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일본 불교계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비록 일본 인구의 약 67%가 자신이 불교신자라고 말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정초에 한 해의 복을 빌기 위해 절에 가거나 집안 장례식에 참례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절을 찾지 않는다. 전국에 있는 7만7천의 사찰 중 약 2만7천 곳이 앞으로 25년 안에 폐쇄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그나마 공동체 의식이 남아 있는 시골지역의 인구가 감소했고 또한 조직화한 기존 종교에 대해 전반적으로 신앙심을 잃어 가기 때문이기도 하다.

관음보살, 로봇으로 화현하다

지난 2월 23일 일본 교토에 위치한 선종 사찰 고다이지(高台寺)에서 독특한 법석이 펼쳐졌다. 법문의 주인공은 관세음보살의 모습을 한 로봇, 그리고 이 휴머노이드(인간의 모습을 닮은 로봇) 보살의 첫 번째 《반야심경》 법문을 스님, 기자들이 진지하게 경청했다. 불교의 가르침을 더욱 쉽게 그리고 더욱 많이 알리려는 고다이지가 1억 엔, 우리 돈으로 10억 원을 들여 제작한 로봇 관음보살이 언론에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주지 텐쇼 고토는 “불상의 등장과 함께 불교는 전 세계로 널리 퍼져나갔다.”라며 “우리의 안드로이드 관음보살이 사람들 마음속에 불교가 가닿을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안드로이드 보살을 개발한 이유에 대해서는 “불상이 직접 말을 한다면 좀 더 친근하게 들을 수 있고 쉽게 이해하지 않겠냐”고 했다.

전통적 의례에만 참석하는 경향이 크다 보니 정작 불교의 가르침에 대해서는 배울 기회가 없고 잘 알지도 못한다. 그저 막연히 어렵다는 선입견으로 멀게 생각될 뿐이다.

고다이지는 특히 평소에 거의 불교를 접하지 않는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끌기 위해 로봇 관음보살 제작을 결정하고 인공지능 로봇 연구로 유명한 히로시 이시구로 오사카 교수에게 제작을 의뢰했다.

안드로이드 관음보살은 머리, 팔, 상체 등을 움직일 수 있으며 왼쪽 눈에는 카메라가 장착되어 있어 사람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그에 반응하며 사람들과 눈을 마주칠 수도 있게 되어있다. 특히 얼굴과 어깨 부분, 그리고 두 손은 사람의 피부처럼 보이도록 실리콘으로 덮여 있으며 이로써 법의를 입었을 때 보다 인간 같은 인상을 주도록 했다. 키 195cm, 몸무게 60kg의 이 IT 보살의 이름은 ‘마인더(Mindar)’로, 3월 8일부터 5월 6일까지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외국인을 위해 영어와 중국어도 스크린으로 제공한다.

“관음보살은 중생의 어려움을 구제하기 위해 개인의 근기에 맞추어 자유자재로 화현하시는 자비의 보살입니다. 이제 첨단 기술의 시대에 사는 우리를 위해 관음보살은 우리를 닮은 로봇의 모습으로 화현하신 것입니다.”

IT 기술의 다양한 방식으로 대중 접근

일본 사찰은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 전통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방식으로 현대의 IT 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일본 치바현의 ‘고후쿠지(興福寺)’에서 거행된 애완용 로봇강아지 ‘아이보(Aibo)’의 장례식과 2월 교토의 ‘켄닌지(建仁寺)’에서 공개한 ‘MR(Mixed Reality, 혼합현실) 미술관’이 그 예이다.

450년의 역사를 가진 고후쿠지는 작동을 멈춘 114개의 아이보를 위해 장엄한 장례의식을 거행했다. 현재까지 이렇게 장례를 치룬 아이보는 약 800개에 달한다.

이 행사는 “모든 조건 지워진 현상들은 무상하다”는 불교의 기본 가르침을 상기시키는데, 사실 로봇강아지의 장례가 처음은 아니다. 소니는 일반 가정용으로 약 15만 개 이상의 아이보를 판매했는데 2006년에 아이보 생산을 중단하고 2014년에는 아이보의 수리 서비스도 중단했다. 이후 아이보 수선을 계속해온 전자제품 수리회사 에이펀(A-Fun)은 작동을 멈춘 아이보로부터 부품을 꺼내기 전 마지막 송별단계로 아이보를 사찰로 보내 장례를 치러주었다.

에이펀 측은 “저희는 아이보를 단지 부품을 활용할 기계로 여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장례를 치루고 나서야 해체해 부품을 얻었다.” 라며 그 부품으로 수리된 아이보는 새롭게 생명을 연장할 수 있게 되는 것이므로 부품을 내 준 로봇강아지는 생명을 살리는 보시를 베푼 것이라고 말했다.

고후쿠지의 주지 분겐 오이는 이와 같은 IT 애완견의 장례식이 어처구니없다는 주장에 대해 “모든 것들은 조금이라도 영혼을 지니고 있다.”라며 반박한다.

사찰이 소장하고 있는 문화재를 좀 더 생생하게 보여주기 위해 IT기술이 도입되기도 한다. 교토의 5대 선종 사찰의 하나인 켄닌지는 작년 2월 교토국립박물관에 위탁 전시 중인 〈풍신뇌신도병풍〉(일본 국보 43호)을 MR로 구현, 전시했다. 정적인 미술품을 생동하는 3차원의 홀로그램 영상을 통해 감상하면 바람, 천둥, 비와 구름 등을 우주적 체험으로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홀로그램으로 나타난 스님이 그림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더불어 창작 뒷이야기 등의 설명도 들을 수 있다. 이는 문화재의 단순히 시각적 감상을 초월해서 직접 몸으로 경험하고 이해하는 전적으로 새로운 방법을 제공하는 것이다.

켄닌지는 1202년에 창건된 임제종 사찰로서 후에 조동종을 창시한 도겐선사(1200-1253)도 이곳에서 수행했다고 전해진다.

장례불교라고까지 일컬어질 정도로 활기를 잃고 의례만 남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일본불교가 위기에 대처해나가는 다양한 모습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거의 고고한 모습을 탈피하고 위기를 현대의 기술을 이용해, 그리고 불교의 가르침에 기반해 풀어나가려고 하는 노력을 보며 다시 생각한다. 과거와 다른 조건에서 만들어진 괴로움에 부대끼는 우리에게 불교는 어떤 도구로 다가와 주면 좋을까.

*참조: AR, VR, MR의 정의

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 현실에 3차원 가상 이미지를 겹쳐서 보여주는 기술. 필요한 정보를 디스플레이 기술 등을 통해 즉각적으로 보여주는 형태. 이를테면 영화 <아이언맨>에서 슈트를 입은 토니 스타크에게 즉시 필요한 정보를 보여주는 것이 이에 해당.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 현실이 아닌 100% 가상의 이미지를 사용하는 기술. 현실이 아닌 사이버공간 속의 허상만을 보여주는 것으로 특수 제작된 헤드셋을 머리에 쓰는 순간 현실 세계와 완벽히 차단되며 VR 세상이 펼쳐짐.

MR(Mixed Reality, 혼합현실): AR과 VR을 혼합해서 양자의 부족함을 보충하려는 기술. 즉, 현실과 가상의 정보를 융합해 진화된 가상 세계를 만드는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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