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희 스님 상좌 명음 스님이 <참회문>을 읽고 있다.

재단법인 선학원 대구 서봉사 전 창건주 겸 분원장 명연 스님이 재단 공문서와 직인을 위조해 사용한 사실과 관련, 원창건주 경희 스님이 상좌, 손상좌 3명과 함께 4월 15일 오후 재단 사무처를 찾아 문중대표로서 참회했다.

스님은 이 자리에서 이사장 법진 스님과 삼직이사 스님 등 임원진에게 봉래문중에서 명연 스님을 제명한 사실을 알리고 △명연 스님과의 이연(離緣) △선학원 미래를 생각하는 분원장 모임’(이하 선미모) 탈퇴 △조계종 가등록 철회 △재단 일 적극 협조 등을 약속했다.

경희 스님은 “이런 일로 재단에 막대한 누를 끼치게 된 점 대단히 죄송하다”며, “이사장 법진 스님과 이사회 임원 스님께 깊이 머리 숙인다”고 참회했다.

스님은 재단에 전달한 <참회문>에서 “이사장 스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명연에게 서봉사 창건주 및 주지 소임을 맡긴 저의 그릇된 판단으로 인해 일이 이 지경까지 이르렀다 생각하니 참괴무면(慙愧無面)할 따름”이라며, “저의 부덕을 뼈저리게 뉘우친다”고 참회했다.

스님은 4월 2일 열린 봉래문중 회의에서 명연 스님을 제명한 사실을 밝히고, “이른 시일 내에 다수 언론에 공고해 이연 사실을 명백히 밝히겠다”고 약속했다.

스님은 또 선미모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재단 일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스님은 “선미모 고문으로 위촉된 것은 저의 의지와 상관없이 명연이 혼자서 한 일”이라며, “그런 짓을 하도록 방치한 저의 허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봉사가 조계종에 가등록되어 있으면 이른 시일 안에 취소 절차를 밟겠다”며, “선학원에 더 이상 누를 끼치지 않도록 할 뿐 아니라 재단 일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도록 문도들에게 당부했다”고 덧붙였다.

경희 스님 문도회도 이번 사건과 관련해 <참회문>을 전달했다.

문도는 <참회문>에서 “사형사제로서 명연 스님이 이런 일(재단 공문서·직인 위조)을 벌이는 것을 알지 못한 채 하는 일을 방관만하여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한 점에 대해 깊이 참회한다”고 밝혔다. 또 “서봉사 문도들이 선미모와 함께 재단을 비방하고 시위에 동참한 점에 대해서도 깊이 참회한다”며, “앞으로는 어떤 경우라도 이사장 스님과 이사회를 비방하지 않겠으며, 재단 발전을 위해 적극 협조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경희 스님과 문도회는 “새 분원장으로 명음 스님을 추천하기로 했다”며 재단 임원진에게 임명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이사장 법진 스님은 “서봉사는 현재 사고사찰로 지정돼 있어 재산관리인을 임명해 이번 일을 처리해야 한다”며, “이사회에 안건으로 상정해 문중에서 추천한 스님을 재산관리인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서봉사 전 창건주 겸 분원장 명연 스님은 서봉사를 전통사찰로 지정받는 과정에서 재단 공문서와 직인을 위조해 사용한 책임을 지고 지난 3월 12일 창건주 포기 각서와 사직서를 재단에 제출했다.

명연 스님의 위조 사실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12월 28일 ‘2018년 전통사찰 지정 통보’라는 제목의 공문을 재단 사무처에 보내오면서 밝혀졌다.

당시 사무국은 전통사찰 지정 신청 서류에 재단 이사장 명의의 추천서가 필요한 것을 확인하고 명연 스님에게 소명할 것을 요구했다. 재단은 문체부에 접수된 원본 사본을 확보해 명연 스님이 재단 직인을 위조해 이사장 명의의 추천서를 2018년 8월 30일 제출한 사실을 확인했다.

공문서와 직인 위조 사실이 확인되자 문체부는 올해 2월 15일 재단 앞으로 공문으로 보내 전통사찰 지정 취소를 통보했다. 서봉사 전통사찰이 취소됨에 따라 재단 소속 분원과 포교원을 전통사찰로 지정 받기가 당분간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중앙선원을 전통사찰로 지정 받는 것이 차질을 빚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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