회에서 소외받는 사람들을 위한 템플스테이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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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무 제휴에 따라 <불교닷컴>이 제공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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