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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불량청소년’을 어떻게 바라볼까
'말로니의 두 번째 이야기', '키즈리턴'
2019년 04월 08일 (월) 17:42:05 박정미 hasukosu@gmail.com

일부 폭력적인 청소년 때문에 청소년보호법을 손봐야 한다는 여론이 꽤 높게 형성된 적이 있다. 하지만 성년이 되지 않아 미성숙하다는 의미의 ‘미성년자’에게, 선거권은 주지 않으면서 범죄에 대한 단죄는 어른처럼 하자는 여론에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특히 교육열이 높은 우리나라는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 아닐 경우 용서보다는 재빠른 단죄로 다른 아이들과 분리시키는 경우가 많다. 여기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낸 청소년을 만나보자.

말로니의 두 번째 이야기(2015. 프랑스. 엠마누엘 베르코 연출)
   

영화의 첫 장면은 가정전담 판사가 다섯 살 말로니를 제대로 돌보지 않는 마약중독의 엄마를 추궁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관객의 예상과 달리 엄마는 어린 말로니를 고집이 세다고 힐난하더니 아이 둘을 키우는 게 너무 힘들다며 말로니의 동생만 데리고 나가버린다. 어리둥절한 표정의 어린 말로니.

그로부터 10년의 세월이 지났고 보육원에서 자란 말로니는 집으로 돌아오지만 어른들이 손을 쓸 수 없는 망나니가 됐다. 이미 술, 담배, 도둑질, 폭력으로 엉망이 되어버린 아이. 그는 성인남성인 감찰관까지 폭행하며 세상 무서울 것이 없다.

말로니는 가정전담 판사 플로렌스 앞에 다시 서서 갱생원으로 가는 판결을 받지만 갱생원에서도, 갱생원을 나와 감찰관이 어렵게 연결해준 직장에서도 사고를 친다. 하지만 갱생원의 교사의 딸인 테스를 만나 사랑하게 된다.

관객은 이 지점에서 희망을 갖는다. 사랑을 하니 이제 말로니가 변하지 않을까?

아니다. 말로니는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아이다. 그러니 사랑을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른다. 테스에게 상처를 주며 사랑하는 말로니와 그런 그를 끝까지 사랑하는 테스.

엄마가 다시 마약을 하며 동생을 보살피지 않아 말로니의 동생도 보육원으로 가게 됐는데, 직장으로 말로니를 찾아온 엄마는 ‘가족이 함께 모여 크리스마스를 맞고 싶다’고 한다. 말로니는 기꺼이 보육원에서 동생을 탈출시키지만 동생은 그런 행동이 옳지 못하다며 맞서다 말로니가 운전하는 차가 전복하고 만다.

결국 다시 가정법원 플로렌스 판사 앞에 선 말로니.
플로렌스는 더 이상 방법이 없다며 극단적인 처방을 내리는데 그것은 소년원이 아닌 일반 교도소로 보내는 것이었다. 플로렌스는 말로니를 포기하는 것일까? 말로니는 이대로 자신의 인생을 망치는 선택을 하게 될까?

영화는 굉장히 냉정하다. 아니, 지극히 현실적이라고 해야 맞겠다.
사회에서 손을 내밀면 그들이 마주잡고 변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람이란 게 그리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걸, 우리는 현실에서 줄곧 보아왔다. 영화에서도 그런 현실을 마주 해야 하니, 이 영화는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하다.

하지만 결국 말로니가 웃는다. 영화의 5분의 4쯤 되는 지점. 이젠 정말 관객마저 그를 외면하는 지경이 될, 바로 그때. 애정을 가지고 그를 지켜봐준 플로렌스에게 말로니가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한다. 그리고 자신 때문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한다. 울면서 어렵게 손을 뻗어 잡은 말로니에게 플로렌스 판사가 말한다.
“네게 뻗은 손을 잡는 거야…. 지금처럼”

   
키즈리턴(1996. 일본. 기타노 타케시 연출)

배달 일을 하던 다까끼 신지는 고등학교 친구 미야자끼 마사루를 우연히 만난다. 신지는 마사루에게 옛 추억을 생각하며 함께 자전거를 타기를 권한다.

이야기는 고등학생 시절, 신지가 마사루를 자전거 뒤에 태운 채 등교하는 장면으로 전환되어 긴 플래쉬 백으로 그 둘의 과거를 뒤돌아보기 시작한다.

소위 문제아인 마사루는 신지를 데리고 다니며 학교 수업은 뒤로 한 채 갖은 말썽을 피운다. 선생님을 골탕 먹이거나, 길거리에서 돈 뜯거나, 성인 영화관을 전전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에게 돈을 빼앗겼던 아이가 데려 온 권투선수에게 두들겨 맞은 사건을 계기로 마사루는 권투를 배우기로 결심하고, 아무 것도 모르는 신지를 데리고 권투도장에 다닌다. 하지만 건들건들한 마사루의 그늘 아래 있던 얌전한 신지가 오히려 권투에선 소질을 보인다. 스파링에서 신지에게 맞으며 무너진 마사루는 권투를 포기하고 떠나간다.

고등학교 졸업 후 신지는 권투에 몰두하고 체육관의 새로운 기대주로 자리 잡는다. 신지는 경기 출전에서 승리하며 한 단계씩 올라가고 야쿠자가 된 마사루도 중간보스로 성장한다. 신지는 실패한 복서인 나이 많은 체육관 선배를 따라다니다가 자신의 페이스를 잃고서 계속 시합에서 지게 되면서 권투선수로서의 의지가 꺾여버리고 만다. 또한 마사루도 한동안 자리를 비웠다가 다시 돌아온 중간보스에게 린치를 당한다.

영화에는 고등학교 시절 만담가를 꿈꾸던 두 명의 친구가 등장하는데 그들도 한 명은 자신이 좋아하는 여성과 결혼하지만 꿈은 이루지 못하고 교통사고로 죽게 된다. 또 한 명은 만담가로 성공한다. 그리고 권투경기를 앞둔 신지에게 술 먹어도 된다고 꼬드기는 선배, 자신에게 대든다고 충성하는 마사루에게 린치를 가하는 야쿠자 두목도 나온다.

영화는 자전거로 배달 일을 하는 신지가 무직인 마사루를 만나면서 고등학교 시절을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마지막도 현실로 돌아와 같이 자전거를 타는 걸로 끝난다. 고등학교 시절 수업시간에 둘이 운동장에서 한 자전거를 타던 그때처럼.

마지막 장면에서 둘은 이런 대화를 나눈다.
“우리 이제 끝난 걸까?”
“바보. 아직 시작도 안했어.”

두 영화를 보면 문제아로 지목된 아이들에게서 결국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말로니는 사회적인 시스템과 어른들로부터 지속적인 도움을 받았고, 신지와 마사루는 바닥을 찍은 후 다시 수면으로 스스로 올라가 희망을 말하고 있다.

특히 《말로니의 두 번째 이야기》에서 갱생원의 교사가 말로니를 잡고 학교 입학원서를 쓰게 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욕하며 종이를 찢고 짜증내고 뛰쳐나가는 그를 끝까지 기다려 결국 쓰게 만드는 이 장면은 어쩌면 이 영화의 주제를 함축적으로 담은 게 아닐까 싶다. 그쯤 했으면 이제 할 만큼 했으니 포기하라고 말하고 싶은 순간이 영화에 여러 번 등장한다. 그렇지만 영화에서 보는 프랑스는 한 아이를 구제하기 위해 판사, 감찰관, 갱생원의 교사, 공익변호사까지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이 어른들도 성인군자는 아니라서 웃으며, 좋아서 기다리지 않는다. 그들 중 누구는 그만두려하고 누구는 너무 힘들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아무리 훌륭한 인품의 어른이라도 혼자 그 일을 했다면 결코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일본의 영화에서 보여준 ‘인생의 가능성’은 실패라고 여긴 인생에서 2막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다. 영화의 마지막 대사 “아직 시작도 안했다”는 인생의 쓴맛을 일찍 본 사회 초년생들에게 용기를 주는 대사로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청소년들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100세 시대에서 볼 때, 10대는 보드라운 싹 같아서 너무 유약하게 기르지 않는다면 스스로 자생능력을 갖춘다. 그 몇 년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진다해도 다시 일어설 능력이 있다. ‘줄탁동시’처럼 밖에서 알을 깨도록 어른들이 도와준다면 더 빨리 벗어날 것이다.
사회가, 어른들이 믿어줄 때, 사고뭉치 아이들도 얼마든지 건강한 사회구성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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