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교수사 원순 스님이 《치문》1, 2, 3권을 펴냈다. 조계종에 출가하는 모든 스님들이 배우는 첫 교과서인 《치문경훈》을 쉽게 풀어썼다.

《치문》 발간에 맞춰 서울 열린선원에서 기자들과 만난 원순스님은 “《치문경훈》은 도(道)에 들어가는 첫 걸음이요, 어리석음을 일깨워주고 깨달음으로 인도해주는 나침반과도 같은 책”이라며 “출가자뿐 아니라 불교수행자라면 누구나 생활 속에서 가까이 해야 할 간절한 가르침”이라고 설명했다.

‘치’란 머리를 깎고 먹물 옷을 입은 검소한 수행자를 뜻하고, ‘문’은 올곧은 수행을 통하여 부처님 세상으로 들어가는 문을 말한다. 또 ‘경훈’은 이러한 수행을 도와 줄 수 있는 덕 높은 스승들의 따뜻한 가르침을 가리킨다.

역대 선사들이 깨침의 길에서 노래한 유문들을 모은 책으로, 자기 수행의 완성을 통해 그 인연으로 모든 중생이 함께 깨닫고 행복해져 부처님 세상이 완성되기를 바라는 선지식들의 노파심절하고 자비스러운 마음을 담고 있다. 원순 스님의 《치문》도 역대 선사들의 뜻을 쫓아 ‘1권-스님들이 가야할 길’은 《치문경훈》의 경훈, 면학, 유계 등 3장을 담았고, ‘2권-수행은 중생의 복밭’은 마음에 늘 새겨두고 살아야 할 글을 모은 잠명, 공부에 관한 편지글 모음인 서장, 사찰 건축물 기록을 모은 기문, 그리고 서문과 원문을 모았다. ‘3권-모두 함께 깨달음을’에는 선문과 시중, 게찬, 호법, 잡록, 전기, 계고 등을 담아 모두 3권으로 풀었다.

원순 스님은 “어려운 한자가 많고 경전과 어록, 사서삼경 등의 내용이 어우러져 읽기 수월치 않은 《치문경훈》을 일반인들도 부담 없이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풀었다”고 설명했다.

또 스님은 “한문투의 번역 대신 현대인들에게 맞는 쉬운 우리말과 운율을 이용했다. 한문과 한글을 대조하는 형태로 편집하고, 본문 내용에 맞춘 상세한 주를 더해 행간에 숨겨진 뜻을 알 수 있도록 했다.”고 했다.


원순 스님은 강원 교육의 기본교재인 《치문》을 펴낸 이유를 설명하면서 자연 스레 강원교육의 문제점에 대해 언급했다.

“요즘 강원교육이 구닥다리여서, 현대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나는 강원교육이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강원 교재는 고전입니다. 고전은 읽을수록 맛이 나지요. 승가교육이 살려면 강원교육의 전통을 잘 살려야 합니다. 내전에 정통해야 올바른 승려가 나놀 수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외국어 교육도 중요하다지만 한국불교의 세계화는 한국불교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서구인들은 한국불교를 듣고 싶어하는 것이지, 다른 나라 불교를 들으려 한국불교를 찾는 게 아닙니다. 한문 원전을 숙독하고 자유자재로 이야기해야 합니다.”

원순 스님은 《치문경훈》의 가르침처럼 ‘원칙론’을 우선 강조한다. 승가대를 지원하느니 그 돈으로 강원교육을 더 강화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강하게 말한다. 원순 스님의 이력으로 보면 ‘강원교육’을 강조하는 게 일견 의아스럽기도 하다. 스님은 이 시대 최고의 선승인 가야산 호랑이 성철 스님의 상좌이다. 또한 조계종 기본선원의 교수사이면서, 기초선원에서 경전을 가르친다. 그런 스님이 왜 내전 교육을 강조하는 것일까?

“경전공부를 백안시 하는 것은 우리 스님네 잘못도 있겠지만 불자들이 읽을 만한 책을 만들지 못한 탓도 있습니다. 이번에 치문을 발간한 것은 스님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옛 스님들의 이야기를 쉽게 들려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원순 스님의 현재 강원교육의 문제점 지적은 끝이 없었다.

원순 스님은 이어 “강원교육 시스템이 문제가 아니라 가르치는 사람들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스님은 “자격이 없는 사람은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도리이고 공인은 책임을 져야 한다”며 “강원의 강주, 강사들도 점검받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스님은 “이번에 발간한 치문에서는 중학생이 읽어도 쉽게 읽힐 만큼 쉽게 번역하려고 노력했다”며 “출가자가 수행의 첫 길에서 배워야 하는 책이지만 스님이 아니더라도 부처님을 따르고 보살행을 실천하고자 하는 불교수행자라면 누구나 생활 속에서 가까이 해야 할 간절한 가르침이자 지침서”라고 강조했다.

원순 스님은 “스님네 수행이 잘돼야 불자들이 환희심을 일으키고 그 자체가 복전이라는 이야기가 이 치문이라는 책에 담겨 있다”며 “옛 스님들이 누구나 가슴에 담고 살아야 할 글들을 치문이라는 책으로 엮어주셨으니, 스님들은 물론 일반불자들도 항상 가슴에 담고 깨달음을 향한 나침반으로 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원순 스님은 성철 스님과 관련된 이야기 중 편견이 있다고 지적한다. 스님은 성철 스님이 경전을 읽지 말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기정사실로 믿고 있는 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한다. 원순 스님은 ‘이 참에 잘 되었다’며 술술 털어 놓는다. 말 잘하기로 유명했던 스님답다.

“내 경우에는 해인사 백련암으로 출가하자마자 일본어를 독학으로 공부했습니다. 당시는 한글로 번역된 경전이 거의 없고 백련암에 있는 책들도 대부분 일본어로 된 것이라, 아함경이나 기신론 주석서도 일본어로 읽어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백련암에서는 3년간 성철 스님을 시봉하고 살면서 제 경전을 읽고 일본 도겐 선사의 <정법안장>까지 봐야 강원을 졸업한 것으로 쳐주셨습니다.”

원순 스님은 “성철 스님이 경전을 읽지 말라고 후학들에게 지시했다”는 이야기가 퍼진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당시 해인강원 졸업생들이 백련암으로 인사를 하러 왔는데, 성철 스님이 강원 졸업생들과 백련암 학인들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런데 백련암 학인들이 척척 대답하는 질문을 강원 졸업생들은 쩔쩔 매면서 대답을 못했습니다. 그 이후로 큰스님께서는 강원에 보내봤자 소용없다 싶으셨는지, 백련암 학인들은 강원으로 내려 보내지 않으시고 백련암에서 줄곧 공부를 시키셨습니다. 큰스님 스스로 얼마나 많은 경전들을 탐독했고, 스님 저서들에 수많은 경전과 선어록이 인용돼 있는데, 큰스님 경전을 보지 말라고 했다는 소리는 전혀 말이 안되는 이야기입니다. 문자를 모르고도 도를 깨우칠 수 있는 분으로는 육조 혜능 같은 스님이 있는데, 이는 수백 만 명 중에 하나 있을까 말까한 경우이죠.”

원순 스님의 이 책은 쉽다. 읽기 좋고 이해하기 쉽다. 친절한 각주도 눈에 띤다. 출가자가 아니라도 사부대중 누구나 한 번쯤 필독해야 할 책이다. 불문의 보물이 바로 이 책 아니겠는가? 기본이 충실해야 모든 것이 형통할 수 있다는 걸 책을 읽다 보면 누구나 느낄 것이다.
원순 스님/도서출판 법공양/각권 20,000원
구입문의 02)764-0206

서현욱 기자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