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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에서 생긴 ‘미망’, 어떻게 할까?
《불교는 왜 진실인가》, 번역과 출판한 이재석 마음친구 대표
2019년 07월 11일 (목) 15:18:51 박선영 기자 budjn2009@gmail.com
   
 

자연선택이 우리가 정당한 분노에 끌리게 만든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소규모 수렵채집 마을에서 누군가 당신을 악의적으로 이용했다면(당신의 음식을 훔치거나 당신의 짝을 가로채거나 아니면 단지 당신을 무시했다면) 당신은 본때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당신을 함부로 대해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그들은 계속해서 당신을 무시할 것이기 때문이다. 더 나쁜 것은, 당신이 관계를 맺고 있는 다른 사람들까지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친밀하고 변화가 느린 사회에서는 나에게 가해지는 부당한 대우에 크게 분노하며 상대와 주먹다짐까지 할 필요가 얼마든지 있었다. 설령 싸움에 지더라도(혹은 아주 심하게 얻어맞더라도) 당신은 당신을 무시한 대가를 어떻게든 치르게 된다는 메시지를 주변에 분명히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메시지는 앞으로 두고두고 당신에게 이롭게 작용할 것이었다.

이쯤에서 당신은 오늘날 도로에서 일어나는 분노의 느낌이 가진 불합리성에 생각이 미칠 것이다. 당신이 보복하고 싶은 무례한 운전자는 당신이 다시는 얼굴을 보지 않을 사람이다. 그리고 당신의 복수 장면을 옆에서 목격하는 다른 운전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이 경우 당신이 분노를 일으킨다고 해서 당신에게 이로운 것은 아무것도 없다. 반면 이때 당신이 분노를 일으킨 대가는 어떤가? 시속 130킬로미터로 앞 차를 추격하는 행위는 수렵채집 사회의 주먹다짐보다 죽음에 이를 확률이 훨씬 높다.

그러므로 보복 운전에서 느끼는 분노의 느낌은 ‘거짓’ 느낌이라고 할 수 있다. 언뜻 좋게 느껴지지만 실은 환영인 느낌이기 때문이다. 이 느낌에 마냥 끌려간다면 나에게 이롭지 않은 행동을 하게 될 것이다.

《불교는 왜 진실인가》 중에서

자신이나 공동체에 도움이 되지 않는 불합리한 감정, 단지 조상 대대로 이어져 왔기 때문에 지속되는 감정, 이는 ‘미망’으로 분류된다. 이에 끌려 다니지 않고 끊어내기 위한 작업으로 ‘명상’이 대두되고 있다.

진화심리학자이자 《불교는 왜 진실인가》의 저자 로버트 라이트는 전작 《도덕적 동물》에서 “진화심리학은 인간의 뇌가 인간을 잘못 이끌고 심지어 노예 상태에 빠지도록 자연선택에 의해 만들어진 방식을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다소 과격하게 말했다. 불교의 위빠사나 명상을 체험한 후 쓴 《불교는 왜 진실인가》에서는 “우리가 구하는 쾌락은 빠르게 사라지며 결국엔 더 큰 쾌락을 갈망하게 된다는 것이 붓다가 전하는 메시지”라고 밝힌다.

즉 이 책은 쾌락을 추구하는 자연선택 방식으로 진화한 인간을 바로잡기 위해 불교명상을 선택하게 된 이야기이다.

책을 직접 번역해 출판한 도서출판 ‘마음친구’의 이재석 대표를 만나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불교명상’을 키워드로 직접 번역하며 1인 출판

   
▲ 마음친구 이재석 대표.

우선 이 책은 뉴욕타임스의 베스트셀러이며 전 세계 20개국으로 번역돼 나갔다. 저자는 진화심리학 관련 《세 과학자와 그들의 신》과 《도덕적 동물》, 《신의 진화》 등의 저서로 ‘전미 도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하는 등 주목받는 저술가로 부상했다. 전작 《도덕적 동물》은 우리나라에도 번역돼 많은 사랑을 받았다. 전작이 인기를 얻으면 출판사들이 에이전시를 통해 작가의 후속작을 출판하고 싶어 하는데 이번 후속작이 ‘불교’를 전면에 내세운 탓에 한국에는 원하는 출판사가 별로 없었다. 원문을 읽으면서 이재석 대표는 자신이 생각하던 많은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 판권을 가져왔다.

이재석 대표는 에이전시를 통해 책을 선택하고 번역하고 출판하는 일을 혼자 하는 1인 출판사를 운영한다.

그는 이전에 대형 출판사 편집자로 근무하기도 했고, 출판저작권 에이전시에서 근무한 경력도 있다. 어느 순간 스트레스 해소의 방법으로 ‘명상’이 회자되는 걸 보고 직접 체험해보고자 위빠사나 수행처인 보리수선원을 찾았다. 부처님 당시의 수행법은 체계적이고 명확한 방식이라 마음이 끌려 5년 정도 열심히 수행했다. 그 뒤 직장에서 나와 혼자 출판사 운영하며 고군분투하느라 현재는 예전만큼 지속해서 수행하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왜 불교와 명상, 진화심리학을 결합한 책을 출판했을까?

“동양의 오랜 전통으로 2천5백 년 이상 이어져 온 불교 명상이 점점 더 많은 과학적 근거를 얻으면서 인간을 무지와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실제적 방법론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진화심리학이라는 과학의 렌즈에 비추었을 때도 불교의 제안이 진실에 가까움을 보여줍니다.”

마음챙김 명상은 서구의 의료와 교육 분야에서 주목받는 치유 패러다임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한다. 〈타임〉 지는 2014년 2월호에 서양에서 불고 있는 명상 열풍을 언급한 ‘마음챙김 혁명’이라는 제목의 표지 기사를 실었다.

이미 진화심리학자이자 저널리스트로 미국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로버트 라이트는 이 책에서 자신이 불교 명상, 특히 마음챙김 명상을 하게 된 계기를 비롯해 체험하면서 겪은 사소한 실상, 그리고 본인의 변화와 깨달은 바를 구체적으로 기록한다.

이 대표는 다시 이렇게 덧붙인다.

“이 책은 불교와 진화론의 이론적 적합성을 치밀하게 논증하는 책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인간이 지금과 같은 미망에 빠진 근본 원인을 진화심리학의 통찰로 근거를 댄 뒤, 인간이 미망에서 실제로 벗어나는 방법론으로 불교 명상의 유효성을 보입니다.”

이 대표는 자신의 관심인 불교 명상을 출판의 주제로 삼는다. 이전 마음친구에서 출판한 《스마트폰을 이기는 아이》는 ‘2018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가 됐다. 이 책은 아동의 주의력에 관한 내용으로 자녀의 디지털 습관을 지도하는 방법과 함께 자발주의의 일종인 마음챙김 명상, 자녀와의 소통을 향상하는 적극적 경청 등의 방법을 소개한다.

이 대표가 이 책을 출판한 것도 마음챙김 명상을 아이들에게 적용해 현대사회에서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는 스마트폰 중독에 실제 도움이 되도록 하려는 목적이었다.

그는 ‘삶의 무게로부터 가벼워지는 기술’이라는 부제로 현재 조셉 골드스타인의 《통찰명상(가제)》을 하반기 출간을 목표로 번역하고 있다. 그의 번역은 문장 하나 허투루 넘어가는 법이 없다. 실제 《불교는 왜 진실일가》을 읽으면서 조사가 잘못됐거나 오자가 있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는 얼마나 여러 번 자신의 글을 읽고 수정했는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 진화심리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로버트 라이트.

미망의 원인·진행 알려준 다윈,

그 문제의 대처법 알려준 붓다

이제 《불교는 왜 진실일가》로 들어가 보자. 책을 보면 로버트 라이트 자신은 스스로를 깐깐하고 냉철한 지성의 소유자이며 다정다감한 성격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처럼 까다로운 성격의 사람이 명상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들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며 자신을 ‘실험용 쥐’에 비유하기도 한다.

자신의 실험을 거쳐 로버트 라이트가 내린 결론은 “고통으로 가득하고 미망으로 가득한 인간의 삶에 괴로움을 종식하는 방법을 불교가 제공”한다는 것이다. 불교 중에서도 특히 마음챙김 명상에 한정해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가 말하는 마음챙김 명상은 “마음을 고요하게 하고 그렇게 얻어진 고요한 마음으로 모든 대상을 특별한 면밀함과 명료함으로 관찰하는 훈련”이며 “관찰의 대상은 소리, 신체 감각 등 우리의 의식의 장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라고 한다. 그중에서도 “우리의 지각과 생각, 행동을 주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느낌’에 대한 면밀한 관찰”이라고 덧붙인다.

자아에 관해 로버트 라이트가 책에 기술한 대목을 보자.

당신의 마음은 먹고 먹히는 정글과 같은 경쟁의 세계이다. 나쁜 소식은 당신이 당신의 마음이라는 정글에서 왕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좋은 소식은 당신이 왕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역설적으로 참된 권력을 쥐는 첫걸음이라는 점이다. 물론 당신이 왕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이것은 비단 왕이 되는 것이 멋진 일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실제로 자신이 왕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신의 행동을 책임지고 행하는 의식하는 자아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을, 언제 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주체도 의식하는 자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 간의 많은 실험을 보면 의식하는 자아가 존재한다는 생각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불교는 왜 진실인가》 중에서

저자는 자연선택에서 비롯한 생존과 번식이라는 본능, 그에 따른 갖가지 미망에는 ‘자아’에 관한 환영이 자리한다고 보았다. 자아가 존재한다는 환영에서 벗어나는 것이 고통을 벗어나는 길이며 자신의 경험상 불교명상, 특히 마음챙김 명상을 체험할 것을 권하고 있다.

이 책은 ‘진화심리학에서 분석한 미망 → 미망의 본질은 자아가 존재한다는 환상 → 마음챙김 명상으로 환상을 지움 →진실이 드러나는 작은 순간이 쌓여 행복을 경험’하는 형식으로 진행한다. 그 사이 사이에 뇌과학과 심리학의 최신 이론에 진화에 관한 이해를 더한 결과가 예시로 들어가 흥미를 더한다. 과학적 데이터는 독자로 하여금 신뢰를 갖게 하는데 이는 현재 서양의 지식인들이 불교를 대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다가올 5G시대에, 특히 젊은 층으로 불교를 전파하려면 반드시 사전에 작업해야 할 것이 ‘붓다’와 ‘다윈’의 만남이다. 이 책이 미국에서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로 선정되며 관심을 받는데 아직 한국에서는 붓다와 다윈의 만남을 적극적으로 환호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국불교가 진화론에 대한 이해를 키우고 과학을 기반으로 불교를 펼치는 데 이 책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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