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광출판사|1만 8000원
“이들은 역사적으로는 시대정신에 투철했고, 불교적으로는 중생제도의 신념에 충실했다.”

역사가 이이화 씨는 ‘시대정신’에 주목하고 그에 맞닿아 있는 ‘중생제도’를 기준으로 인물을 선정했다. 책에서 소개하는 승려는 모두 17명인데 이 가운데는 불교계에서 고승(高僧)이라 일컬어지는 인물도 있고, 그 동안 잘 조명되지 않았던 방외(方外)의 인물도 있다.

원효, 의상, 의천, 보조, 일연, 무학, 경허 스님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고승으로 대중에게 잘 알려진 인물이지만 이 책에서는 기행과 한계까지 서술하며 실천적 면모에 관심을 기울인다.

서산, 사명, 용성, 만공, 만해 스님은 우리 역사의 암흑기에 선방을 박차고 나온 인물인데 이 책에서는 승려로서뿐만 아니라 현실 구제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정치가로서, 그리고 시대의 짐을 짊어지고 고뇌하던 한 인간으로서의 면모를 함께 살피고 있다.

도선, 묘청, 변조, 설잠, 천호 스님은 한국불교사의 방외 인물로, 불교계에서 조명한 경우가 드물거나 없었다. 더구나 묘청, 변조(신돈), 천호(이동인) 스님은 부정적인 인물로 이야기되거나 그에 관한 흔적이 미미하다. 하지만 저자는 관련된 기록과 자료를 통해 이들의 행적을 재구성하며, 저자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한다.

저자의 역사관을 바탕으로 선정한 17명의 인물은 기본적으로 승과 속의 경계를 허물고 번뇌 가득한 세간에 뛰어든 승려이다. 그리하여 당대의 현실 문제에 대한 깊은 사유를 통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실천하려 했다. 또한 전쟁이나 귀족의 횡포 등에 신음하는 민중을 위한 주의·주장을 펴기도 했으며, 사회 개혁의 중심에 있기도 했다.

그동안 우리 불교사의 ‘위대한’ 승려를 다룬 책은 ‘고승(高僧)’이라 불리는 인물을 조명한 예가 대부분이다. 더구나 그들의 행보, 관련한 역사적 사건은 그들의 사상적 바탕에서 기술된 경우가 많았다.

이 책은 불교라는 종교적이거나 사상적인 측면을 기반으로 하지 않고 한국불교사, 넓게는 한국사에서 주목해야 할 승려의 행적을 전하고 재평가한다. 또한, ‘역사를 가장 쉽게 풀어쓴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저자 특유의 서술 방식으로 조금은 낯선 승려 이야기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 한다.

책에 등장하는 스님들의 기록상 남겨진 그들의 행보와 그들이 남긴 문집, 그들과 관련된 민간 설화와 현대 자료 등의 전 방위적 검토에 더불어 저자의 확고한 역사관을 통해 해당 인물의 또 다른 면모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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