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끼니를 구걸한 음식으로 해결했지만 세상 누구보다 당당했던 한 남자가 있었다.
지닌 건 옷 한 벌과 발우 하나뿐이었지만 세상 모두를 품었던 진짜 부자가 있었다.
잠자리는 비록 거칠었지만 마음만은 지고의 평안을 누렸던 정말 위대한 사람이 있었다.


우린 그분을 고타마 부처님이라고 부른다. 진창에서 피어오르는 연꽃처럼 어둡고 탁한 사바세계를 밝히고자 고타마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 지도 2553년. 고타마 부처님은 ‘수메다’라는 은둔 수행자로 디팡카라 부처님에게 수기를 받은 후부터 4아승지 10만 겁 동안의 수행을 통해 성불을 이루셨다. 《대불전경》은 그토록 장구한 세월 속에서 고타마 부처님이 성취하신 보시, 지계, 인욕 등 바라밀행에 대한 내용은 물론 이 생에서 성불하여 열반에 들기까지의 드라마와도 같은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또 고타마 부처님뿐 아니라 디팡카라 부처님부터 시작해 콘단냐, 망갈라, 수마나 부처님 등에 이르는 과거 25분의 부처님들 및 미래불인 멧테야 부처님의 이야기까지 전한다.
고타마 부처님을 비롯한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은 중생을 고통에서 해방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부처님의 전 생애를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중생의 고통을 외면한다면 그것은 불법일 수 없다. 그리고 또 하나, 부처님의 생애가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부처님이 위대한 이유는 우리와 똑같은 중생으로 태어나 부처를 증득한 데 있으며, 따라서 우리 같은 범인도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굳이 말한다면 성불이 아닌 견성이 될 것이다.
이 책을 덮는 순간, 2500여 년이 흘렀어도 부처님의 말씀은 여전히 우리에게 유효하다는 사실에 전율을 느낄 것이다. 고통스럽고 각박한 현실에서도 우리 모두에겐 성불의 씨앗이 싹트기만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도 깨닫게 될 것이다. 수메다 보살이 발심한 이래 수 아승지 겁 동안의 보살행을 끝으로 마침내 부처를 이루었던 것처럼, 지금 이 세상 어디에서도 부처의 씨앗을 틔운 미륵보살이 바라밀행을 닦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 세상을 가득 채운 중생들이 모두 다 미륵보살의 화현일는지도. 그 모든 미륵보살의 씨앗들께 이 책을 바친다.

더 이상의 불전(佛傳)은 없다. 각색되지 않은 고타마 부처님의 모든 것!

이 책의 원서는 미얀마 태생의 스님이신 밍군 사야도의 역작 《마하붓다왕사》이다. 《마하붓다왕사》는 현재 영어로 번역되어 세계적으로 발행되고 있다. 수승한 미얀마 학자인 ‘우 코 래’와 ‘우 틴 르윈’이 영어로 번역한 《The Great Chronicle of Buddhas》만 해도 전체 6권 10책의 양으로, 3,000쪽을 훌쩍 넘어가는 방대한 저작이다. 본 《대불전경》은 밍군 사야도의 원 저서가 아닌 영역본을 기본 텍스트로 삼아서 한글로 번역한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원서나 영역서 모두 주요한 교리를 드러내는 술어나 경전 문장들에 팔리어를 병기하거나 팔리어로 소개해놓아, 20년 넘게 팔리어 문헌을 연구해온 역주자 최봉수 박사가 한글로 옮기는 데 별 어려움은 없었다. 더욱이 밍군 사야도의 원서에는 없는 미래 미륵불에 관한 내용이나 대승불교가 말하는 성불의 보편성에 대한 주장까지 최봉수 박사의 역주를 통해 언급하고 있어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균형 잡힌 시각을 제시한다.

고타마 부처님의 생애를 각색되지 않은 순수한 모습으로 만나다

고타마 부처님의 생애를 자세히 살피고 싶다면 팔리 문헌을 봐야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문헌이 《붓다왕사》, 《자타카》, 《차리야피타카》이다. 《붓다왕사》, 즉 《불종성경》에는 고타마 부처님뿐 아니라 4아승지 10만 겁이라는 장구한 세월 속에 연등불(디팡카라 부처님)로부터 이 세상에 출현하는 수많은 부처님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들어 있다. 《자타카》, 곧 《본생경》에는 부처님의 일생, 즉 이 세상에 오셔서 깨달음을 얻고 중생을 교화한 후 열반에 들기까지 80년간의 생애가 이미 정확하게 예견되어 있다. 《차리야피타카》, 즉 《소행장》은 부처님이 이 생에 부처님으로 오기 전, 즉 전생의 보살 시절에 어떤 수행을 했는가 하는 내용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팔리 문헌들은 하나같이 보살이 10가지 바라밀을 수행하여 이 생에서 부처님을 이루었음을 전하고 있는데, 이 10가지 바라밀에 초점을 두고 부처님의 전생 시절을 요약하고 함축하는 자료가 바로 《차리야피타카》다.
《대불전경》은 부처님 일대기와 관련해 남방 팔리어로 된 자료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 매우 독보적인 책이다. 따라서 부처님의 생애를 다룬 기존의 책들에 비해 보다 순수하고 각색되지 않은 모습으로 고타마 부처님을 조명한다.

경전 자료들의 유기적인 연결

최봉수 교수.
고타마 부처님 일대기에 대한 연구는 그 양적인 방대함 때문에 난관에 부딪치기 일쑤다. 최소한 한역 자료인 본연부 경전 부분과 팔리 문헌 가운데 《쿳다카니카야》에 소속된 해당 자료, 그리고 율장 중 《마하왁가》 및 4나카야에 들어 있는 해당 자료들과 아울러 그 주석서들을 모두 살펴야 한다. 따라서 불타전(佛陀傳)에 대한 연구는 매우 힘든 불교학적 영역이 아닐 수 없다. 또 방대한 자료들을 모두 천착했다 하더라도 그 자료들 상호간에 어떤 유기적인 연결이 있는가에 대한 안목이 충분하지 않으면 성공적인 연구를 장담하기 힘들어진다. 경전 자료들이 대부분 시간적 정보를 배제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자료 상호간의 유기적인 연결이 어렵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인 밍군 사야도는 삼장을 완전히 암기했을뿐더러 삼장의 주석서들에 대해서도 매우 박식하고 해박한 지식을 성취했다. 그래서 자신이 확보한 자료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고타마 부처님의 전생 시절부터 이 생에서의 탄생과 열반에 이르기까지 정연한 순서에 입각해 풍부하게 고찰하여 부처님 일대기에 대한 한 편의 대하드라마를 저술해낼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고타마 부처님의 경전을 살피게 되면 거의 대부분 다음과 같은 특징을 발견하게 된다. 어떤 사건을 설명하면서 그 사건이 벌어진 장소에 대해서 매우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왓티 성의 제타와나 숲에 있는 아나타핀디카 장자가 바친 승원, 라자가하 시의 죽림정사 등으로 어떤 사건이 벌어진 장소에 대해서 매우 정확하게 명기하고 있다. 그러나 매우 아쉽게도 그 사건이 있었던 시간에 대해서는 자세한 정보를 전하지 못한다. ‘일시(一時, ekaṃ samayaṃ)에’, 즉 ‘어느 때에’라는 한마디뿐이다. 예를 들어 부처님이 생문(生聞)이라는 바라문에게 12처(十二處)를 가르칠 때도 그렇다. ‘여시아문 일시 불주 사위국 기수급고독원(如是我聞一時佛住舍衛國祇樹給孤獨園)…’이라고만 나온다. 즉 생문이라는 바라문에게 12처를 가르쳤던 곳이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이었다는 내용은 분명히 기록되어 있지만, 언제 가르쳤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단순히 ‘일시’라는 한마디로 그치고 있는 것이다.
경전이 전하는 기록이 모두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경우 사건의 시점이 불분명하다. 물론 고타마 보살이 성불한 직후나 열반에 들기 직전과 같은 경우는 언급되어 있다. 또한 깨달음 직후 어느 곳에서 어떤 일이 있었다든지, 열반에 들기 직전 어디에서 어떻게 가르쳤다는 등의 기록은 남아 있다. 하지만 부처님의 설법은 무려 45년이라는 긴 세월에 걸쳐 진행된 사건이다. 그 기간의 가운데 부분에 대해서는 정확한 시간적인 연결고리를 찾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사야도 스님에게는 경전 상호간의 시간적인 선후를 연결할 수 있는 안목이 있었다.
사야도 스님은 해박하고 박식한 자료론적인 역량을 바탕으로 고타마 부처님의 생애에서 언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추적했다. 그리하여 많은 경우 시간적인 흐름을 재구성하는 데 성공을 거두었다. 그렇다고 해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시간적인 흐름을 찾아냈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깨달음에서 열반까지의 45년 중 약 반 정도, 즉 전 생애의 2/3 정도는 시간적인 흐름에 입각하여 사건을 나열하는 데 유의미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다시 말해, 부처님이 깨달음을 성취한 첫 번째 해에는 주로 어느 곳에서 어떤 일을 했고, 다음해에는 어디에서 어떤 일을 했으며, 또 그 다음해에는 어떤 일을 전개했는지 연도별로 풀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부처님의 어린 시절에 대해서조차 연도를 비교적 정확하게 잡아내고 있다. 부처님이 29세에 출가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 되었다. 그러나 싯닷타 태자를 출산할 당시 마야 부인의 나이라든가, 야소다라 공주와의 결혼 시기 등을 구체적으로 아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다. 그런데 사야도 스님은 이 책을 통해 마야 부인이 56세에 싯닷타 태자를 낳았으며, 싯닷타 태자와 야소다라 공주가 16세에 결혼하는 것으로 밝히고 있다. 이처럼 밍군 사야도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시간적인 부분을 정확히 규정하고 있다.

제목 : 대불전경(마하붓다왕사)
원제목 : The Great Chronicle of Buddhas
저자 : 밍군 사야도
역주자 : 최봉수
분량 :
대불전경 제1 해제부-104p
대불전경 제2 본생부 제1권-536p
대불전경 제3 본생부 제2권-360p
대불전경 제4 교화부 제1권-342p
대불전경 제5 교화부 제2권-334p
대불전경 제6 교화부 제3권-438p
대불전경 제7 교화부 제4권-302p
대불전경 제8 교화부 제5권-376p
대불전경 제9 열반부-392p
대불전경 제10 부록부-256p
출간일 : 2009년 10월 20일
정가 : 490,000원
ISBN : 세트번호-978 89 5596 544 5
대불전경 제1 해제부-978 89 5596 545 2
대불전경 제2 본생부 제1권-978 89 5596 546 9
대불전경 제3 본생부 제2권-978 89 5596 547 6
대불전경 제4 교화부 제1권-978 89 5596 548 3
대불전경 제5 교화부 제2권-978 89 5596 549 0
대불전경 제6 교화부 제3권-978 89 5596 550 6
대불전경 제7 교화부 제4권-978 89 5596 551 3
대불전경 제8 교화부 제5권-978 89 5596 552 0
대불전경 제9 열반부-978 89 5596 553 7
대불전경 제10 부록부-978 89 5596 554 4
판형 : 신국판 변형, 양장
분야 : 종교 / 불교 / 위인전
출판사 : 한언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