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물러가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니 담장 밑의 귀뚜라미가 아침저녁으로 정적을 깨운다. 바야흐로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天高馬肥〕는 계절이다. 선조들은 가을을 등화가친(燈火可親)의 계절로서 독서하기 좋은 시절이라고 했다. 그러나 어려운 일에 처했다고 정진을 멈출 수 없듯, 날을 가려 책 읽고 공부해서는 안 될 일이다. 어디를 가든, 어떤 환경에 처하든 변치 않고 늘 해야 할 일이 독서요, 공부이다. 그러므로 ‘독서는 집안을 일으키는 근본이 된다.’〔경행록(景行錄)〕고 하였다.

불교경전은 중생심을 벗고 불성을 드러내는 길라잡이이다. 그래서 경전을 읽고 공부하는 간경(看經)은 불교를 이해하고 실천하는 근본이다. 《치문경훈(經門警訓)》에서 “간경하는 이는 부처님의 이치를 밝히는 이”라고 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불가에서는 삼문수행(三門修行)이라 해서 염불수행의 염불문(念佛門), 참선수행의 경절문(徑截門)과 함께 간경수행의 원돈문(圓頓門)을 깨달음에 이르는 세 가지 중요한 수행방편으로 여긴다.

경전을 읽는다고 해서 한 번에 그 뜻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니 “한 권의 책을 백 번 읽으면 뜻이 통한다〔讀書百篇義自通〕”는 말처럼 뜻을 깨우칠 때까지 읽고 또 읽으며 숙독완미(熟讀玩味)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숙독’은 글의 뜻을 잘 생각하면서 차분하게 하나하나 읽는 것이고, ‘완미’는 뜻을 잘 생각하여 음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숙독완미’는 곧 익숙하도록 읽어 뜻을 깊이 음미하는 것이다.

‘간경자 혜안통투(看經者 慧眼通透)’라는 말이 있다. ‘부처님의 경전을 읽는 이들 모두가 지혜의 눈이 밝아지기를 기원한다’는 뜻이다. 이 가을 불자 여러분도 부처님의 말씀을 통하여 지혜의 눈이 활짝 열리기를 기원한다.

법진 스님 | 본지 발행인·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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