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기해년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새해를 시작하며 한 해 동안 이룰 목표를 세우듯, 연말이 다가오면 지나온 한 해를 점검하고 개선할 점을 찾기 마련이다. 시간의 흐름이야 시작과 끝이 없지만, 시간을 나누어 사는 중생에게는 기한을 정해 놓고 허투루 소비한 삶이 없는지 돌아보고, 되풀이 하지 않도록 점검하는 일이 중요하다.

불교에서는 자신이 지은 업(業)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과보(果報)를 받는다고 가르친다. 그러나 업설(業說)은 인간의 운명이 이미 정해져 있다는 숙명론(宿命論)이나 운명론(運命論)이 아니다. 좋지 않은 결과라 해도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의 방법을 찾아 노력한다면 바꿀 수 있는 것이 과보이다. 결과가 좋지 않다고 좌절할 필요가 없는 이유다.

사물이나 현상은 바라보는 시각과 생각하는 차이에 따라 서로 다르게 인식된다. 칼은 요리사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도구이지만, 전쟁터의 장수에게는 사람을 상하게 하는 무기이다. 과보도 마찬가지이다. 숙명론으로 받아들이면 삶의 진보를 제한하는 틀로 작용하지만, 미래를 내 스스로 결정하는 원리로 이해하면 삶의 진보를 촉진하는 매체가 된다.

한 해의 결과가 좋다면 더욱 분발하는 계기를 삼으면 되고, 좋지 않다면 그 속에서 실패의 원인을 밝혀 성공의 열쇠를 찾아내면 될 일이다. 성공은 노력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아름다운 선물이다.

《경율이상》에 “곡식을 얻으려면 마땅히 갈고 씨를 뿌려야 하며, 큰 부자가 되려면 마땅히 보시를 행해야 하며, 오래 살려고 하면 마땅히 큰 사랑을 베풀어야 하며, 지혜를 얻으려면 마땅히 학문을 닦아야 하니, 이 네 가지 일을 행하면 그가 심는 바에 따라 그의 열매를 얻는다.”고 했다.

12월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달이 아니라,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는 달이다. 물러섬이 없는 정진을 기대한다.

법진 스님 |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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