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비구니회관 법룡사.

전국비구니회 회장 선거가 과열되어 혼탁 양상으로 치닫는 와중에 난데없이 우리 선학원이 거론되고 있어 부득이하게 글을 쓴다. 육문 스님 쪽에서 선거 공약에 “선학원 제반 문제 해결을 위한 지원을 최대화 하겠다”는 종책을 넣었기 때문이다.

본각 스님 쪽 공약에는 선학원 관련 내용이 없지만 대신 육문 스님을 추대하는 데 힘썼던 선미모 회원이 대거 본각 스님 캠프에 합류했다. 때문에 회장 당선 이후에 종단과 재단의 갈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우리 재단을 공격할 거라는 이야기가 떠돈다. 여기에 대해 본각 스님 측은 “선학원에 대해 한마디도 거론한 적이 없고 선미모는 심원ㆍ혜욱 스님 뿐이다. 그 말은 나를 방해하려는 유언비어”라고 육문 스님 측을 공격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당선되면 “선학원 문제를 처음부터 다시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누가 암까마귀인지 수까마귀인지 알 수가 없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두 후보 모두 우리와 악연이다.

육문 스님의 경우 2015년 11월 13일 전국비구니회 회장 취임식에서 낸 결의문을 통해 선학원 이사 전원의 사퇴를 요구했다. 종단-재단 갈등의 책임을 엉뚱하게도 우리 재단에 뒤집어씌운 것이다. 게다가 이날 소위 ‘선학원정상화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우리와 갈등을 빚고 있던 법등 스님에게 재단을 폄하하는 자리까지 마련해 주었다.

2016년 3월에는 전국비구니회 회장 육문 스님이 ‘선학원정상화추진위원회’ 위원장 법등 스님, 선미모 회장 법상 스님과 함께 ‘조계종단과 선학원 현안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한 동의서’에 서명하고 공동 대응키로 했었고, 7월에는 선미모와 공동으로 ‘선학원 발전을 위한 분원장 워크숍’을 개최하여 선학원과 설립조사를 폄훼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우리 선학원을 장악하려는 종단과 선학원 내부의 적들과 공동전선을 형성한 것이다.

육문 스님은 조계종 권승들의 갖가지 범계 행위에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도 벙긋하지 못하면서 우리 재단 일에는 눈에 쌍심지를 켜고 성명서를 내는 등 이중적인 행태를 보임으로써 내부적으로도 적잖은 지탄을 받아왔다. 뿐만 아니라 설봉 스님이 선학원 중앙선원 법당을 점거농성을 할 때도 격려 방문을 하여 편파적이고 악의적인 발언을 했다. 육문 스님이 선학원에 끼친 해악을 거론하자면 지면이 부족할 정도여서 생략한다.

본각 스님은 설봉 스님이 중앙선원 법당을 점거농성할 당시 입구를 봉쇄하여 선학원 스님들과 불자들을 감금하는 데 힘을 보탰고, 재단 업무 방해에도 앞장섰었다. 그래놓고도 여태 사과한 마디 하지 않고 있다.

이렇듯 육문 스님은 공약을 통해 조계종단과 선학원 간 문제에 개입하겠다고 공언했고, 본각 스님은 “비구니들이 힘들어하고 있으니 종단과 선학원과 비구니회가 처음부터 다시 진지하게 함께 고민하겠다”는 입장을 밝힘으로써 두 스님은 조계종단과 선학원 간 문제에 뛰어들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그런데, 과거를 보면 미래를 아는 법이다. 여태까지 비구니회의 과거를 돌아보면 종단 권승들에게 장악되어 꼭두각시 노릇을 해왔다. 그랬던 비구니회 회장이 과연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의 법원은 이미 조계종이 선학원 문제에 간여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조계종 구성원이라면 어느 누구도 이러한 판결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나는 이미 여러 차례 우리 재단의 입장을 밝혔다. 조계종과 선학원 간 갈등은 조계종이 <법인법>을 제정해 선학원을 장악하려 한 데서 시작됐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천명하거니와 조계종단과 선학원 간 갈등 해결은 <법인법>의 폐지가 시발점이 될 것이다.

조계종과 선학원 간 갈등으로 인해 비구니 스님들이 피해를 당하는 건 사실일 테지만 종단 권승들의 지시대로 움직여 온 여태까지의 방식으로는 전국비구니회가 나선다고 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누가 회장이 되든 정견을 가지고 문제의 본질을 정확하게 인지해야 한다. 그래야 비구니 스님들의 권익을 지켜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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