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선선한 바람이 아침 저녁으로 분다.

하지만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낮엔 다니기 힘들 정도로 더웠다.

이렇게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에 대비해서 염분이 많은 음식으로 건강을 지키려고 사찰이나 속가에서는 장아찌류를 많이 챙겨 먹었다.

장아찌는 염분을 보충하려는 이유보다는 제철에 먹을 수 없는 나물이나 나무의 어린순을 간장이나 소금에 염장했다가 먹는 음식으로, 예부터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음식문화의 한 가지였다.

장아찌는 그 종류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참죽순, 두릅순, 오가피순, 엄나무순, 다래순, 뽕나무잎, 방풍나물, 취나물, 도라지, 더덕, 고춧잎, 무, 오이, 홑잎(화살나무 새순), 원추리, 머위, 버섯류, 깻잎 등등, 대체로 나물로 먹을 수 있는 것이면 어느 것이든 장아찌로 만들 수 있다. 그 가운데 깻잎은 들깨의 이파리다. 깻잎은 늦여름, 다시 말해 8월 말부터 9월 초순에 나는 것이 제철이어서 향이 진하고 맛이 좋다.

 

초가을 깻잎에 누런 단풍이 들면 잎이 두꺼워져 생으로 장아찌를 담기보다는 살짝 데쳐서 소금물에 염장했다가 겨울철이나 이른 봄 반찬 종류가 아쉬울 때 꺼내 쓰는 것이 좋다. 염장한 깻잎을 소금물에서 건져 짠물을 씻어내고 다시 간장과 갖은 양념에 재워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지만 여름을 막 지난 입추 후에 먹는 깻잎장아찌는 향이 진해 생으로 먹어도 좋고, 즉석에서 들기름에 구워 간장과 깨소금, 고춧가루 양념을 발라 먹어도 맛이 좋다.

각종 무기질이 풍부한 깻잎

언젠가 여름에 몇 상자나 되는 깻잎을 씻어 번철에다 들기름으로 구워서 간장과 깨소금, 고춧가루, 풋고추를 송송 썰어 넣은 양념장에 재운 깻잎장아찌를 봉암사 선방에 공양한 적이 있다.

실제 깻잎은 칼륨, 칼슘, 철분 등의 무기질과 비타민C와 A가 풍부한 알칼리성 식품이다. 과연 ‘식탁 위의 명약’이라 해도 크게 손색이 없는 훌륭한 식품이다. 《본초강목》에 깻잎은 ‘위장을 튼튼하게 해준다’라고 했으며, 《동의보감》에서는 깻잎이 속을 고르게 하는 효능이 있다‘라고 했다.

깻잎의 진한 향은 방부 기능이 있어 식중독을 예방하며, 푸른 엽록소는 상처가 난 곳의 세포를 부활시키는 세포 재생능력과 피를 맑히는 정화작용을 한다. 칼륨은 체내에서 염분을 배출시키고 칼슘은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철분은 빈혈 예방, 비타민C는 흡연자의 스트레스를 낮추어 주는 해소 능력이 있다.

깻잎에는 또한 아질산염이라는 물질이 많은데 이는 암세포의 생성을 억제하는 제어능력이 있다. 또 깻잎에는 모든 채소류 중에서도 철분이 아주 많이 들어 있어 공부하는 학생들의 뇌세포대사 기능을 촉진시켜주기 때문에 학습 능력을 향상시키고, 일반인들의 기억력 감퇴를 예방한다. 비타민A는 피부에 좋은 영향을 주어 주름살 생성을 억제하고, 멜라닌 생성을 막아준다.

열반하신 나의 은사, 음성 미타사 명안 스님은 깻잎 냄새가 싫다며 구시렁대는 내게 “어이구, 보살! 복을 까먹네! 복을 까먹어!” 하고 핀잔하셨다. 이후 조금씩 깻잎에 맛을 들이기 시작해서 이제는 깻잎장아찌를 만들어 즐겨 먹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깻잎 데친 물을 버리는데 깻잎을 삶은 물이 보라색인 건 철분이 많아서 그렇다. 그 물을 버리지 말고 국의 국물이나 야채수로 활용하면 향긋하고 구수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아니면 세안수로 활용해도 미용에 좋다.

몇년 전 가을, 충주의 지인이 경작하는 깨밭에 딸과 함께 노랗게 단풍이 든 깻잎을 따러 간 적이 있다. 처서가 지난 지금 시장에서는 깨 순 한 소쿠리를 3천 원 정도면 살 수 있다. 쌀 때 넉넉히 사서 이 계절이 가기 전에 맛있는 깻잎장아찌를 담가두면 좋다. 깻잎장아찌로 건강하고 따뜻한 겨울을 대비하시길 바란다.

깻잎장아찌

재료

깻잎 300g, 집간장 1/3컵, 설탕 1/4컵, 식초 1/5컵, 생강 1쪽, 청양고추 5개, 야채수 1/2컵

1. 깻잎은 깨끗이 씻어 행주로 물기를 없애고 저장용통에 담는다.

2. 청양고추는 씻어 3~4토막을 낸다.

3. 냄비에 분량의 간장, 설탕, 식초, 야채수, 생강, 청양고추를 넣고, 한소끔 팔팔 끓여 식지 않은 채로 저장용기에 붓는다.

4. 깻잎에 골고루 장물이 닿게 하고 누름돌로 눌러 하루쯤 두었다가, 국물을 따라내 끓이기를 2~3회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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