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름나물은 여름이 제철인 나물(채소)이다. 시장에서 흔히 ‘비듬’이라 잘못 불리기도 한다. 사실 비름나물은 나물이라기보다는 뜰이나 밭둑, 논둑, 벌판에서 쑥쑥 자라서 잡초로 취급받기도 한다. 자라면서 하얀색 가루 같은 것이 잎사귀에 생겨 물로 씻으면 흰색 가루가 둥둥 뜬다. 때문에 아직도 비름을 잡초 정도로 여기고, 비름의 효용을 모르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알고 보면 현채(莧菜), 또는 장명채(長命菜, 먹으면 장수한다는 나물)로 불리는 비름은 그 성질은 차지만 맛은 달고 독성이 없는 여름 잎채소로서, 다양한 효험이 있다.

민간요법에서는 뱀에 물리거나 독충에 쏘였을 때 잎을 찧어 그 즙을 발랐다고 한다. 비름에 함유된 해독작용과 해열작용을 이용한 것이기도 하다. 한방에서는 심장을 강하게 하는 효능을 이용해서 혈압이 낮은 사람의 혈압을 높이는 데 사용한다. 따라서 고혈압에는 좋지 않다고 하니 삼가는 것이 좋겠다.

비름의 효능을 《채근담》에서는 ‘성질이 냉해서 염증을 가라앉히는 효능이 있어 피부병, 눈병, 종기에 좋다’라고 했다. 비름의 뿌리는 해열과 해 독작용을 하고 씨는 설사를 멈추게 하고 부종을 완화시키며, 생리불순 치료와 지혈작용의 효험이 있다.

비름은 또 단백질을 비롯해서 칼슘과 비타민이 풍부하며, 나물을 우려낸 물을 주근깨나 여드름, 종기가 난 피부에 바르거나 꾸준히 마시면 피부가 맑아지며, 무좀 치료 효과도 있다고 한다.

비름의 종류에는 개비름, 털비름, 색비름, 참비름 등이 있다. 시장에 나와 있는 비름은 주로 참비름으로 원산지가 인도라고 하나 한국, 중국, 타이완, 말레이시아에 분포해 있고, 꽃말은 ‘애정’이라고 한다.

내가 비름을 나물로 처음 먹어 본 것은 오래 전 열반하신 비구니 은사스님 덕이었다. 20여 년간 함께 산 남편을 억겁의 윤회 속으로 보내고 시름을 겪던 때였다.

쌀쌀한 봄바람이 비켜간 양지쪽 담 아래에서 스님이 “보살, 오늘은 이 나물 뜯어다가 비빔밥이나 해 먹자!” 하시며 내 손에 소쿠리를 맡기고, 뚝 뚝 잎을 뜯으셨다.

“스님, 이 풀을 먹을 수 있습니까?”

“이런 무지한 보살을 보았나! 이런 좋은 나물을 아직 먹어 본 적 없어? 이건 비듬나물이야! 봄에 스님들 기운 돋아주는 봄나물로 여름까지 계속 먹을 수 있지.”

무안해져서 나는 그냥 “네” 하고 대답할 뿐이었다.

공양간으로 간 스님은 팔을 걷어붙이고 뜯어 온 나물을 흐르는 물에 서너 번 깨끗이 씻어서 끓는 물에 데쳤다. 집간장과 참기름을 넣고 조물조물 무치더니 발우에 밥을 담았다. 금방 무친 나물과 고추장을 넣고 쓱쓱 비벼서 맛나게 드시면서 “이렇게 맛있는 걸 아직 모르는 보살이랑 같이 먹응께 더 맛있네!” 하셨다.

비름나물을 보면 어려웠던 시절의 은사스님 모습이 떠오르곤 한다.

근래 나는 사찰음식을 보존하고 알리는 일을 하면서 부쩍 비름나물을 자주 사용한다. 이유는 효능이나 맛이 여느 나물에도 뒤지지 않으면서 씹히는 맛도 부드럽고, 은은한 나물 향이 잃었던 입맛까지 돌아오게 해주기 때문이다. 더구나 값까지 싸서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건강식품이다.

줄기와 잎을 뜯어낸 자리에 다시 어린 순이 수를 배가하며 쑥쑥 자라 며칠이 지나면 한 끼 반찬으로 충분해지는 나물이다. 혹시 뜰에 한 포기쯤 있다면, 잡초라고 뽑아 버리지 말고 귀한 나물로 대접할 일이다.

시장에서 비름을 만나면 줄기는 떼어 야채수로 이용할 수 있으며, 잎은 데치거나 덖어 냉동실에 저장했다가 반찬거리가 부족할 때 사용하는 것도 좋다.

비름나물 무침

재료: 비름 200g, 집간장 1작은술, 참기름 1작은술, 황설탕 1/3작은술

1. 비름은 줄기를 떼어내고, 잎 부분만 흐르는 물에 여러 번 헹구어 소쿠리에 담아서 물기를 뺀다.

2.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데치거나 밑이 두꺼운 솥에다 덖은 다음 차게 식힌다.

3. 물기를 어느 정도 짜서 그릇에 담고 준비한 양념으로 조물조물 무쳐서 접시에 담아낸다.

※ 깨소금이나 호박씨 깐 것을 믹서에 곱게 빻아 넣으면 고소한 맛이 풍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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