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물, 불, 공기에 의해 이루어진 몸이 점점 무너져 내릴 때,
몸의 기운이 쇠퇴하고 입과 코가 마르고 주름 잡힐 때,
온기가 점차 사라지고 숨이 가빠지고 시끄러운 소음이 들릴 때,
우리가 공덕의 강한 마음을 일으킬 수 있기를.”

▲ 제프리 홉킨스 편역|이종복 옮김|담앤북스|1만 6000원

제1대 빤첸라마가 지은 <중음도(中陰道)의 위험한 곤경에서 해방되고자 하는 기원문, 두려움에서 해방된 영웅> 중 8연이다. 총 17연인 이 시는 많은 티베트 사람들이 날마다 죽음에 대해 명상할 때 쓰인다.

티베트에서는 임종 시, 죽은 자가 중음도를 벗어나 깨달음으로 향할 방법을 안내하는 《사자의 서》를 머리맡에서 귓속말로 읽어준다. 그리고 위 시의 조언에 따라, 죽음의 순간과 중음도에 있는 동안 일어날 환영의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행한다.

《달라이 라마, 죽음을 말하다》는 이 시의 17개 연에 대한 해설이자, 죽음 전반에 대한 달라이 라마의 통찰이 담긴 책이다. 죽음이라는 미지의 영역을 그림을 그리듯 감각화, 이미지화하여 풀어낸다. 또한 읽다 보면 두려움을 내려놓고 죽음을 어떻게 준비할지 생각하게 한다.

달라이 라마는 죽음으로 가는 여덟 단계를 차근차근 설명한 후, 현재의 삶과 다음 삶 사이의 ‘중음도’ 그리고 ‘환생’의 단계에서 우리가 각각 어떤 과정을 건너게 되고 그때 어떤 마음가짐이 도움이 되는지를 설득력 있게 풀어 나간다. 이를 통해, 죽음에 관한 숙고를 거쳐 자신의 삶에서 진실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새삼 깨달을 수 있다.

잘 죽는 일이란 결국 잘 사는 일과 나란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우리가 죽음을 대면할 수 있다면 삶을 보는 시야 역시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잘 사는 일이란 결국 사랑과 자비, 선을 이 생에서 어떻게 실천하는가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그래서 이 책의 부제는 ‘죽음에 대하여, ‘강력한 선함’을 지닌 채 살아감에 대하여‘이다.

이 책은 달라이 라마의 수석 영어 통역사로 10년간 봉사했으며, 달라이 라마의 강연을 15권의 책으로 엮어낸 제프리 홉킨스가 썼다. 2004년 국내에 출간된 같은 제목의 책에 부록과 역자후기를 추가해 복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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