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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요새, 불교사찰로 변모
전쟁의 공간이 화합의 공간으로
2019년 04월 12일 (금) 11:42:13 하여 eun8070@hanmail.net
   
▲ 영국의 오스틴요새<사진=http://www.castlesfortsbattles.co.uk>

영국의 항구도시 플리머스 교외에 자리한 오스틴 요새는 영국정부의 자문위원회인 왕립위원회의 결정으로 1863년 건설이 시작되어 1869년 완료된 요새이다. 박격포 포대를 갖춘 석축건물로 총을 보관하는 두 개의 방이 터널로 연결되어 있고 60여명의 군인을 수용할 수 있는 숙소가 요새의 뒤쪽에 건설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동안에도 사용되었으며 1958년 국방부에서 플리머스 시위원회로 팔렸고 현재는 시위원회의 물품을 보관하는 곳으로 사용되며 일반인들에게는 개방되지 않고 있다. 요새는 몇 군데 변화가 있기는 하나 대부분 원래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교외의 숲에 위치한 이곳을 주목한 사람들은 플리머스의 태국불교신도들이다. 주택가에 위치한 현재 사찰이 좁고 또 주차시설도 부족한 터라 많은 어려움이 있던 이들은 2년 전 한 건축회사에 요새 임대 관련 업무를 위탁했고 2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4월 초 오스틴요새의 임대를 위한 신청서와 사용계획안을 시위원회에 제출했다.

태국불교에서 적극 제안

계획안에 의하면 오스틴요새는 그동안의 동면에서 깨어나 플리머스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의 불교 중심지로, 나아가 일반인들의 명상 및 불교문화 향유지로 새로 태어날 전망이다. 우선 불교사찰로서 갖추어야 할 법당과 5명 이상의 스님이 머물 요사채, 종무소 외에도 만남의 장소, 교육시설 그리고 일요 청소년 법회를 위한 공간 등이 마련된다. 또 옥외 행사를 위한 시설이 설치되며 과일과 야채를 기를 텃밭 외에도 특히 방문자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정원도 새롭게 꾸며진다. 주차시설도 총 25대의 차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다.

새로운 사찰에서는 매일 신도들이 법회에 참석하고 스님께 공양을 올리게 된다. 일일법회 외에도 매년 4번 큰 행사를 갖게 되는데 4월에는 태국의 설 축제인 쏭크란, 5월에는 부처님오신날 베삭데이, 8월에는 태국왕비의 탄신 기념행사, 10월에는 가사공양의식 등이 있다. 각각의 행사에는 약 60명에서 100여 명에 이르는 신도들이 참석하게 된다. 법회 외에도 명상수업반 등이 운영되는데 종교에 관계없이 시민들은 사찰의 모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스님들은 죽음을 앞둔 말기환자 가족들에게 적절한 상담을 해 줄 수도 있습니다. 영어로도 가능합니다.” 라고 계획서는 밝히고 있다.

플리머스 시위원회가 태국신도들의 제안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근년 들어 오스틴요새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작년 7월 청소년들이 이 요새에서 마약을 흡입하고 술을 마신다는 사실이 경찰에 의해 알려지면서 오스틴요새는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요새의 터널에 연결된 방에서 청소년들이 대마초를 피운 흔적을 촬영한 동영상이 공개됐다. 경찰은 바짝 마른 그 쓰레기에 불이라도 붙게 되면 지하의 방은 그야말로 죽음의 덫이 될 것이라며 시위원회와 잉글랜드 사적위위원회에 당장 그 터널을 폐쇄해 줄 것을 요구했다.

시위원회는 사람들이 드나들지 못하도록 큰 나무판자로 터널 입구를 막았다. 그러나 터널에 박쥐가 살기 때문에 윗부분은 남겨두어야 했다. 최근 경찰이 다시 찾았을 때 그들은 여전히 청소년들이 계속 터널에 들어오려고 애쓴 것을 발견했다. 터널 출입이 자유롭지 못하게 되자 청소년들은 삽과 여러 도구들을 가져와 인근 숲에 구덩이를 파고 들어가 마약을 피우고 술을 마셨다. 오스틴요새는 청소년들의 은밀하고 불법적인 해방공간이 되었던 것이다.

시민 만족할 긍정 요소 많아

“이곳은 인가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이라 만약 청소년들이 터널 안에 있을 때나 숲속 구덩이 속에 있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아이들이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없으니 청소년들이 급히 도움이 필요한 일이 생겨도 아무도 그들에게 뛰어가 도와 줄 수 없습니다.” - 경찰의 증언 (PlymothLive)

사회의 염려와 방비책에도 불구하고 오스틴요새와 인근 숲에서 술과 마약을 즐기는 청소년들의 발길은 멈추지 않았다. 문화재라는 특성상 취할 수 있는 제재에도 한계가 있었다.

고민에 빠진 플리머스 시에 태국불교신도들의 요새 사용 요청은 최선의 방책일 수 있었다. 스님들이 상주하고 매일 신도들이 찾아옴으로써 그동안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벗어나 있던 이곳에 지속적인 관리가 이루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이곳에서 몰래 이루어지던 청소년들의 비행과 일탈도 수그러들 것이고 요새의 건물이 손상되는 것을 막음으로써 문화재를 보호할 수 있고 무분별한 삼림 훼손도 멈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찰의 프로그램에 일반 시민들이 참여하게 되면 이러한 효과는 더 증가될 것이다. 또한 시민들에게 명상 등 새로운 문화를 접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긍정적인 요소도 있다.

“계획안은 태국불교신도들에게 새로운 장소를 제공해줄 뿐만 아니라 플리머스와 영국 서남부 지역의 시민들에게 환영받을 것입니다. …… 임대계약에 해당하는 부분들에 대해서만 적절한 변동이 이루어 질 것이며 새롭게 조성되는 정원들은 불법적인 파괴가 자행되고 안전을 위협받는 현재의 상황에 밝은 미래를 보여줄 것입니다.”(플리머스 시의회)

플리머스 시위원회는 요새의 전환적 활용을 위해 태국불자그룹과 밀접하게 논의하고 있다. 곧 적막하고 어두운 이 낡은 장소가 사람들의 활기로 가득 찬, 밝은 부처님 나라로 거듭나리라 믿는다. 아시아인들과 본토 영국인들이 함께 웃는 공간, 질풍노도의 불안한 시기를 보내는 청소년들의 힘찬 웃음소리가 들리는 곳, 그들의 손을 잡아주는 어른들의 더 큰 손이 있는 곳, 그렇게 이 전쟁과 살육, 공포의 장소가 따뜻함과 배려의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는 그날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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