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현주 옮김|불광출판사 1만 5000원

베트남 전쟁 당시 폐허가 된 마을을 재건하는 일에 앞장서던 스님은 같은 마을을 세 번이나 복구한 뒤 다시 공격을 받자, 다시 복구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논쟁에서 이렇게 말한다.
“네 번째라도 다시 세워야 합니다. 언제고 전쟁은 끝나게 돼 있어요. 그날을 앞당기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행동하는 것 자체가 우리를 절망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세속 나이 아흔을 넘긴 틱낫한 스님은 지난해 10월 고향 베트남으로 영구 귀국했다. 제자에게 쓴 편지에서 스님은 “이제 내 생의 수레바퀴가 멈추어 간다. 남은 나날을 스승과 제자들과 함께 보낼 때가 왔다.”고 밝혔다.

틱낫한 스님은 이 책에서 40여 년 간 망명인으로 살아야 했던 고단함 속에서 스스로 변화하고 치유했던 고백을 털어놓았다. 스님은 이야기를 통해 ‘진리와 깨달음’은 가장 단순한 데 있음을 알려준다.

책에는 베트남에서의 어린 시절, 출가, 전쟁과 망명 생활, 프랑스의 ‘플럼 빌리지(자두마을)’ 공동체 설립, 그리고 전 세계를 다니며 가르침을 펼치는 동안의 에피소드로 채워졌다.

또한, 책에서 스님은 호흡, 걷기, 앉기, 듣기, 차, 게송, 껴안기 명상 등 다양한 마음챙김 명상을 소개한다. 마음챙김은 현재 순간에 있으면서 모든 것, 우리 안팎에 있는 온갖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을 알아차리게 한다. 긍정적인 것은 배양하고 부정적인 것을 인식하고 껴안고 바꿔 놓는 법을 배운다. 그러나 스님은 마음챙김 수련이 무엇을 얻거나 무엇을 이루려는 게 아니라, 수련 자체가 큰 기쁨이고 우리가 찾는 평화라고 말한다.

이현주 목사가 번역해서 틱낫한 스님 특유의 간결한 언어가 생생하게 느껴지며, 책에 나온 ‘깨달음의 순간들’은 우리 가슴속으로 따듯하게 흘러들어 마치 내가 그 깨달음의 주인공인 듯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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