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마지막 발원이라 생각합니다.”

87세의 정덕 스님이 재단법인 선학원의 도제장학금 마련을 위해 전시회를 연다.

정덕 스님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몸이 아프다는 걸 알면서 붓을 잡았다.

참 불연(佛緣)은 놀랍다고 스님은 말한다. 다섯 살부터 키우기 시작한 딸 같은 아이가 성인이 됐는데 평소 스님을 향한 효성이 깊다. 그 아이가 작년 스님의 생일을 즈음해 선물로 종합검진을 받게 해드렸다. 그런데 뇌 MRA 촬영에서 아주 심각한 상태라는 진단이 나왔다. 수술도 쉽지 않아 여러 번 병원을 옮기며 소개 받아 올 4월에 시술했다. 다행히 시술은 성공적이었다.

그 사이 스님은 매일 그림을 그렸다. 누구에게 배운 적도 없고 전에 그려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젊은 시절 눈썰미나 손재주 좋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는 자신감으로 그저 붓을 잡았다. 밤 9시부터 1시까지 매일 그렸으니 그림은 수백 점이 됐다. 신도나 주변 스님에게 나눠주다 생각하니, 그림으로 좋은 일도 가능하겠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그래서 과감하게 전시회를 기획했다.

스님의 그림은 어린아이가 그린 듯 천진난만하고 색감은 화사하다. 코끼리를 탄 토끼가 빨갛게 익은 열매를 따고 아래에서 노루가 광주리를 들고 기다리는 그림에 ‘자비’라고 써놓았다. 꽃병에 꽃이 꽂혀 있지 않고 병 안에 꽃이 들어있기도 하다. 민화풍의 작품도 있고 서예나 선화(禪畵)도 틀을 갖추지 않고 자유분방하다.

밑그림도 없이 그저 붓 가는대로 그리며 틀린 선이나 마음에 들지 않는 그림은 없다. 그러다 보니  어떤 그림을 그렸는데 사무량심의 내용이 그대로 들어가 있어 환희심으로 그림 뒤에 내용을 적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는 솔방울을 염색하거나 계란을 이용해 만든 아기자기한 조형물도 등장한다. 스님은 관람객들이 최대한 재미있도록 전시회를 볼거리가 풍성하게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그림을 그리며 행복했기에 그림이 불자들에게 가서 그 에너지를 전달할 거라 믿어요.”

작품 판매 수입은 전액 선학원의 도제 장학금에 쓰일 예정이다. 총 70여 점이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5월 22일부터 28일까지 인사동의 갤러리 아리수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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