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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손길로 탈북민 안착 돕고 싶어요”
탈북민 지원 ‘행복바라밀쉼터’ 운영 도현 스님
2019년 11월 28일 (목) 09:26:45 이창윤 기자 budjn2009@gmail.com
   
▲ 도현 스님이 주차장을 개조해 마련한 행복바라밀쉼터를 가리키고 있다. 이곳에는 대학생 2명과 초등학생 자녀를 둔 싱글맘이 생활하고 있다.

김희망 군 - “엄마와 함께 있어 행복해요”

김희망(9·가명) 군은 하루 종일 침실에 누워 있다. 두 달 전 학교에 다녀오다 교통사고로 크게 다쳤기 때문이다. 거동하기 힘들지만 그래도 엄마와 함께 있을 수 있으니 행복하다. 희망이는 다섯 살 때 스님에게 맡겨졌다. 두 분 스님이 극진히 돌봐 주셨지만 늘 엄마가 그리웠다. 매일 매일 보고 싶었지만 엄마는 가끔씩 찾아올 뿐이었다. 지난해 엄마가 희망이 곁으로 다시 돌아왔다. 교통사고로 다친 곳을 치료하느라 하루 종일 누워있지만 엄마와 헤어져 있을 때보다 훨씬 낫다. 다시는 엄마와 헤어져 있기 싫다.

박영희 씨 - “아들은 힘든 삶의 버팀목”

박영희(35·가명) 씨는 탈북민이다. 2009년 남한에 왔다. 자유를 찾아온 남한이지만 살아가기는 녹록치 않았다. 탈북민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불편했고, 새로운 체제와 환경도 낯설었다. 남한 사회에 적응하려고 무던히 노력했다. 어린 아들을 절에 맡기고 돈을 벌러 나섰지만 남한 사회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여러 번 사기를 당하고, 대출을 받아 작은 포장마차를 시작했지만 장사도 되지 않았다. 빚이 어느덧 4000만 원을 넘어섰다. 우울증이 찾아왔다. 박 씨는 다시 일어서기 위해 신용회복위원회의 신용회복 절차를 밟고 있다.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다. 그에겐 삶의 버팀목인 아들이 있다.

도현 스님 - 유일한 탈북민 출신 스님

도현 스님은 탈북민이다. 중국과 태국을 거쳐 2009년 12월 남한에 들어왔다. 간호대학에 가려고 학원에 다녔지만 건강이 나빠져 포기했다. 미국으로 건너가 새로운 삶을 시작했지만 지인들에게 사기를 당해 힘든 나날을 보냈다. 그런 그에게 부처님 말씀은 삶의 버팀목이었고, 한 줄기 희망이었다. 2013년 5월 출가를 결심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불교에 대해 더 공부하려고 이태 뒤 동국대학교 불교학과에 입학했다. 그즈음 탈북민을 지원하는 남북하나재단 회의에 갔다가 관계자로부터 쉼터 운영을 권유받았다. 남한에 온 뒤 하루하루가 힘겨웠던 자신을 돌아보니 권유를 외면할 수 없었다. 그렇게 탈북민 쉼터를 시작했다. 박영희-김희망 모자는 쉼터를 시작하고 맺은 ‘소중한 인연’이다.

통일부 통계에 따르면 2019년 9월 현재 국내에 입국한 탈북민은 3만 3000여 명에 이른다. 자유를 찾아 험난한 여정을 거쳐 남한 땅을 밞은 탈북민이지만 그들 앞에 놓인 환경은 무엇 하나 녹록치 않다. 탈북민에 대한 편견과 낯선 환경은 탈북민이 우리나라에 안착하는데 큰 장애다. 헤쳐 나가기 만만치 않은 상황에 놓인 탈북민에게 정부는 물론이고 여러 종교·사회단체가 관심을 갖고 지원하고 있지만 충분하지 않다. 특히 불교계의 손길은 전무하다시피 한 상황이다.

남북하나재단 관계자로부터 권유 받고 탈북민 쉼터 개설

재단법인 선학원 도제인 도현 스님은 행복바라밀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 쉼터는 탈북민이 남한 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숙식을 제공하는 곳이다.

스님이 탈북민 쉼터를 처음 개설한 것은 2015년의 일이다. 출가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남북하나재단 회의에 참석한 스님은 관계자로부터 탈북민 쉼터를 운영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권유를 받았다. “기독교나 천주교는 탈북민을 지원하는 쉼터가 많은데 불교계는 없다. 스님이 탈북민 출신이니 불교계 쉼터를 운영해 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취지였다.

남한 사회에 적응하면서 이런저런 어려운 일을 많이 겪었던 스님은 남북하나재단 관계자의 제안을 흘려듣기 어려웠다. 사중 형편이 어려웠지만 마음을 내 은사 스님의 허락을 받았다.

사찰 주차장 고쳐 17평 남짓한 4명 수용 여성쉼터 마련

쉼터를 운영하려고 보니 숙소가 가장 큰 문제였다. 은사 스님과 고민 끝에 절 주차장을 숙소로 리모델링했다. 여성 탈북민 4명이 생활하는 56㎡(17평) 남짓한 행복바라밀쉼터는 그렇게 개설됐다. 스님은 인근에 남성 쉼터도 만들었다. 부모가 지방에 있거나 이런저런 이유로 자취·하숙할 형편이 안 되는 대학생을 위해 마련한 쉼터다. 현대건설 관계자가 월세를 지원해 마련한 남성 쉼터에서는 남학생 너댓 명이 생활하고 있다.

은사 스님 전폭 지원 ‘큰힘’…어려운 사중 형편 ‘걸림돌’

은사 스님은 도현 스님의 든든한 후원자다. 은사 스님의 관심과 후원 없이는 쉼터를 운영할 수 없다. 은사 스님은 도현 스님을 상좌로 거두기 전까지 탈북민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북한 관련 방송프로그램을 빠짐없이 챙겨보고, 쉼터에 입주한 탈북민이 불편하지 않도록 운영비는 물론 쌀이며, 라면이며, 과일까지 힘 닿는 대로 도와주고 있다.

여성쉼터 운영비만 한 달 200만 원…교계 지원 거의 없어

2년 전까지 함께 대학원에서 수학하며 격려해준 은사 스님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쉼터 운영은 여전히 어렵다. 초하루, 보름법회에 신도 너댓 명이 참석할 정도로 사중 형편이 어렵기 때문이다. 쉼터를 통일부에 등록하고 지원을 받고 있지만, 온전히 운영하기엔 지원금이 턱없이 부족하다. 추가로 필요한 비용은 1인당 월 40만 원, 총 200만 원 정도다. 그나마 시설 요건을 갖추지 못해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남성 쉼터는 전기·수도요금 등 운영비용을 온전히 스님이 부담해야 한다. 현대건설 관계자가 지원하는 월세가 끊기면 쉼터를 폐쇄해야 할 처지이다.

쉼터에 입주해 있는 일정 기간 동안 생활비를 지원하고, 쉼터에서 나갈 경우에도 보증금을 마련해 주는 이웃종교 쉼터의 상황이 부러울 뿐이다.

   
▲ 도현 스님과 엄마 박영희 씨(35·가명)가 교통사고로 등교하지 못하는 김희망 군(9·가명)의 학습을 돌봐주고 있다.

미등록 남성 쉼터도 함께 운영…재단도 쉼터 돕기 나서

시설은 다른 탈북민 쉼터보다 열악하지만 입주 탈북민의 만족도는 높다. 주체사상으로 획일화된 북한 체제의 특성상 탈북민은 기본적으로 종교에 대해 큰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이웃종교의 경우 전도 차원에서 신앙이나 단체생활을 강요해 반감이 크다. 그러나 불교의 경우 종교를 강요하지도 않고 생활도 자유로운 편이어서 탈북민이 호감을 가지지만 불교계 탈북민 쉼터는 스님이 운영하는 곳을 비롯해 세 곳뿐이다.

탈북민에 대한 불교계의 관심은 매우 부족하다. 그것은 수치로도 증명된다. 《2016 북한종교자유백서》에 따르면 탈북민 가운데 불자는 10.7%에 불과하다. 불교에 대한 호감도가 큰 만큼 관심을 가지면 포교에 큰 성과를 거두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스님이 접한 이웃종교 탈북민 쉼터의 경우 신자 한 사람이 탈북민 한 사람을 책임지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운영하지만, 불교계의 지원이나 관심은 전무하다시피하다. 스님이 대학에 다닐 때 운영하던 탈북민 대학생 법회도 후원이 끊어진 상태다.

한국사회 이해 대학원 진학…복지 자격증 취득 준비 병행

도현 스님은 탈북민이 안정적으로 남한 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복지시설을 운영하는 것이 꿈이다. 스님은 그 꿈을 이루기기 위해 하나둘 착실히 준비해 가고 있다.

현재 서울시내 한 대학에서 철학 전공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스님이 대학원에 진학한 것은 불교를 공부하려는 이유도 있지만 남한 사회를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서다. 남한 사회를 제대로 알아야 탈북민을 포용하고 돕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남한 사회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면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이사 가듯, 북한 체제에서 남한 체제로 옮겨 간 것밖에 되지 않는다”는 게 스님의 생각이다. “입국한지 9년이나 되었지만 이제야 남한 사회에 적응이 되었다”는 스님은 “탈북민이 남한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려면 한국사회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수”라고 생각한다.

스님은 석사과정과 병행해 사회복지 관련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고 있다.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대학의 특수대학원에서 공부할 수도 있지만, 비싼 등록금이 부담이다. 등록금이 저렴한 사이버대학이나 등록금을 내지 않는 탈북민을 위한 대학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탈북민을 위한 대학은 교회가 운영하는 곳이어서 승복을 입고 배우러 다니는 것이 망설여지기도 하지만, 베푸는 것이 목적인만큼 기회가 되면 용기를 내볼 참이다.

탈북민 위한 복지기관 운영 ‘꿈’…노인·청소년기관 계획

스님은 탈북민 노인이나 청소년을 위한 복지시설을 계획하고 있다. 탈북민 독거노인은 복지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스님은 며칠 전 탈북민 독거노인 한 분이 돌아갔다는 연락을 받고 양평에 시다림을 다녀왔다고 한다. 장례비용조차 남길 수 없었던 독거노인을 위해 은사 스님이 어렵사리 마련해준 장례비용 50만 원을 들고 말이다.

탈북민 자녀의 경우 태어난 뒤 입국한 경우든, 이곳에서 태어난 경우든 학교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부모가 탈북민이란 굴레를 가진 자녀들은 또래로부터 이런 저런 차별과 왕따를 겪는다는 것이다. 탈북민 부부가 맞벌이를 할 경우 아이들을 맡길 곳도 마땅치 않다. 스님은 그런 어린이를 맡아서 돌보고 싶은 것이다.

스님은 한 사찰에서 열리는 탈북민 법회에 나간다. 법문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탈북민에게 쉬운 말로 풀어서 이야기해 주고, 이런저런 어려운 상황에 도움을 주고 있다. 출가자의 입장에서 동향의 탈북민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스님에겐 큰 동기부여가 된다. 도현 스님은 “작은 도움에도 탈북민이 좋아하는 것을 보면서 ‘그들을 위해 많이 배우고 뭔가 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든다”고 말했다.

탈북민 중 불자는 1/10 불과…포교·지원에 관심 가져야

도현 스님은 각 종단이나 불교 단체가 탈북민에게 좀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주길 기대한다. “탈북민 출신 목사님은 많은데, 스님은 나뿐”이라는 스님은 “불교도 탈북민에 대해 많은 관심과 지원을 기울이면 포교에도 큰 도움이 되고 출가자도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재단법인 선학원은 도현 스님이 운영하는 행복바라밀쉼터를 돕기 위해 후원 계좌를 개설했다. 계좌로 입금된 후원금은 전액 행복바라밀쉼터 운영비로 쓰인다. 후원 물품도 받는다. 재단은 탈북민이 생활하는 쉼터 특성 상 위험에 노출될 수 있어 쉼터에 직접 지원하는 것보다는 재단을 거치도록 했다.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탈북민을 돕고 있는 도현 스님에게 작은 도움이나마 주기 위해 후원계좌를 마련했다”며, “재단도 행복바라밀쉼터를 돕기 위해 어려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선학원 구성원은 물론 전국 불자들의 많은 관심과 도움을 바란다”고 말했다.

후원계좌 : 우리은행 1005-503-845346 예금주 : (재)선학원 새터민쉼터돕기

문의 : 02)734-9654~6 (재단법인 선학원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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