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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다람쥐 닮은 성미산 훈장님
진부서당에서 한문·인문학 강의하는 이민형 서예가
2019년 03월 15일 (금) 12:01:37 박선영 기자 budjn2009@gmail.com
   
▲ 자신의 작품 앞에 선 이민형 작가.

 

서예는 덧칠이 불가능하다. 내면이 완숙돼야 좋은 글씨가 나온다.

이민형 작가는 전통서법을 근간으로 주관적 철학을 가미시켜고, 글씨의 여백으로 사유를 이끌기에 ‘명상서예’라는 장르의 글씨를 쓴다. 그가 낸 책 중 《도덕경과 함께하는 오늘》은 도덕경 5천자 중 31글자를 정해 붓글씨로 써서 하루의 명상거리로 삼는다. 하루 한 자, 먹의 농담(濃淡)과 여백을 통해 각인되도록 해 하루의 화두로 삼는 거다.

이민형 씨를 소개하자면 우선 서예가다. 그 다음은 어릴 때부터 한문을 배워 지금 ‘진부서당’의 훈장이다. 세 번째는 사진작가다. 성미산의 사계절을 기록하고 결과물로 마을에서 전시를 한다. 그리고 성미산을 소재로 수묵화도 그리고 오일파스텔화도 그리며 전각도 한다. 마지막으로 성미산살리기 활동가다.

#예술 #서예 #불교 #스승

3월 둘째 주 법련사 불일미술관에서 전시를 한 이민형 작가를 만났다.

그가 서예를 시작한 이유는 건강하지 못해서였다. 중학교 3학년 때 폐기흉으로 쓰러졌고, 한 달에 여섯 번의 수술을 해 양쪽 폐를 20% 절단했다. 화원을 하던 어머니는 건강하지 못한 아들에게 화분 리본에 문구를 써넣으라며 서예학원을 권유했다. 서예가 한학 공부와 맞물리자 속도가 붙었다.

처음 한문을 배운 건 고등학교 때 학봉당 준수 스님에게였다. 독실한 불교신자인 어머니가 소개한 자리로 주 1회 독선생을 마주하고 기초를 공부했다. 첫 번째 스승이 생긴 것이다. 그러다 어머니를 따라 김천 청암사에 갔는데 학장스님이 방에 걸린 한문 경전 액자를 읽어보라고 시켰다. 한문 배운지 얼마 안 된 초보자가 알기에는 버거운 글씨였다. 더 깊은 공부가 필요하다며 스님이 그 자리에서 소개해준 곳이 ‘과천서당’이었다.

과천서당의 훈장은 초의선사의 차맥을 잇고 있는 박동춘 선생으로 이 작가의 두 번째 스승이다. 이 작가는 초반에는 인덕원에서 과천까지 다녔지만 중반 이후에는 오대산에서 주말반을 수강하러 과천을 오갔다. IMF를 맞아 가족이 모두 오대산으로 자리를 옮겼기 때문이다. 20대 초부터 10여 년을 다녔다.

이 시절, 건강 때문에 겨우 고등학교를 마칠 수 있었기에 대학을 포기했던 그는 출가를 하려고 생각했다. 월정사, 상원사 스님들과 친분이 두터워졌고 그의 가슴에도 어머니에게서 전해진 불심이 점점 자신의 것으로 자리 잡으며 뿌리가 단단해지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대전대 서예학과에서 그동안 서예로 수상한 경력을 인정해 입학자격이 된다는 통지가 왔다. 젊은 가슴이 세상에 대한 장밋빛 희망으로 뛰었다.

한두 학기만 다녀보고 다시 오겠다고 스님들께 작별인사를 하고 대학에 입학했다. 밤낮으로 공부를 했고 학기가 끝날 때마다 성적표를 가져가 스님들께 보여드렸다. 그렇게 한 학기씩 연장하다보니 4년을 장학금으로 마칠 수 있었다. 주말마다 오대산에서 아이들에게 한문을 가르쳐 생활비를 벌었고 그를 어여삐 여긴 비구니 노스님은 기숙사비를 내주기도 하셨다.

대학을 졸업하고 서지학에 관심이 있어 동국대대학원 문화재 전공으로 공부하며 월정사박물관에 인턴으로 근무하기도 했고 사찰의 템플스테이를 이끄는 업무를 맡기도 했다. 이때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했다.

졸업 후 생계가 막막해진 그는 다시 오대산으로 농사를 지으러 떠났고 부부는 주말에만 만났다. 아내가 성미어린이집 원장이 되자 그에게 부모교육 인문학 강의를 부탁했다. 서울을 오가며 몇 차례 강의를 했는데 강의를 들은 학모모들이 교사에게 예의를 지키는 변화가 생겼다. 이후 주민을 대상으로 하거나 어린이집 아이들을 대상으로 강의하는 일이 많아지자 2013년부 터는 본격적으로 서울살이를 하게 됐다.

   
▲ 성미산 오목눈이<사진=이민형>
성미산에 다람쥐가 생긴다고?

성미산은 아까시나무가 90%를 차지한다. 아까시는 뿌리가 얕아 물을 머금는 양이 적기에 산이 늘 건조하다. 이에 이민형 작가는 빗물을 받는 빗물저금통에 링거밸브를 연결해 똑똑 물을 떨어뜨려 이끼가 생기게 한 후 그 주변에 돌로 작은 축대를 쌓아 인공 옹달샘을 만들었다.

옹달샘에는 성미산의 새가 찾아와 목도 축이고 깃털도 닦는다. 산에 물기가 생기면, 지금은 번식이 많지 않은 참나무가 점차 번식할 것이고 산은 본래의 의무에 충실한, 도심열섬화 현상을 막는 허파구실을 할 수 있다. 이름하여 ‘깊은 산 옹달샘’ 프로젝트이고 2차 프로젝트는 ‘산 골짜기 다람쥐’로 참나무의 도토리가 떨어지면 다람쥐가 생기게 된다는 거다.

이 외에도 산의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 이 작가는 새 모이주기, 토종 씨앗 뿌리기 등의 활동을 한다. 또 사시사철 산에 가서 사진기를 들이대는데 요즘 주로 찍는 건 성미산의 새다.

지난해에는 성산1동주민센터 갤러리와 마포구청에서 그 동안 찍은 성미산 사진전시회를 했다. 그는 성미산을 살리는 일이라면 주저하지 않고 재능을 기부할 용의가 있다.

다람쥐를 닮은 훈장님이 성미산 마을에 살면서 성미산은 든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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