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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싯다르타’ 관람기
사랑스런 싯다르타, 우뚝 솟은 붓다
출가 장면· 마라와의 갈등이 클라이막스
아름다운 가사와 무대 채운 연기 뛰어나
2019년 09월 09일 (월) 09:24:19 박선영 기자 budjn2009@gmail.com

깨달은 이, 붓다가 되기 전까지의 인간 싯다르타에 대해 같은 인간으로서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기독교의 교주인 예수에 대해서는 인간으로서의 고통을 느끼게 해주는 연극, 영화, 뮤지컬이 다수 있지만 싯다르타를 노래한 것은 상대적으로 적은 게 사실이다.

5일 막을 올린 뮤지컬 〈싯다르타〉는 이런 면에서 우리의 염려나 갈증에 단비를 줄 문화콘텐츠가 될 것이다.

무대가 어두워지자 코끼리와 마야부인이 그림자인형으로 등장해 싯다르타의 인간세상 출현을 예고한다.

살다 보면 누군가 말해 주길 원하지.

이 고통의 이유를, 그 해답을.

그 사람은 누구일까, 그 사람은 누구일까.

여전히 덧없는 고통 속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남겨준 이야기.

누구일까 2,600년 전에, 누구일까 2,600년 전에 …

   
▲ 야소다라와 19세의 싯다르타가 만나는 장면은 달콤하고 신선하게 느껴진다.

붓다를 기다리는 이들의 노래가 흐르고, 19세의 싯다르타가 야소다라 공주를 만나는 장면이 화려하게 펼쳐진다. 두 번째 장면은 둘 사이의 아이인 라훌라의 탄생, 그리고 신을 공경하는 농경제가 등장한다.

10년만의 득남으로 궁은 잔치 분위기이지만 29세의 싯다르타의 얼굴은 밝지 않다. 16개 대국 사이에서 카필라국은 주변국의 침략과 간섭에 시달리면서 내부적으로도 귀족들의 득세로 왕의 권한도 위협받는 지경이었다. 싯다르타의 아버지 슛도다나왕은 아들에게 “예언대로 전륜성왕이 되어 샤카족의 미래를 밝혀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한다. 하지만 싯다르타는 “내가 전륜성왕이 된다 해도, 불평등한 세상은 여전하고 진정한 해답 없이 살아가면,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나요?”라며 갈등한다.

   
▲ 신에게 비는 농경제 장면, 제사장의 독특한 의상과 음향으로 몰입도가 좋은 장면 중 하나다.

궁 밖에서 전염병자를 만나 인간의 고통을 목도한 싯다르타는 그들을 돌봐주는 사문을 만난다. 병자 근처로 가지 못하는 자신과 달리 사문은 평온해보였다. 싯다르타는 거기에서 깨닫고 노래한다.

진리가 나에게 올 거라고 난 생각했지.

노력하면 알게 될 거라고 난 생각했지.

하지만 나서지 않으면 찾을 수 없고, 행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네.

세상은 스스로 바뀌지 않는다네.

나 혼자 생각하고, 나 혼자 상상할 때,

삶은 고통으로 가득 차고 외로워지네.

-중략-

영원한 새로운 길.

그 길을 찾아 떠난다.

출가를 결심하는 싯다르타와 옆에서 슬프게 바라보는 충실한 하인 춘다. 모든 조명이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환희에 찬 모습의 싯다르타를 비추고 1부의 막이 내렸다.

   
▲ 강렬한 마라의 등장. 여성과 권력 등 갖가지 탐욕으로 싯다르타를 자극한다.

2부는 온전히 출가한 싯다르타의 고행 장면이다. 6년간의 고행으로 피골이 상접해 곧 쓰러질 것 같은 그를 마라가 찾아온다.

마라는 싯다르타에게 그 정도면 깨달은 거라 칭찬하며 여기서 멈추라고 한다. 마라는 권력을 가진 왕의 모습으로 등장해 그에게 거대권력을 주겠다 꼬드겨 보기도 하고, 섹시한 여성을 거느리고 와서 자극하기도 한다. 하지만 단호하게 거절하는 싯다르타.

이런 싯다르타가 가장 괴로워한 것은 아버지, 어머니, 아내, 그리고 백성들의 환영이 나타나 애타게 그에게 돌아오라고 외칠 때였다. 인간적인 싯다르타의 모습이 잘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또한 그는 자신이 고행을 통해서 깨달은 것이 없다는 자성으로 울부짖는다.

마라와의 밀고 당기는 장면은 팽팽하게 이어진다. 그렇게 마라를 상대하던 어느 순간, 싯다르타는 알게 된다. 마라가 자신에게서 나온 분노, 어리석음과 탐욕인 줄. 그러자 그렇게 극성스럽던 마라가 사라진다. 싯다르타는 깨달은 바를 노래한다.

   
▲ 자신의 탐욕과 어리석음을 넘어서 붓다가 된 후, 온화하고 당당하게 자신을 찾아온 이를 맞이한다.

바르게 보고, 바르게 생각하고, 바르게 말하고……. 8정도와 중도, 연기법을 노래하는 그에게 다시 조명이 모아지며 빛나는 사람이 된다. 깨달은 이, 붓다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 그는 바위처럼 홀로 앉아서도 무대를 가득 채웠다. 마지막 붓다의 노래가 울리며 극이 끝난다.

홀로 있지 않아.

살아있는 모든 게 서로가 서로의,

인연과 인연으로 모두 다 이어져 있다. 모두 다.

출연자 모두 나와 커튼콜 인사할 때, 관객들의 함성이 이어졌다. 특히 감초처럼 등장한 찬다 역의 이훈진, 카리스마 있는 마라 역의 서승원, 그리고 주인공 싯다르타 역의 곽동현 배우에게 박수가 쏟아졌다.

극이 끝나고 나온 관객들 대부분이 만족하며, 감동으로 상기된 표정이었다.

이날 공연은 8시에 시작해 휴식시간을 포함해 2시간 20분 정도였으며 곽동현, 최은미, 서승원의 캐스트가 있었다. 이유, 노을, 최동원 배우가 교차 출연하고 있다.

뮤지컬 〈싯다르타〉는 매주 월요일과 추석 당일인 13일을 제외하고 29일까지 목·금요일 오후 8시, 토·일요일 오후 2시· 6시, 화·수요일은 오후 3시에 공연한다.

이 가을, 2600년 전 싯다르타의 위대한 고민과 빛나는 결실의 현장에서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갖는 건 어떨까. 신나는 춤과 아름다운 가사의 노래는 덤으로 받는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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