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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초대석] 드로잉으로 자성을 발견하다
〈호법신〉 전시 마친 손용수 화백
2019년 05월 31일 (금) 09:59:28 박선영 기자 budjn2009@gmail.com
   
▲ 중국 상해에서 화실 운영하며 작품활동하는 손용수 화백. 불교를 만난 후 그림 그리는 일을 자성을 발견하는 작업으로 여기고 있다.

손용수 작가는 서울대 미대에 입학한 후 아버지가 쓰러져 병상에 눕게 되자 순수미술을 포기했다. 졸업하고 자신이 활동하던 연극부 선배들이 많이 진출한 애니메이션 부문에 뛰어들었다. 손용수 씨는 중국에서 애니메이션 사업을 모색할 생각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중국미술학원 애니메이션 미디어대학 애니메이션과에서 석사를, 같은 학교 인터미디어대학 미술학과 박사과정을 마쳤다. 그 과정이 9년 걸렸다.

박사과정을 마치기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박사학위를 마치고 지도교수의 인연마저 끊어졌고 큰 허탈감이 몰려왔는데, 그때 지엄 스님이 그에게 ‘중현(重賢)’이라는 법명을 주며 그를 잡아주셨다. ‘거듭해서 현명한 이치를 공부하라’는 법명의 의미를 손용수 씨는 “그림을 그리며 나아가라”고 받아들였다.

한국에서 손을 놓은 순수미술을, 애니메이션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중국에서 다시 잡았다. 그런데 마음먹고 대규모 화실을 임대해 작업을 하려고 하는 중에 새로운 훼방꾼이 나타났다. 그건 다름 아닌 ‘공(空)’의 이치였다. 이제 막 불교에 입문한 그는 어렴풋이 공성(空性)을 접하고 ‘모든 것이 공성인데 나는 무엇을 그린다는 것인가?’라는 생각에 빠져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는 그때를 “단견에 빠져 허우적거렸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예술가는 숙명처럼 모든 사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그때의 사유조차 그림으로 기록했다. 그렇게 나온 ‘세상을 등지고’ 시리즈는 몸부림의 흔적이다.

다음해 6월 사천성 색달현의 연용사에서 실시하는 일주일 대법회에 참석하기 위해 도반들과 함께 지엄 스님을 따라 갔다. 그곳은 닝마파 스님들이 모여서 수행하는 곳인데 4600m의 고지로 장신(長身)인 장족들이 사는 지역이기도 하다.

그는 연용사에 도착하자 “참회가 저절로 됐다”고 한다. 동자승을 포함해 모든 스님이 척박한 환경에서 일체중생을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는 걸 보았기 때문이다. 마음은 편안해지고 무한한 가피를 느낄 수 있었다.

“연용사에서 일주일 동안 깊은 참회를 하면서 그 자리에 믿음의 심지가 생겼어요. 그간의 방황을 접는 계기가 되었지요.”

 

   
▲ “둘도 없고 다름도 없다 Body & Gesture 体用” 320 x 220cm, charcoal acrylic oil color on canvas, 2018


세상을 등졌던 화가, 이제 그림으로 수행 삼아

그의 스승 지엄 스님은 어떤 분인가?
티베트불교의 4대 종파 중 하나인 닝마파에서 천안제일 아나율 존자의 환생이라고 알려진 연용상사를 중국 남경대 유학 중 만나 법을 전승받은 지엄 스님,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중생구제와 불법포교를 위해 애쓰는 지엄 스님에 대해 손용수 화백은 한참을 설명했다. 그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세상을 등지던 그의 마음은 이제 세상으로 돌아왔다. 작가는 작품에 대한 최초의 목격자이며 그림 그리는 작업이 수용과 하심(下心)의 과정이라는 걸 알았다.

이 과정에서 그는 숯을 재료로 하는 시도와 데칼코마니로 자신의 사상을 표현하는 선택을 했다. 그는 숯을 “나무의 소멸 후에 남은 탄소화합물질을 다시 생성의 재료로 사용하는 작업은 윤회를 집약하는 상징적인 물질”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굵은 주제를 살리는 데 적합하고 다른 재료보다 경제적이라는 장점도 있다.

또 데칼코마니는 ‘번뇌가 곧 보리니, 둘도 없고 다름도 없다’는 불이사상을 표현하는 데 적격이라고 생각했다. 지혜와 복덕, 체(体)와 용(用), 생성과 소멸, 번뇌와 보리 등이 나뉘어있지만 실상은 서로 다르지 않다. 흔히 데칼코마니는 대칭이라고 생각하지만 그의 작품은 크기가 커서 반으로 접는 과정에서 물감과 숯물이 흘러내린다. 그래서 가운데 부분에 두 화면을 가르는 비대칭의 효과가 나오게 된다. 그는 “이 계면의 불완전성은 공성의 관점에서 ‘내가 있다고 생각하는’ 분별심 즉, 스스로를 미혹의 경계에 가두고 허상을 쫓는 단견의 한계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마음이 바뀐 그에게는 의도나 계획이 사라졌다. 그림의 결과가 좋고 나쁘고는 상관없이 받아들이게 되자 비로소 그림 그릴 때가 가장 값진 시간으로 다가왔다. 드로잉을 통해 자성을 발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알게 된 것이다.

   
▲ 내정된 기록자 III Designated Chronicler III _定的__者 III 320 x 200 charcoal acrylic india ink on canvas 20

스승 앞에서는 한없이 소년 같아져

그에게 불교에 귀의하고 가장 좋은 점이 뭐냐고 물었더니 “뭘 잘못했는지 알게 됐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지금 중국 상해의 작은 화실에서 동네 꼬맹이부터 성인까지 가르치기도 하고, 그들에게 배우기도 하며 산다. 화실의 이름은 '드로잉DNA(Discovery&adventure)'이다. 그가 그곳에서 13년간 가르친 수강생들이 전 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드로잉DNA’이라는 이름으로 제자들에게 활동하자고 제안한다.

암스테르담, 도쿄, 베이징이나 서울에서 작품 활동하는 젊은 제자들이 ‘드로잉으로 모험하고 인생에 눈을 뜨자’는 뜻을 같이 한다면 그곳은 문화플랫폼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지난 4월 안국갤러리AG에서 연 ‘호법신’ 전으로 비교적 늦은 나이에 데뷔한 손 작가에게는 조금 특별한 꿈이 있다.

첫째는 “힘을 빼고 작업하는 것”이고 둘째는 “닝마파의 대표색인 주황색으로 그림을 그리겠다”는 것이다. 용맹정진의 힘을 가지는 주황색으로 작업을 해서 스승인 지엄 스님을 기쁘게 하고 싶다고 수줍게 웃었다.

“내 자성의 무의식에 존재하는 호법신을 주제로 했다”며 선 굵은 작품을 선보인 그가 스승을 떠올리며 소년처럼 웃는 모습, 190cm에 육박하는 장신인 그의 모습이 인상 깊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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