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언식 동참자들이 ‘4대강아 흘러라’를 주제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대규모 준설과 보 건설로 망가진 4대강의 재자연화를 요구하는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불교환경연대 등 종교계와 농민단체, 노동계, 여성계, 참여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20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와 41개 환경단체로 구성된 한국환경회의는 3월 21일 오전 11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4대강 재자연화를 촉구하는 시민사회 선언식’을 개최했다.

이들은 ‘우리 강 살리기, 4대강 16개 보 해체로 시작됩니다’라는 제목의 선언문에서 “4대강 보 해체와 재자연화는 민주주의 회복, 국가재정 정상화, 미래세대에 대한 책무 등 모든 시민사회가 함께 가져가야 할 과제”라며, “4대강 재자연화 추동을 위한 기폭제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발표된 선언문에는 시민사회·환경단체 대표와 임원, 활동가 974명이 이름을 올렸다.

동참자들은 선언문에서 “4대강 사업은 유사 이래 가장 실패한 국책사업, 대표적인 정책 실패 사례로 전락했다”고 지적하고, “목적을 상실한 4대강 16개 보는 전부 해체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4대강 사업 지키기에 나선 정치권과 일부 언론, 4대강 사업 참여 전문가의 행태도 비판했다.

이들은 일부 언론에 대해 “매년 수질 개선을 위해 4조원 이상의 국민 세금이 들어가고 있는데도 수백억 원의 보 해체 비용을 운운하고 있다”며, “자료를 왜곡해 정부가 발표한 보 처리 방안에 흠집을 내고 신뢰성을 깎아내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부 정치권에 대해서도 “농민 핑계를 대지만 직접 이해당사자인 지역 농민은 보 해체를 환영하고 있다.”며, “논리와 합리를 무시하고 지역 민심을 오도하는 막무가내 반대가 도를 넘는다”고 비판했다.

선언문 동참자들은 “2019년은 보 완전 해체를 시작으로 4대강 재자연화의 원년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4대강사업은 담합 비리, 비자금 조성, 법·제도의 심각한 훼손 등 대한민국의 근간을 뒤흔들었다”고 지적하고, “썩은 물을 가두기 위해 들인 22조 원의 혈세, 매년 4조 원에 이르는 수질 유지 관리 비용 등 죽음의 기록이 누적되고 있는 4대강에 다시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시민사회는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한 4대강 16개 보를 완전히 해체하기 위해 정치권에 정당한 요구를 분명히 하고, 부화뇌동하는 일부 언론에 단호히 대처하며, 좌고우면하는 정부에게 목소리를 높이겠다”고 다짐했다.

▲ 언언식 동참자들이 ‘4대강 재자연화 이제, 시작입니다’라고 씌여진 손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선언문 낭독에 앞서 농민, 환경, 여성계, 시민사회, 종교계 인사의 발언이 진행됐다.

김상화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 고문은 여는 말에서 “겨레의 젖줄, 민족의 탯줄인 4대강을 망가뜨린 이들이 후안무치하게 아직도 4대강 사업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4대강 재자연화라는 역사의 큰 물줄기를 지켜내 4대강을 후손에 남겨주자”고 말했다.

경북 고령에서 수박 농사를 짓고 있는 곽상수 농민은 “우리 농민은 물이 많은 곳에선 벼농사를 짓고 적은 곳에서는 밭농사를 지으며 2000년 동안 낙동강에서 살아왔다”며, “합천보 담수 이후 8년 동안 수박 단지가 초토화됐다”고 밝혔다. 곽 농민은 이어 “4대강을 망친 자들이 농민 핑계를 대고 보 개방과 해체를 반대하고 있다”고 개탄하고, “자연의 순리에 따르며, 농민의 자존심을 살리는 정치인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공주보진실대책위에서 활동하는 서봉균 씨는 “공주보 건설 이후 수질이 좋아졌다는 등 가짜뉴스가 공주지역에 횡행하고 있다”며, “15개 시민사회단체가 공주보진실대책위를 구성해 대응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고 밝혔다. 서 씨는 “보 해체를 주장하면 좌파 운운하는데, 강에 좌우가 어디 있는가. 오늘 행사가 가짜뉴스를 척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영선 한국환경회의 공동대표는 “4대강 공사가 진행될 때 환경운동가들이 ‘강을 막아 저수지를 만들면서 강 살리기라고 하는 것은 몰상식한 일’이라고 비판했다”며, “늦었지만 정부가 강을 흐르게 하고 지난 잘못을 바로잡는 결론을 내려 다행”이라고 말했다. 지 대표는 이어 “4대강 사업을 책임져야 할 자유한국당과 보수 언론이 아직 제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며 “정부는 흔들림 없이 재자연화를 추진해 나가고 4대강 보를 해체해 강이 아름답고 건강하게 흐르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이진형 목사(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는 “《성서》에 정의가 강물처럼 흐른다는 말이 있다.”고 소개하고, “강은 모든 생명을 품은 어머니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 목사는 이어 “생명의 강이 인간의 탐욕으로 댐과 보에 갇혀 신음하고 있다.”며, “강 흐름을 막고 있는 모든 댐을 해체하고 강이 자연 모습 그대로 흐르길 기도한다. 강물이 흐르는 것이 정의이고, 4대강을 재자연화하는 것이 우리 사회 정의가 회복되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날 선언식은 ‘4대강아 흘러라’라는 주제로 펼쳐진 퍼포먼스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다음은 선언문 전문.

우리 강 살리기, 4대강 16개 보 해체로 시작됩니다

4대강 사업은 유사 이래 가장 실패한 국책사업, 대표적인 정책실패 사례로 전락했습니다. 수많은 전문가와 시민사회의 우려 그대로 대한민국의 자연과 민주주의를 짓밟았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4대강 곳곳에선 날 선 아픔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2019년 비로소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었습니다. 정부가 금강과 영산강을 시작으로 4대강 재자연화의 핵심인 보 처리 방안을 사회적 편익에 기초해 발표한 것입니다. 하지만 환경부 조사평가단 기획위원회의 보 처리 방안은 미흡합니다. 금강, 영산강의 5개 보 중 해체안이 제시된 곳은 3곳뿐이고, 나머지 두 곳은 상시개방 후 추가 모니터링을 하자는 방안입니다. 시급히 보를 해체해 강의 자연성을 회복시켜야 함에도 진행 상황은 더디기만 합니다. 낙동강과 한강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올 연말까지 보 처리 방안을 반드시 마련해야 하는데 수문 개방 모니터링 등 관련 정책 실행은 미진합니다. 박차를 가해야 합니다. 목적을 상실한 4대강 16개 보는 전부 해체해야 마땅합니다. 4대강 재자연화는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으로 우리가 반드시 이뤄내야 할 사명입니다. 3월 22일 내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날’입니다. 지구 차원에서 수질오염과 먹는 물 부족이라는 위급함을 환기하고자 정했습니다. ‘세계 물의 날’의 의의를 상기했을 때 4대강 사업은 지난 정권의 실패한 정책이며, 우리 강의 자연성을 파괴한 사업이었음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한 편에선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4대강 사업 지키기에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일부 언론과 4대강 사업에 부역한 전문가들의 억측도 도를 넘고 있습니다. 우리 강을 학살한 사람들이 4대강 재자연화를 방해할까 우려됩니다.

실패한 4대강 사업을 정쟁으로 호도하는 일부 정치권과 보수 언론을 규탄합니다.

자료를 왜곡해 정부가 발표한 보 처리 방안에 흠집을 내고 신뢰성을 깎아내리는 일부 언론의 공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경제성 분석에 반영된 비용도 어휘를 달리해 국민을 속이고 있습니다. 수백억 원의 보 해체 비용 운운하지만, 실상 매년 수질 개선을 위해 4조 원 이상의 국민 세금이 들어가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논리와 합리를 무시하고 지역 민심을 오도하는 일부 정치권의 막무가내 반대도 도를 넘습니다. 농민 핑계를 대지만 지역의 직접 이해당사자인 농민들은 보 해체를 환영하고, 정부가 세운 보 해체 피해 상황 보완책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근거 없이 대정부 투쟁만을 부르짖는 자유한국당의 행태에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담합니다.

2019년, 보 완전 해체를 시작으로 4대강 재자연화의 원년이 되어야 합니다.

담합 비리, 비자금 조성, 법·제도의 심각한 훼손 등 4대강 사업은 대한민국의 근간을 뒤흔들었습니다. 썩은 물을 가두기 위해 22조 원의 국민 혈세를 쏟아부었고, 매년 막대한 유지관리비용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죽음의 기록이 누적되고 있는 4대강에 이제 다시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어야 합니다. 2019년은 보 완전 해체를 시작으로 4대강 재자연화의 원년이 되어야 합니다. 보를 완전히 해체하지 않는 한, 상시 개방한다고 해도 물길은 절반 넘게 고정보에 막혀 있습니다. 정치권은 4대강 문제를 정쟁으로 비화시키지 말고 우리 강 살리기에 앞장서야 합니다. 언론은 진실 탐구와 보도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합니다. 더불어 정부는 시대정신에 따라 과감한 정책 결정과 실행으로 4대강 사업의 잘못을 바로잡고, 우리 강 살리기에 주력해야 합니다.

4대강 보 해체와 재자연화는 비단 환경 문제만이 아닙니다. 민주주의 회복, 국가재정 정상화, 미래세대에 대한 책무 등 모든 시민사회가 함께 가져가야 할 과제입니다. 시민사회는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한 4대강 16개 보 완전 해체를 위해 정치권에 대해 정당한 요구를 분명히 하겠습니다. 부화뇌동하는 일부 언론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처하겠습니다. 4대강 재자연화를 위해 좌고우면하는 정부에게도 목소리를 높이겠습니다. 시민사회가 만들어 내는 한 묶음의 사자후가 4대강 재자연화 추동을 위한 기폭제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2019년 3월 21일
4대강 재자연화를 염원하는 시민사회 선언인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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