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뒤 태고종으로 전종한 군승법사를 전역 조치한 것은 법규를 위반하거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안철상)는 전 군법사 A씨가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낸 ‘장교 현역 복무 부적합자 전역 처분 취소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판결에서 대법원은 “조계종 외 다른 종단도 관련 법령상 요건을 충족하면 군종 분야 병적 편입 대상 종교로 선정될 수 있도록 군종장교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하면서도, “군인사법상 현역 복무 부적합 여부 판단은 참모총장이나 전역 심사위원회 등 관계 기관에 폭넓은 재량이 주어져 있으며, 군 특수성에 비추어 명백한 법규 위반이 없는 이상 군 당국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A씨는 2005년 조계종 승려로서 군종법사로 임관해 2014년 혼인했다. 이를 인지한 조계종이 제적 처분할 것임을 통보하자 A씨는 2015년 태고종으로 전종했고, 조계종은 같은 해 A씨를 제적했다. A씨는 해군본부가 2017년 “조계종 계율 위반으로 승적이 박탈돼 더 이상 군종장교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며, 현역 복무 부적합을 의결하자 전역 처분을 취소하라며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상고심에서 전역 처분이 법규 위반에 해당하는지 살폈다. 재판부는 △원고가 군종 분야 병적 편입 대상로 선정되지 않은 태고종으로 전종해 조계종 의식에 따른 종교 집회를 주관할 수 없게 된 점 △원고가 소속 종단을 변경해 군종장교의 주 업무인 종교 활동을 할 수 없게 된 점 △군 당국이 나머지 활동만으로는 군종장교로서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한 점 △태고종이 군종 분야 병적 편입 대상 종교로 선정되더라도 새로 자격 인정 및 추천 절차를 거치지 않고서는 원고를 태고종 소송 군종 장교로 인정할 수 없는 점 등을 들어 “전역 처분이 군 특수성에 비추어 명백한 법규 위반에 해당하거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원심 재판부가 종헌 개정 전부터 사실혼 관계에 있었다는 점을 이유로 A 씨가 개정 종헌의 혼인한 군승법사 직권 제적 예외 조항에 해당한다고 본 것에 대해 법리 해석 상 잘못이 없다면서도 △군승 장교는 타 병과 장교보다 높은 도덕성과 책임이 요구되는 점 △소속 종단으로부터 파송된 성직자 신분을 유지하면서 소속 종단 규율을 준수해야 하는 점 △태고종으로 전종하고도 조계종이 승적 제적 처분 사실을 알릴 때까지 2년여 간 조계종 복식을 사용해 법회를 주관한 점 등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국방부의 손을 들어줬다.

이 소송은 군승 법사의 자격 요건 다툼 외에도 조계종이 독점한 군승법사 파송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을 환기시키는 등 조계종 안팎의 관심을 끌었다.

국가인권위는 2018년 12월 선발요건을 갖춘 종단을 배제한 채 조계종만 군종법사를 파송하는 것은 ‘평등권 침해’라며 국방부에 개선을 권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지난해 2월 국가인권위의 권고를 수용해 “조계종 외 타 종단의 신청이 있을 경우 군종장교운영심사위원회에서 종단 간 형평성을 고려하고, 인권위 권고를 반영해 전향적으로 심의하겠다”고 파송제도 개선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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