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후가 점점 아열대기후로 변하고 있는 것이 몸으로 느껴지는 계절이다. 이렇게 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 시원한 오이냉국 한 그릇으로 갈증을 달래고 잃은 입맛까지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오이냉국을 소개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춥거나 더워지면, 그때에 맞는 음식부터 챙겨 먹으려 한다.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열치열’이라는 말은 더위는 찬 것보다 더운 것으로 다스리라는 뜻이지만, 더우면 우선 시원한 것부터 찾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나는 한때 등산을 좋아해서 매주 배낭을 메고 설악산 대청봉을 비롯해 지리산, 한라산, 백두산에 올랐고, 겨울 등정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럴 때면 으레 오이가 필수품이었다.

오이는 갈증을 풀어주고 산행으로 오른 열을 내려주며, 푸른 엽록소에 들어 있는 비타민 C와 90% 이상의 수분은 몸의 피로를 회복시켜 주는 효능이 있다. 해수욕장의 강한 햇빛에 데었을 때도 오이를 강판에 갈아서 즙을 내 자주 바꿔가며 붙이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초등학교 때 빨래하는 어머니를 따라 하루 종일 강가에서 물장난을 치고 놀다가 등에 물집이 잡혀 따가워서 잠을 못 이룬 적이 있었다. 이튿날 어머니가 오이를 강판에 갈아 헝겊에 싸서 자주 갈아 붙여주자 흉터 없이 나은 기억이 있다.

오이는 또한 이뇨작용이 있어서 부종 치료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고, 여름에 아이들 땀띠가 극성을 부릴 때 오이를 먹이거나 즙을 발라주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오이에 들어 있는 칼륨은 몸속의 나트륨을 배출시키며 알코올을 분해하고 피부 노화를 방지한다.

오이냉국에 오이와 함께 들어가는 파프리카는 남아메리카와 중앙아메리카의 열대지역이 원산지인데 오늘날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생산되며 알록달록한 색깔로 각종 음식의 중요한 재료로 자리 잡고 있다. 사찰음식에는 원래 파프리카를 넣지 않았으나 요즘은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음식은 시장기를 달래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대인들에게는 눈으로 보는 미감(美感)과 혀로 느끼는 식감, 코로 느끼는 향기가 모두 모여 ‘맛의 향연’을 즐기는 소재가 되고 있다. 눈으로 즐기는 맛을 돋우기 위해 파프리카와 같은 천연색 식품을 넣음으로써 더 맛있는 밥상을 만들어 먹는 사람들에게 더욱 큰 즐거움을 준다. 파프리카는 가지과 고추속에 속하는 단고추의 일종으로, 영양 면에서 다른 채소에 뒤지지 않는 좋은 먹을거리다. 100그램에 20칼로리 정도의 저열량 다이어트 식품으로 철분, 토코페롤, 비타민 A, 비타민 C, 칼슘 등이 영양 밸런스를 맞춰 주는 중요한 식품 중 하나다.

스트레스 해소, 노화 방지, 감기 예방, 항암 효과, 면역 증강 등의 다양한 효능을 화려한 파프리카의 색과 연결시켜 볼 수 있는데, 파프리카의 붉은색은 어린이의 성장을 촉진시키며 관상동맥 예방과 노화 방지 및 항암 효능이, 노란색 파프리카에는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생체리듬을 유지하는 효능이 있다. 주황색 파프리카는 아토피와 감기를 예방하고 초록색은 빈혈 예방과 탈모 방지, 호흡기에 좋다고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파프리카는 멜라닌 색소 생성을 억제해서 기미와 주근깨를 없애는 효능까지 있으며, 토마토의 5배, 레몬의 2배에 달하는 비타민이 들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한정된 식비로 가족의 건강을 지켜야 하는 주부들에게는 단연 일등 효자 식품이다.

오이냉국에 오이만 넣으면 몸이 냉한 사람에게는 조금 덜 좋을 수 있지만, 붉고 노란 파프리카를 곁들이면 온기가 더해져 비장과 위를 보호해준다. 또한 고추씨는 속을 덥혀주고, 다시마는 당뇨병 예방, 변비 개선과 뱃살 제거에 좋다. 무에는 소화를 돕고 해독을 하는 효능이 있다.

오이냉국은 아마도 이 계절에 가장 어울리는 대표적인 한국인의 음식일 것이다. 저녁 식탁에 시원한 오이냉국을 올려 이번 여름의 무더위도 건강하게 이겨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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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냉국

오이 1개, 빨강 파프리카 1/2개, 노랑 파프리카 1/2개, 집간장 1작은술, 황설탕 1작은술, 사과식초 1작은술, 야채수 2컵, 통깨, 천일염

1. 먼저 야채수를 만들어 식혀둔다. (야채수: 무 30g, 다시마 5g, 고추씨 1작은술, 파프리카씨와 물 3컵을 냄비에 넣고 10분 정도 끓인다.)

2. 오이와 파프리카를 수세미로 닦으면서 씻는다.

3. 오이는 돌려깎기로 씨를 빼내고 채 썬다.

4. 파프리카는 각각 아래 위를 자르고 반으로 갈라서 씨를 칼로 도려낸다.

5. 파프리카를 각각 3장으로 포를 떠서 오이채와 같은 크기로 채를 썬다.

6. 차게 식힌 야채수에 집간장, 식초, 설탕을 넣어 간을 맞추되 싱거우면 천일염으로 보충한다.

7. 간을 맞춘 야채수에 채 썬 오이와 파프리카를 넣고 잘 섞은 다음, 통깨를 살짝 뿌려서 상에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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