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명 대사가 스승 서산 대사가 남긴 뜻에 따라 백성을 구하기 위해 일본에 왔음을 밝힌 <대혜 선사의 글씨를 보고 쓴 글>. 사진 제공 = 국립중앙박물관.

사명당 유정(四溟堂 惟政, 1544~1610) 스님이 임진왜란이 끝난 뒤 포로 송환 협상과 강화(講和) 위해 일본에 갔을 때 남긴 유묵이 공개됐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배기동)과 BTN불교TV(대표이사 구본일)는 ‘일본 교토 고쇼지(興聖寺) 소장 사명 대사 유묵(遺墨)’을 다음달 17일까지 박물관 상설전시실 1층 중근세관 조선1실에서 공개한다.

이번에 공개되는 유물은 고쇼지가 소장한 ‘사명 대사 관련 유묵’ 6점과 동국대학교 박물관이 소장한 ‘사명 대사 진영’ 등 총 7건 7점이다. 이중 사명 대사의 친필 유묵은 <최치원의 시구>, <‘벽란도’의 시운(詩韻)을 빌려 지은 시> 등 한시 2점과 <대혜 선사의 글씨를 보고 쓴 글>, <승려 엔니에게 지어 준 도호(道號)>, <승려 엔니에게 준 편지> 등 5점이다.

<‘벽란도’의 시운을 빌려 지은 시>는 “일본에서의 임무를 마무리한 뒤 속세를 정리하고 선승의 본분으로 돌아가겠다”는 사명 대사의 의지가 드러난 작품이다.

<대혜 선사의 글씨를 보고 쓴 글>은 사명 대사가 스승 서산 대사가 남긴 뜻에 따라 백성을 구하기 위해 일본에 왔음을 밝힌 작품이다. 특히 사명 대사는 자신이 대혜 종고(大慧 宗杲, 1089~1163)의 37대 적손임을 밝혔는데, 이것을 통해 임제종의 법맥이 6조 혜능으로부터 대혜 종고를 거쳐 사명 대사로 이어진다는 조선불교계의 법통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승려 엔니에게 지어 준 도호>, <승려 엔니에게 준 편지>, 《자순불법록(諮詢佛法錄)》은 사명 대사가 교토에서 일본 승려와 교류한 모습을 보여주는 자료다.

<승려 엔니에게 지어 준 도호>는 사명 대사가 엔니에게 지어준 자(字) ‘허응(虛應)’을 크게 쓴 것이다. 사명 대사는 쓰시마 난젠지(南禪寺) 장로 센소 겐소(仙巢 玄蘇, 1537~1611)를 통해 도호를 지어달라는 엔니의 부탁을 받고 자와 함께 ‘무염(無染)’이라는 호를 지어주었다. 사명 대사는 도호에 대해 “관세음보살이 중생의 소리를 두루 듣고 살핀다는 뜻이니 마음에 잘 간직하라”고 당부하고, “정진 수행하는 것과 어지러운 세상에서 중생을 구하는 것이 모두 중요하다”는 내용의 시를 덧붙인 편지(<승려 엔니에게 준 편지>)를 써주었다.

《자순불법록》은 엔니가 선종의 기본 개념과 임제종의 가르침을 10문 10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엔니는 이 글을 사명 대사에게 보이고 가르침을 받았다. 엔니는 이 글에서 “만 리 길을 가지 않고 일본에서 임제종의 법맥을 이은 사명 대사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게 되었다”며 기쁨과 존경의 마음을 표현했다.

전시를 공동기획한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전후 조선과 일본의 평화를 이끌어 백성을 구한 외교관의 역할을 하면서도 승려의 본분을 잊지 않은 사명 대사를 조명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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