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 행사가 지난 지 십일 밖에 되지 않았지만 오래 전 일처럼 느껴진다. 나흘 전(5월 23일)에는 ‘붓다의 날’ 행사가 있었다. 초파일의 부처님오신날과 보름날의 붓다의 날 행사를 모두 치렀다.

사월초파일이 부처님오신날이 된 근거는 무엇일까? 인터넷백과사전에 따르면 ‘경(經)과 논(論)에 석가모니가 태어난 날을 2월 8일 또는 4월 8일로 적고 있다’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니까야’와 같은 초기경전에는 부처님이 탄생한 날자가 구체적으로 명기 되어 있지 않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음력 사월 보름달이 뜬 날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1956년 부처님 열반 2500주년을 맞이하여 부처님의 탄생, 성도, 열반을 기념하는 날로 사월보름을 정하였다. 1999년에는 유엔에서 사월보름날을 공식으로 인정하였다.
한국불교에서 사월초파일날 불기 2563년 부처님오신날 행사를 가졌다. 그런데 사월초파일은 동아시아불교전통에 따르면 부처님이 탄생한 날을 기념하는 날이다. 이는 열반을 기준으로 한 불기와 맞지 않는다.

사월초파일이 되면 부처님 탄생게를 이야기한다. ‘대승 탄생게’와 ‘빠알리 탄생게’를 비교해 보면 전혀 다른 내용이다. ‘대승 탄생게’에는 천상천하유아독존하며 “하늘 위와 하늘아래 나 홀로 존귀하다.”라며 선언했지만, ‘빠알리 탄생게’에는 이런 말은 보이지 않는다. 빠알리 게송 전체를 보면 부처님의 탄생과, 성도와 전법과 열반이 모두 함축되어 있다. 더구나 “이것은 나의 최후의 태어남이다.”라 하여 이번 생이 마지막 태어남을 말한다. 또한 “나에게는 더 이상 다시 태어남은 없다.”라 하여 이번 생에서 완전한 열반에 들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그리고 최상자로서의 부처님은 성도를 강력하게 암시하고 있다. 성도가 되면 전법은 이루어진다.

‘빠알리 탄생게’는 탄생, 성도, 전법, 열반이라는 네 가지 사건이 모두 성취될 것임을 암시한다. 이렇게 본다면 네 가지는 모두 최후로 성취되는 것에 있어서는 모두 같은 것이다. 그래서 사월보름날에 탄생, 성도(전법 포함), 열반을 한날에 기념하는 것이다. 그리고 불기는 세 가지 사건 중에서 가장 나중의 열반을 기준으로 계산한 것이다. 이런 방식은 매우 타당한 것이다. 탄생, 성도(전법 포함), 열반을 한날에 기념하는 것은 경전적 근거가 있다.

<디가니까야> ‘완전한 열반의 큰 경’(D16)에서 부처님은 탄생지, 성도지, 초전법지, 그리고 열반지, 이 네 가지 장소를 다음과 같이 말씀했다.

“아난다여, 누구든지 이러한 성지순례를 한다면, 그들 모두는 몸이 파괴되고 죽은 뒤에 좋은 곳, 천상의 세계에 태어날 것이다.”(D16)

부처님은 네 가지 장소를 성지순례 하라고 했다. 이 네 곳을 순례하며 ‘경외의 념’을 품어야 한다고 했다. 초기경전을 보면 모든 것이 명백하다. 부처님은 네 가지 사건, 즉 탄생, 성도, 전법, 열반에 대해 기념하라고 했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사월보름날에 탄생과 성도(전법)와 열반을 한날에 동시에 치루는 근거가 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동아시아불교는 오로지 탄생 하나만 성대히 기념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부처님의 탄생, 성도, 열반이 각각 달라도 한날에 기념하는 것은 열반에 기준을 두고 있다. 그래서 불기는 열반부터 계산된다. 올해로 불기 2563년이라 하는 것은 탄생도 아니고 성도도 아니고 열반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이런 유례는 전 세계적으로 찾아 볼 수 없다. 왜 그럴까? 그것은 불교의 궁극적 목적이 열반이기 때문일 것이다.

세계적으로 사월보름날에 탄생, 성도, 열반을 한날에 기념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불교에서는 이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불기는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열반을 기준으로 한 불기를 사용하면서 사월초파일 기념행사는 탄생만 치른다. 이것은 명백한 모순이다. 그런데 이런 모순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야 한다. 모순이 있다면 고쳐야 한다. 잘못된 것을 잘못된 것일 줄도 모르고 계속 간다면 ‘무지’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반대로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계속 간다면 ‘위선’이라 볼 수 있다. 사월초파일 행사를 보면서 모순과 위선과 거짓을 본다. 이제 세계추세에 따라야 한다. 잘못된 것을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이병욱 | 다음블로그 ‘진흙속의 연꽃’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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