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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 박새를 보며
2019년 06월 17일 (월) 13:57:40 이민형 성미산 채비움서당 훈장

봄이 아직 깊어지지 않을 무렵의 새벽은 푸르스름한 하늘빛과 코끝이 차가운 바람결이 골골에 남아서인지 제법 두툼한 겉옷을 걸치고 뒷동산에 올랐다. 지대가 높지 않아서 꼬마산이라고 할 정도라 여느 등산하고는 다른 발걸음을 내딛는다.

내가 살고 있는 성미산자락의 마을은 창문을 열면 산새소리를 들을 수 있고 숲향이 집안 곳곳에 바람 타고 들어와서 여기가 도시인지 깊은 숲속인지 착각할 때가 있다. 그래서인가 산책이라는 말이 어울릴 만한 뒷동산을 오르는 것은 도심에서 누리는 아주 소박하고 편안하며 넉넉한 일상의 포행이요 풍경이다.

산에 오를 때마다 빼놓지 않고 가져가는 물건이 있는데 사진기이다. 몇 해 동안 용돈을 꼬박꼬박 모아서 어렵게 장만한 것이라 나의 보물 1호쯤 된다. 새를 마주치면 얼른 날아가는 모습을 찍고, 새로 피어난 야생화도 찍고, 간혹 인근 어린이집 아이들도 찍어주고 종종 산에서 만나면 마을 주민들도 찍어주다 보니 어느새 내가 동네의 역사를 기록하는 기록자가 돼버렸다.

   
▲ 새둥지 재료를 구하는 박새.

새살림에 바쁜 박새

이른 봄날 아침 해가 동산으로부터 한 뼘 만큼 올라왔을 때 숲에서 박새 한 마리를 만났다. 풀숲에 내려 앉아서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었다. 발걸음을 멈추고 숨을 고르며 유심히 바라보니 마른 풀잎과 작은 나뭇가지를 모으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둥지를 지으려 재료를 모으는 중이었다.

고사리손 정도의 크기인 박새의 분주한 모습이 신기하여 조심스레 따라 다니기 시작했다. 2시간 남짓을 나무 뒤에 숨기도 하고 바닥에 웅크려서 열중하는 박새의 모습을 관찰하였다. 낮은 포복으로 유격훈련 하듯이 바닥을 기어다니기도 하였다.

그런 나의 행동을 처음엔 매우 경계하였다. 하지만 집 짓는 공사가 박새에게는 큰일이고 시급한 일이라 한눈 팔 새가 없어보였다. 적당한 거리를 두다가 좀 더 가까이 가서 보고 싶은 생각에 5m까지 접근하던 순간 박새와 눈이 마주쳤다. 너무 놀랐는지 그 작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는 셔터를 눌렀고 박새는 숲으로 날아가 버렸다. 떠나면서 “나 엄청 바쁘거든”이라는 외마디를 남기는 듯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본격적인 봄인 5월, 이때가 되면 새들은 새 생명을 품는다. 어미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해가 정수리를 비출 때 쯤 숲의 외진 나무에서 낯익은 새의 소리가 들려왔다. 한 둘이 아닌 듯 소란스럽하다. 직감적으로 새둥지라는 걸 알아채고 그 소리를 따라 낮은 자세를 취하며 나무 하나하나를 꼼꼼히 살폈다.

“시필사명(視必思明, ‘볼 때는 꼭 밝게 본다’는 《사자소학》 내용)”이라고 했던가. 정확하고 꼼꼼하게 바라보았다. 새둥지를 확인하고서는 숨소리마저 어린 아가의 그것같이 새곤새곤 부드럽게 들이마셨다가 천천히 내쉬어 자연과 하나 되며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새끼의 배설물을 처리하는 어미 박새.

먹이고 씻기는 자식 향한 정성

총 네 마리의 알을 부화 시킨 박새가 쉴 새 없이 먹잇감을 물어 오면 그 어미의 소리를 들은 아가 새들이 목청을 높였다. 어미는 여러 번 입질을 시켜보다가 가장 건강한 새끼에게 배불리 먹인다. 그리곤 배설물을 받아 입에 물고선 둥지로부터 멀리 날아가 버리고 온다.

10여 년 전 오대산에 살 때 우연히 새둥지의 알들을 본 일이 있었는데 새둥지나 알이 모두 아주 정갈해서 놀랐다. 새끼들의 위생과 천적으로부터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인간의 삶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 느꼈다. 한창이던 봄날의 박새는 통통하고 귀여웠는데 어미가 된 모습은 육아에 지치고 경쟁사회에서 힘들어하는 인간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미물일지라도 이렇듯 부모가 되고 나면 그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뭉클한 감정이 일어났다.

어미 새의 모습을 보면서 문득 오대산에 계시는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나의 부모님 또한 아름답던 시절이 있었을 터이지만 그 고운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다. 검은 머리엔 하얀 눈이 내렸고 치아는 빠져버려 음식도 제대로 드시지 못하게 되었다. 부모님의 은혜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더욱 깊어지는데 옥(玉)같이 빛나던 그 모습은 검버섯이 피었고 손 마디마디는 구부러지고 거칠어져서 나무등걸 같다.

구부정해진 등과 허리 그리고 뒤뚱뒤뚱 걸으시면서도 오랜만에 찾아간 자식 위해 기어이 아침밥을 손수 지으시는 뒷모습이 떠올랐다. 한평생 자식 위해 온갖 더러움도 마다하지 않고 씻어주고 아껴주신 사랑 때문에 당신의 빛나는 때가 지났겠구나 생각하니 먹먹함이 밀려왔다.

오직 자식을 위해 수고를 수고로 여기지 않으셨던 일이 켜켜이 쌓여 고스란히 어머니의 모습을 바꾸어 버린 것이었다.

부모은중경에 그에 꼭 맞는 구절이 있다.

세탁부정은(洗濯不淨恩) 깨끗하지 않은 것을 씻어주는 은혜

억석미용질(憶昔美容質) 자미심풍농(姿媚甚豊濃) 미분취류색(眉分翠柳色) 양검탈연홍(兩臉奪蓮紅)

은심최옥모(恩深嶊玉貌) 세탁손반용(洗濯損盤龍) 지위련남녀(只爲憐男女) 자모개안용(慈母改顔容)

아, 예전의 아름답던 얼굴 아리따운 그 모습 소담한 몸매,

두 눈썹 푸른 버들잎과 같고 붉은 두 뺨은 연꽃 빛을 안은 듯 하시더니

은혜가 더할수록 구슬 같은 그 모습 여위었고 더러움 씻기다보니 주름살만 느셨네.

다만 아들딸만 생각하는 가없는 노고 자애로운 얼굴이 저리 변하셨네.

-《부모은중경 제7》

부모는 자식이 혼자 설 수 있을 때까지 한없는 사랑으로 보살펴야 되고 자식은 그 공을 알아 공경해야 하는데 작금의 세상 인심을 보면 부모가 자식을, 자식이 부모를 함부로 대하는 일이 종종 있다.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인품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로 성장하면 세상의 추함에 빠지기 쉬울 수밖에 없다.

어려서부터 자연을 벗 삼아 크면서 인성을 배우면 이런 문제가 많이 해결될 거라 생각한다.

성미산에 살고 있는 어미 새는 새 생명을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들을 위하고 지켜주다 보면 거기서 우리의 삶이 보인다. 그게 곧 우리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것이고 그러다 보면 우리는 또 성숙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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