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컴퓨터 단층 촬영 조사 결과 일본 도쿄 오쿠라슈코칸(大倉集古館) 소장 건칠보살좌상과 한 쌍으로 밝혀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건칠보살좌상.

일제 강점기 일본 군납 거상인 오쿠라 기하치로(大倉喜八郞)가 수집해 간 건칠보살좌상이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배기동)이 소장한 건칠보살좌상과 한 쌍으로 조성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컴퓨터 단층 촬영 결과 ‘대고려, 그 찬란한 도전’ 특별전에 출품한 건칠보살좌상과 도쿄 오쿠라슈코칸(大倉集古館)이 소장한 건칠보살좌상이 한 쌍으로 제작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런 조사결과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 건칠보살좌상 2점과 소조보살좌상 2점 등 불상 4점을 2017년부터 2년 간 컴퓨터 단층 촬영 조사한 성과를 담아 최근 펴낸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불교조각 조사보고 3》에 수록됐다.

학계에서는 그동안 두 건칠보살좌상이 크기와 양식, 세부표현 등이 거의 같고 수인만 달라서 한 본존의 협시로 제작되었거나 적어도 같은 공방에서 제작했을 것으로 추정해 왔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건칠보살좌상은 삼베와 옻칠을 번갈아 8~9회 올려 상을 완성했는데, 오쿠라슈코칸 소장 건칠보살좌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보살좌상 아래쪽과 머리 뒷부분을 잘라내고 상의 원형을 이루었던 흙을 제거한 뒤 마감처리를 하지 않은 점, 긁어내고 남은 흙이 얇은 막을 이룬 정도도 같았다. 또 눈동자에 석영을 끼워 넣은 것이나 못을 쓰지 않고 접착제로 보계와 귀를 고정한 방식, 가슴 장식의 문양, 금동보관 제작 기법과 디자인도 같았다. 금동보관은 동판 3매에 연화당초문과 당초문을 두들기거나 오려내 표현했고, 광물 또는 보석을 끼워 넣어 화염장식과 봉황, 구름 모양 장식판을 장식했다.

연구진은 이처럼 제작 기법과 모양이 같은 점을 들어 “두 상이 한 쌍의 협시보살로 조성했다고 결론 내려도 좋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컴퓨터 단층 촬영 조사에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소조보살입상과 소조지장보살입상이 본래 한 쌍의 협시보살이었던 점도 확인했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컴퓨터 단층 촬영 조사로 중․근세 불상과 복장물 제작기법에 대한 이해의 폭이 높아졌다”며, “컴퓨터 단층 촬영 조사법은 향후 전시와 한국 불교조각 연구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오쿠라슈코칸은 일본의 군납 거상인 오쿠라 기하치로(大倉喜八郞)가 세운 일본 최초의 사립박물관이다. 오쿠라는 이천 오층석탑과 평양 율리 사지 석탑 등 수많은 우리 문화재를 수집해 일본에 가져갔다. 오쿠라슈코칸에 소장된 이른바 ‘오쿠라컬렉션’이 그것이다. 오쿠라쇼쿠칸이 소장한 건칠보살상도 오쿠라컬레션의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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