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제11호 익산 미륵사지 석탑이 해체·수리에 착수한 지 20년 만에 온전한 모습을 드러냈다.

투입된 예산이 230억 원이라는 점도 화제지만 해체에만 10년, 재조립에 3년 넘는 시간이 걸린 점이나 고증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9층으로 복원하자는 일각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6층까지만 복원한 점, 원래 부재를 81%나 재사용한 점 등 미륵사지 석탑 해체·수리사업은 여러 가지 뜻깊은 기록을 남겼다.

미륵사지 석탑을 해체·수리하면서 학술조사, 보수·복원기술 연구 개발, 구조 보강, 보존 처리 등 여러 사업을 함께 시행한 성과다. 또한 20년이라는 기간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성과에 매달려 섣불리 수리하지 않고 장기간 심사숙고하며 수리에 전념한 결과다. 미륵사 석탑 해체·수리 사업이 문화재의 보존과 수리, 정비와 복원의 모범을 보였다는 평가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그러나 감사원이 내놓은 <국가 지정 문화재 보수·복원사업 추진 실태 감사 보고서>는 미륵사지 석탑 해체·수리 사업에 ‘옥의 티’가 됐다.

감사원은 구조적 안정을 위해 다듬은 돌로 적심 내부를 쌓기로 하고선 3~6층 적심을 모양이 일정치 않은 원래 부재를 쌓았다고 지적했다. ‘일관성 없이 복원해 석탑의 원형을 잃었다’는 지적인 셈이다. 또 적심석 사이 틈을 메울 충전재를 새로 개발하고도 황토를 섞은 충전재를 사용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만으로 미륵사지 석탑 해체·수리사업이 부실하게 진행됐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는 일이다. “석탑의 구조적 안정성 확보와 역사적 가치 보존을 함께 고려한 결과”라는 문화재청의 해명도 설득력 있다.

문화유산은 개발과 보존이라는 대립되는 가치 속에서 늘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미륵사지 석탑 해체·수리 과정에서 보여준 노력이 문화유산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우리 문화 사랑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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