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담 참석자들의 모습

지난 11월 21과 22일 방글라데시의 콕스 바자르에서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참여한 30여 명의 불교와 이슬람의 고위직 회담이 열렸다. 아시아 남부 지역의 분쟁의 해소와 평화 정착을 위해 양 종교의 협력과 역할을 다시 확인하고 보다 확실한 실천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였다.

이 지역에는 세계에서 이슬람 신도들이 가장 많이 거주한다. 인도네시아에만 약 229만 명의 이슬람 신도가 있으며 파키스탄 200만, 인도 195만, 방글라데시 154만 명 신도가 있다. 동시에 이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불교 인구밀도가 높은 곳이기도 하다. 대표적 불교 국가인 태국은 65만, 미얀마 39만, 스리랑카는 14만의 불교 신도를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이곳은 또한 두 종교 간의 갈등으로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지역일 수밖에 없다. 두 종교 모두 원칙적으로 평화를 표방하는 종교이지만 민족주의적 발언이 강화되고 이로 인한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종교 간의 분쟁이 가장 우려되는 지역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종교적 측면에서 해결책을 모색한 것이 2015년에 인도네시아 욕야카르타의 보로부두르 사원에서 열린 제 1회 ‘공유 가치와 실천을 위한 불교-이슬람 정상회의’이며 이때 발표된 ‘욕야카르타 성명서-공유가치와 헌신에 관한 약속’ 에 명시된 7가지 이상(理想)은 △종교적 다양성과 평화로운 공존 △보편적 자비와 연민 △보편적 정의 △인간의 존엄과 비폭력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삶 △다양성, 관용, 종교적 자유 △증오, 증오성 언어, 보복의 거부와 내적 성찰의 중요성 등이다.

양 종교의 지도자들은 그들에게 관련된 문제를 동일화하고 자신들이 공유할 핵심 가치와 인간적 존엄, 차별 없는 사회, 평화로운 공존, 복지의 공동 향유 등을 목적으로 내세웠다. 이후 목적을 실현시키려는 단호한 방안이 강구되었고 이 노력은 현재까지 계속 이어져 왔다.

종교의 다양성과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

이번 국제포럼은 2015년에 이어 제 2회 회담으로, 지난 회담처럼 정의와 포용적 사회를 방해하는 요인과 극단적 폭력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의제는 로힝야 사태로 인해 이웃 나라에 흘러들어온 난민에 관한 문제였다. 로힝야 난민이 각국의 지역사회에서 야기하고 있는 갈등, 그리고 소수 종교 그룹이 직면한 도전에 관해 중점적으로 논의되었다. 로힝야 난민이 머무르는 국가의 어려움에 주목하고 타 종교에 관한 올바른 이해의 부재로 인한 인권 침해, 지역사회의 주변화 문제 등이 다루어졌다.

무엇보다 이번 회의에서 가장 큰 결과는 저임금을 바탕으로 공업국가로 나아가고 있는 방글라데시에 환경보호 실무팀을 구성하도록 의결했다는 점이다. 이로써 단순한 논의에서 벗어나 좀 더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찾는 바탕을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조치는 앞으로 두 종교 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사회 문제에 대한 공동보조를 맞추어 갈 때 각각의 사안에 대해 주제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으로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 회담 참석자들이 방글라데시의 로힝야 난민을 방문했다.

이번 국제 포럼은 또한 아시아 지역에서 커져가고 있는 여성과 젊은 세대의 역할에도 주목했다. 폐쇄적인 전통사회에서 벗어나 현대 산업사회에 진입함에 따라 옛 시대적인 획일화된 사고방식, 편견, 차별, 증오 등을 탈피하고 새로운 사회의 구성과 가치를 형성하는 데 여성과 젊은 세대들의 역할이 증대되었음을 인식한 것이다. 포럼에 모인 지도자들은 현재의 상황을 타파하고 의식의 전환을 위해서는 여성과 젊은 세대의 유연한 사고방식이 필요하며 앞으로 이들의 역할을 확장하여 미래지도자로서의 가능성을 부각하도록 노력할 것을 결의했다.

이 회담은 지난 2015년의 인도네시아에서의 역사적 회담의 결과인 ‘공유가치와 실천에 대한 성명서’에 제시된 이상에 대한 지도자들의 참여를 재확인하고 지역의 안정을 위협하고 있는 극단주의를 극복하고 사회의 평화를 위해 나아가기 위한 목적으로 이 포럼의 핵심멤버인 ‘RfP (평화를 위한 종교, Religions for Peace International)’가 ‘국제참여불교연대 (INEB)’,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국제 운동 (JUST)’, ‘종교와 평화운동가들을 위한 네트워크’ 등과 함께 개최했다.

2015년 회의에서 스리랑카의 ‘평화를 위한 종교위원회’의 회장인 벨란윌라 장로는 폭력이 종교의 이름을 빌려 함부로 자행되어서는 안 된다고 천명했다.

“우리는 그와 같은 잘못된 사용을 거부하며 극단적인 종교적 해석과 행동에 대해 평화적 서사로 대항할 것이다. 우리는 또한 종교적 이유로 야기되는 차별과 폭력에 대항해서 정부의 조치가 더 강화될 필요가 있음을 인정한다.” - 〈허핑턴 포스트〉

  • 로힝야 사태: 로힝야는 영국이 미얀마를 통치하기 이전과 통치 시대에 미얀마의 토지를 수탈하여 관리하려는 목적으로 인도에서 이주시킨 이주민들의 후예이다. 영국이 원주민들로부터 빼앗은 땅을 로힝야인들에게 불하해준 이유로 뿌리 깊은 반감이 미얀마 원주민과 소수민족에게 존재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로힝야는 영국의 지원을 받아 무장하여 원주민을 학살했고 나아가 스님들도 살해했다. 이에 원주민들도 일본의 지원을 받고 로힝야족을 학살하는 등 두 집단은 격렬하게 대치했다. 영국이 철수한 이후에도 반감은 계속되었는데 극단주의적 이슬람을 믿는 이들이 지역 내의 소수민족 및 불교도들과 갈등을 일으키고 분리주의를 내세우며 반란을 일으키자 미얀마 정부에서 이들을 강력하게 탄압하면서 이들은 미얀마를 탈출해 방글라데시나 인도, 인근 이슬람국가로 도피했으며 문제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 이 글은 Buddhistdoor에 실린 Justin Whitaker의 ‘Buddhist and Muslim Leaders Meet in Bangladesh to Reaffirm Humanitarian commitments’ (2019-11-27)를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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