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자유를 찾아 신세계로 모험을 감행한 선조들을 싣고 온 메이플라워호의 스토리와 그들이 인디언과 함께 맞이하는 첫 번째 추수감사절 풍경은 미국이라는 국가의 축복받은 출발로 사람들에게 각인되어 왔으며 역사박물관 등에도 아름답게 전시되어 있다. 이런 모습은 그 진실 여부에 관계없이 미국 정치인들과 역사가들에 대해 퍼뜨려지고 교육되었다. 1만년도 넘는 오랜 시간 동안 그 땅을 지키며 그곳의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온 원주민들의 삶, 풍요로운 영적 문화, 그리고 1620년 메이플라워호 이후 물밀듯이 대서양을 건너온 이주민들에 의해 자행된 거침없는 정복과 식민화 과정 속의 끔찍한 사건들에 대해서는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없었다. 하지만 정복과 식민화는 300여 년 동안 서부로 밀고 들어가며 계속되었고 그동안 수백만의 원주민들이 학살당했다.

“전투에서 죽은 인디언들의 시체를 태우는 불꽃 속에서 흘러내리는 핏물이 강을 이뤄 흘러가는 광경은 처절하고 너무나 무서웠다. 그보다 더 끔찍한 것은 그 시체에서 나오는 악취였다. 피쿼트 인디언들을 이길 수 있게 해준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에 대해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 1676년 초기 인디언 전쟁 가운데 가장 극렬했던 것으로 알려진 피쿼트 족과의 전투에 관해 윌리엄 브래드퍼드 주지사가 쓴 《플리머스 개척사》라는 책에 기술된 내용

내년 2020년은 메이플라워호가 35명의 청교도와 다른 이주자들을 싣고 미국에 도착한지 400년이 되는 해이다. 이들은 후에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Pilgrim Fathers)이라고 불리지만 그러나 사실 이들이 최초의 이주민은 아니다. 원주민들이 정착해 살아온 아메리카 대륙에 유럽으로부터 이주민들이 처음으로 들어온 때는 그보다 더 이전이었다. 특히 1607년에는 일단의 이주민들이 지금의 리치먼드에 자리 잡고 그곳을 제임스타운이라고 이름 지었다. 땅에 대한 열망이 가득했던 그들과 원주민들과 충돌은 불가피한 것이었는데 유럽인들의 무기보다 더 치명적인 타격은 청정지역이었던 아메리카 대륙에 외래인과 함께 유입된 낯선 병균으로 인한 전염병이었다. 특히 1616년부터 1619년까지 동부해안지역의 원주민들은 천연두로 의심되는 전염병으로 인해 수도 없이 죽어나갔다. 수만 명의 인구가 수백 명으로 줄어들고 한 마을이 전멸되는 상황이 속출했다. 다음 해인 1620년 겨울, 102명의 이주자들이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현재의 플리머스 항에 도착해 정착했다. 이후의 아메리카대륙의 역사는 본격적인 정복과 원주민 대학살의 역사이다.

1616년부터 1619년까지 전염병 창궐로 각 마을의 90~100% 인구가 감소했고 이렇게 죽어간 원주민들은 제대로 된 장례의식도 치르지 못하고 시체가 산을 이루었다. 동부해안 지역인 메인 주에서 매사추세츠 주까지의 마을에서 벌어진 일이다. 후에 메이플라워 이주민들에 의해 플리머스로 명명된 파투세트마을도 전염병으로 주민들이 몰살당한 곳이다.

매사추세츠의 일단의 불자들과 평화 운동가들이 5월 31일부터 6월 22일까지 미국의 초창기 개척의 역사에서 희생된 원주민들, 특히 전염병으로 목숨을 잃은 원주민들을 추모하기 위해 도보 순례를 펼쳤다.

추모행진은 현실적 아픔에 대한 위대한 치유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위한 추모 평화행진은 1917년 니치다츠 후지이(1885-1985)에 의해 1917년 설립된 일본산 묘법사(日本山 妙法寺: Nipposan Myohoji) 교단이 주최했다. 1933년 인도에서 포교활동을 하던 그는 간디를 만나 큰 자극을 받고 세계평화에 헌신할 것을 결심했다. 2차 대전 후 평화운동을 펼치며 세계 여러 지역에 사찰 활동을 겸한 평화의 탑을 건설했다. 1984년 그의 원주민 지원 활동에 대한 답례로 원주민 활동가가 모히칸 선조의 땅을 기증했고 그곳에 평화의 탑과 사찰, 커뮤니티 센터 등이 건설되었다.

당시 전염병으로 거의 몰살당한 왐파노아그족의 한 후손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마음을 열 때 한 걸음, 한 호흡마다 우리의 몸이 거룩한 치유를 향해 열리게 됩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 선조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원주민들이 이해했던 지혜들로 우리의 의식과 의지가 변화하게 됩니다. 그 지혜는 바로 우리의 삶은 신성함과 함께 한다는 것입니다.” (Massachusetts Peace Action)

5월 31일 매사추세츠 주 레버레트의 평화의 탑에서 개회식을 가진 순례단은 포틀랜드, 암허스트, 랭카스터, 콩코드, 보스턴, 브리스틀, 플리머스를 거쳐 6월 22일 매쉬피에 이르기까지 매사추세츠, 메인, 코네티컷, 로드 아일랜드 주를 행진했다. 일정에는 피쿼트 대학살로 유명한 코네티컷 주의 미스틱도 포함되었다. 금년 순례는 2020년 메이플라워호 상륙 400년을 맞아 시행되고 있는 5년에 걸친 평화 행진의 네 번째 행사다. 이들은 원주민뿐만 아니라 식민화 과정에서 폭력으로 목숨을 잃은 이주민들을 위해서도 기도했다.

“이 나라가 인종 학살과 노예제에 토대를 두고 건설되었다는 것이 명백한 진실입니다. 이것을 정직하게 논의하지 않는다면 치유는 불가능합니다. 화해의 첫 걸음은 진실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화해를 통해 어떤 의미로든 희망으로 나아가려 하면 우리가 서로 공유하고 있는 역사에 대해 말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 우리는 이로 인해 당한 다른 사람들의 인식과 우리 자신의 고통에 직면하기를 두려워하지만 이러한 시작 없이는 우리 사이에 진정한 합일은 없습니다,”

메인주의 페놉스코트 부족의 영적 치유자이며 스승인 쉐리 미첼은 강조했다.

“우리가 함께 함으로써 미래로 향한 길을 활짝 열 수 있습니다. 함께 걸으면서 안으로 우리를 변화시키고 밖으로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마음을 열게 됩니다.”

(참조 http://www.newenglandpeacepagod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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