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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부터 ‘고통’까지 좌뇌의 속임수
크리스 나이바우어 지음 ‘자네, 좌뇌한테 속았네!’
2019년 12월 05일 (목) 10:05:37 박선영 기자 budjn2009@gmail.com
   
▲ 김윤종 옮김 | 불광출판사 | 1만 5000원

인간의 좌뇌와 우뇌는 서로 다른 기능을 가지고 있다. 좌뇌는 주로 패턴의 인지, 언어, 분류 및 범주화를 담당하고, 우뇌는 창조성, 감정, 공간 지각 및 처리 능력을 담당한다.

그런데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뇌과학과 신경심리학의 연구에서, 좌뇌가 없는 이야기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우뇌는 이를 적절히 조절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 중 하나의 실험.

인지 및 사고 능력에 아무 문제가 없는 정상인들에게 거기서 거기인 물건들 몇 개를 제시한 후 어느 게 마음에 드는지 골라보라고 했다. 일반인들은 잘 모르지만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우측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즉, 엇비슷한 물건들을 늘어놓고 골라보라 하면 오른편에 있는 물건을 집는다는 말이다. 이 실험에서도 경향은 분명하게 나타났다. 하지만 “이걸 고른 이유가 뭡니까?”라고 물었을 때, ‘오른쪽에 있는 게 왠지 모르게 좋아요.’라고 대답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여기서도 좌뇌가, 비록 지어냈지만 그럴싸한 이론을 들고 나와서 얘기하는 것이다. “색깔이 예쁘잖아요.”라든가 “질감이 마음에 들었어요.”라는 식으로. 게다가 그들에게 사실을 대면토록 하면 더 재밌는 반응이 나왔다. 인간은 자연스럽게 우측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 그게 물건을 고른 이유라고 알려주면, 단 한 명도 예외 없이 이를 부정하고 믿지 않았다.

이렇듯 진실을 대면하는 것은 “마치 중독 같은 에고를 뚫고 들어가는 일이라,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거슬리고 불편”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좌뇌가 만들어낸 거짓말 중 가장 큰 것은 ‘에고’ 혹은 ‘나’라는 것을 창조해낸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개인적 자아란 실재하는 어떤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소설의 등장인물에 더 가깝다.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당신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당신 자신은 ‘실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책 속에서 좌뇌가 어떻게 언어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 상징을 실제 자체로 착각하는지 보여준다.

책에서 저자는 ‘자아’는 머릿속 어딘가에 위치하는 물질적인 실체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달리 말하면, 생각과는 별개로 존재하는 자아가 있어 그것이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생각의 흐름 자체가 자아라는 현상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아란 명사이기보다 동사에 가깝다. 한걸음 더 나아가, 생각이 없다면, 실은 자아도 존재하지 않는다.

우뇌는 의미 찾기, 상황의 큰 그림을 보고 이해하기, 창조성을 발현하기 등의 기능을 갖고 있다. 그런데 언어화 하고 범주화 하는 좌뇌의 정보처리와는 달리 우뇌는 모든 것을 동시적으로 정보처리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심리학에서는 동시적인 정보처리 방식을 ‘무의식적’인 것으로 간주한다. 우뇌는 무의식적인 것으로 박제되고, 좌뇌가 실재의 “주인”으로 취급되는 것이다.

저자는 ‘자아’가 허상이라는 것을 깨달은 선불교에 대해 주목했다.

“좌뇌가 생성하는 모든 부정확한 판단과 설명들, 거기다가 그것을 행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이 ‘나’라고 하는, 모두가 당연시하는 전제. 이것이 인간으로서 겪는 내적인 고통의 가장 두드러진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 모든 것이 좌뇌의 거짓말이었음을 알고 실체를 깨닫는 것이 고통에서 한발 물러서는 것이다.

이 책의 한 줄 요약은 “좌뇌가 만들어 낸 ‘자아’는 허상이고, 그것을 깨닫는다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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