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선 학도 뿐 아니라, 일체 중생은 귀촌과 노소 남녀와 이둔(利鈍) 고하의 차별을 막론하고 모두 부처님과 같은 지혜를 갖추고 있다. 따라서 마음과 부처와 중생은 그 명상(名相)이 다를 뿐 근원은 똑같아서 평등하고 원융하다. 그러나 불조와 선지식과 납자들의 깨치고 증득함에 더디고 빠르고 어렵고 쉽고 깊고 옅음이 있는 것은 무량겁을 두고 닦고 익혀 온 원력과 업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금생에 다행히 불법을 만났으면서 닦지 않고 게을리 허송세월하여 미끄러져 버린다면 다시는 더 붙잡을 기약이 없으리라. 발분하고 발분하라. 금생에 이 일을 이루지 못하고 다시 어느 생에 기약할 것인가. 오늘날 우리는 눈밝은 지혜인을 갈구하고 있다. 용기 있는 선지식을 부르고 있다. 신념 있는 행동인을 아쉬워하고 있다. 어서 나서라. 무엇들 하고 있느냐. 무명 중생들의 저 구원의 절규가 들리지 않느냐.

고암 스님(1899~1988)은 해인사에서 제산(霽山) 스님을 은사로 한암(漢巖)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수지하고 독립운동에 참여했다. 이때 용성(龍城) 스님과 인연이 닿아 비구계와 보살계를 받았다. 이후 백양사 운문암을 비롯해 직지사 천불선원, 수도암, 도봉산 망월사 선원, 통도사 내원암, 상원사 청량선원에서 정진한 스님은 1944년 2월 대선사(大禪師), 1952년 대종사(大宗師) 법계를 받고 해인사·백련사·범어사 선원에서 조실로 수좌들을 지도하다, 1988년 해인사 용탑선원에서 열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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