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토양과 명차의 품질의 관계

육우의 《다경(茶經)》 〈일지원(一之源)〉에 보면 “그 지질1)의 상품(上品)은 문드러진 돌멩이 땅에서 나며, 중품은 조약돌이 섞인 땅에서 나며, 하품은 누른 황토에서 난다〔其地, 上者生爛石, 中者生礫壤, 下者生黃土〕.”고 하였다. 오각농(吳覺農) 주편의 《다경술평(茶經述評)》의 고증에 의하면, 여기서 ‘지(地)’란 것은 ‘토양’을 가리키는 말이다. 토양은 차나무 생장의 자연적 바탕이며, 그 토양의 기본 특징은 비옥한 힘을 구비하는 것이다.

차나무 생장에 필요한 양분과 수분은 모두 토양에서 얻게 된다. 그러므로 차나무 생장에 적합한 지질의 이화(理化, 물리학 및 화학)적 특성은 비료가 유실되지 않게 하는 보비성(保肥性)과 비료를 공급해 주는 공비성(供肥性)의 기능 및 토양의 구성, 경작에 적합한 적경성(適耕性) 등을 포함하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차나무 생장에 있어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문드러진 돌멩이 땅인 ‘난석(爛石)’은 풍화작용이 비교적 완전한 토양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곳엔 유기질 함량이 매우 풍부하며, 미생물 또한 매우 많다. 고로 차나무 생장 발육에 있어서 매우 적합하기 때문에 이 땅을 으뜸으로 치는 것이다. 두 번째 조약돌이 섞인 땅인 ‘역양(礫壤)’은 모래알이 많으며, 점성이 적은 사질(砂質)토양이다. 마지막으로 황토는 점성이 너무 강한 재질에 속하며, 차나무 재배에 적합한 땅의 구조와는 차이가 큰 토양이다.

찻잎을 따고 만드는 명차 차밭의 토양은 기본적으로 양호한 이화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대체로 토층(土層)이 두껍고, 토질이 푸석푸석하다. 유기질이 풍부하며, 인갑(鱗甲, 물고기와 조개 등의 딱딱한 껍데기)의 함량이 비교적 높다. 김명배의 《한국의 다서(茶書)》에는 “토지 반응은 미산성(微酸性) pH 5~5.5가 가장 적합하다.”고 하였다.

이러한 토양의 조건에서 차나무는 비로소 양호하게 생장할 수 있다. 즉, 햇가지에서 싹을 틔우는 능력이 강해지고, 엽록소 함량이 높으며 광합성의 능력 또한 뛰어날 뿐만 아니라 유기물의 합성과 누적량 또한 비교적 많은 편이다. 명차 품질의 형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아미노산, 폴리페놀, 카테킨, 카페인 등의 성분 함량이 높다.


2. 명차의 품종

1) 명차와 품종의 관계

차를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중국의 연구기관과 차밭에서 차를 직접 재배, 생산하는 현장의 차농, 차공들 견해는 하나같이 “찻잎의 품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차나무의 품종”이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명차는 그 품질을 중요시하는데, 통상 품질에 요구되는 조건은 색, 향, 미(味). 형(形)이 모두 좋아야 하며, 아울러 그 차만의 독특한 풍격(風格)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풍격의 형성은 또 차나무의 품종과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송자안(宋子安)은 《동계시다록(東溪試茶錄)》에서 차나무 품종의 유형 및 성상(性狀, 사물의 성질과 상태)은 제다(製茶)의 품질 완성도 면에 있어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찻잎이 일찍 움터야 싹이 크고 즙이 많아서 좋은 품질의 차를 완성할 수 있으며 명차를 만드는 데 있어 아주 이상적인 원료라 할 수 있다.

또한 조여려(趙汝礪)는 《북원별록(北苑別錄)》에서 차나무 품종을 소아(小芽), 중아(中芽), 자아(紫芽), 백합(白合), 오체(烏蔕) 등으로 나누고, 각기 서로 다른 성질에 따라 각종의 명차를 제다하되, 자아, 백합, 오체 등은 모두 명차의 제다에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중국인들이 보는, 명차의 내면적 질을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물질적 기본요소는 바로 신선한 찻잎이다. 그리고 신선한 찻잎의 성분 조성 및 그 함량을 좌우하는 중요한 인소(因素)는 바로 차나무 품종의 유전성에 있다고 본다.

운남 대엽종은 폴리페놀의 함량이 높아, 원산지이건 이식지인 광동, 광서, 사천, 복건, 호남, 절강 남부 등지의 어디를 막론하고, 함유한 성분에는 큰 변화 없이 거의 모두가 양질의 홍차를 생산한다는 것이다. 즉, 차나무 품종의 고유성이 품질형성에 미치는 영향이 대단히 중요하다.

그리고 또 명차의 외형은 차나무 품종의 싹과 잎의 성상과 불가분의 관계이다. 즉 차나무 품종의 물리적 특성은 명차의 외형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국인들이 말하는 ‘물리적 특성’이란 차나무의 햇가지에서 나는 싹과 잎이 얼마나 살찌고 여윈 것인지, 또는 얼마나 크고 작은 것인지, 그리고 잎의 색깔과 잎의 질 및 잎의 조각이 두꺼운지 얇은지, 부드러운 정도가 어떠한지, 찻잎에 솜털이 얼마나 많은지 등의 구비조건을 가리키는 말이다.

물리적 특성이 양호한 것은 우수한 품질의 외형을 빚어내어야 명차의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많은 명차는 일반적인 차에 비해 그 외형이 매우 섬세하고, 그러한 까닭에 자연히 싹과 잎이 섬세하고 부드러운 품종을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어떤 명차는 백호가 현저하게 많이 드러난 것을 선호하고, 어떤 명차는 취록색이 선명하게 나타난 것을 선호하고, 또 어떤 명차는 잎의 형태가 버들잎처럼 길게 펼쳐진 것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명차 중에 백호은침(白毫銀針), 황아(黃芽), 죽엽청(竹葉靑), 모봉(毛峰), 용정차(龍井茶), 오룡차(烏龍茶) 등을 생각해보면, 그 형태가 각기 다른 특징과 맛을 지닌 명차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앞에서 거론했듯이 명차의 기본조건은 ‘색, 향, 미’ 만 갖추면 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형’까지를 더하여 “색(色), 향(香), 미(味), 형(形)”을 함께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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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명배의《한국의 다서》(탐구당)에 의하면, “지질이란 차나무가 자라는 적성토질은 부식된 토양으로 표토가 깊고 물이 잘 빠지는 곳이어야 한다.”고 하였다.

박영환 | 중국 사천대학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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