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이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교수신문 필진, 일간지 칼럼니스트, 주요학회장, 전국대학 교수(협의)회 회장 등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응답자 216명 가운데 43%가 ‘방기곡경’을 올해의 사자성어로 뽑았다고 합니다.
올해 “정치권과 정부에서 세종시법 수정과 4대강 사업, 미디어법의 처리 등을 비롯한 여러 정치적 갈등을 안고 있는 문제를 국민의 동의와 같은 정당한 방법을 거치지 않고 독단으로 처리해온 행태를 비유하고, 한국의 정치가 올바르고 큰 길로 복귀하기를 바라는 소망”까지 반영한 사자성어로 ‘방기곡경’을 뽑았다고 합니다.
‘방기곡경(旁岐曲逕)’은 “샛길과 굽은 길로서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큰 길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일을 바른 길을 좇아서 정당하고 순탄하게 하지 않고 그릇된 수단을 써서 억지로 함을 비유하는 말입니다.
새해의 희망을 담은 사자성어를 꼽는다면 저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을 뽑고 싶습니다. 이는 “남과 화목(和睦)하게 지내지만 자기(自己)의 중심(中心)과 원칙(原則)을 잃지 않는 것”을 뜻하는 말입니다.
‘화이부동’은 우리사회의 정치, 경제, 종교, 문화 등 각양각색의 다양성을 인정하며 모두가 함께 어울리는 것의 중요성을 담고 있습니다. 새해의 새 희망은 ‘조화’로부터 출발해야겠습니다. 조화는 나와 다른 사람의 ‘다름’을 인정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나와 남이 모두 똑같을 수는 없습니다. 바로 ‘조화’가 해결점입니다. 마치 서로 다른 음률이 좋은 화음을 이루는 것과 같습니다.
요즘 우리사회의 화두는 ‘소통’입니다. 소통은 일방통행일 수 없습니다. 결국 공존을 위해서는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데서 소통의 출발점을 찾아야 합니다.
옛글에도 군자들의 사귐은 서로 진심으로 어울려 조화롭지만, 그렇다고 의리를 굽혀서까지 모든 견해에 ‘같게 되기’를 구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반면에 소인배들의 사귐은 이해가 같다면 의리를 굽혀서까지 ‘같게 되기’를 구하지만 서로 진심으로 어울려 조화롭지는 못하다고 했습니다.
부처님이 말씀하신 ‘지혜의 눈’은 다양한 차별 속에서 동질성을 볼 줄 알고, 또한 동질성속에서의 다양한 차별을 볼 줄 아는 큰 안목을 가리킵니다.
우리 사회는 참으로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불화가 많은 시기를 보냈습니다. 이럴 때 일수록 더욱 소중한 것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조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남과 북이 이념과 체제는 다르지만 민족의 공동체로서 공존해야할 것입니다. 또한 정치적으로도 여와 야의 견해가 서로 다르지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결국 소통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사회적 강자와 약자, 경제적 강자와 약자 모두 함께 가야할 것입니다.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계층간의 ‘소통’이 원만히 이루어져 조화로운 세상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법진 스님/본지 발행인
법진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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