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씨가 지난 2017년 펴낸 《전두환 회고록》과 관련, 11일 피고인으로 법정에 출두했다. 5.18 민주화운동 39년 만이다.

전 씨는 지난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전 씨가 《전두환 회고록》을 이유로 법정에 출두하면서 《전두환 회고록》 가운데 의심스럽던 내용들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전 씨는 《전두환 회고록》에서 지난 1980년 군홧발로 불교계를 짓밟은 10·27법난을 8년이나 지나 백담사 유폐 당시 알았다고 했다. 전 씨는 10·27법난은 자신이 잘 모르고 있는 가운데 진행된 일이라고 밝혔다.

《전두환 회고록》 제2권 3장 <다함께 열린사회로> 가운데 ‘공권력으로 대응해야 했던 일들’에 쓰인 내용이다.

《전두환 회고록》에서 전 씨는 “(스님들의) 그 말뜻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내가 무슨 일을 했기에 불교와 악연을 지었다고 하는가’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내가 받아본 정보보고서에 10·27 관련 내용이 있었을지는 몰라도 나는 기억조차 해낼 수 없었다. 노태우 보안사령관한테서 직접 보고 받은 기억도 없었다”고 했다.

전 씨는 “노태우 보안사령관이 작심하고 불교에 대해서 몹쓸 짓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도 무슨 특별한 정보가 있었을 것이다. 폭력배, 마약사범, 탈영병 등이 깊은 산속 암자에 은신해 있다는 얘기들은 나도 듣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 모친과 누이들, 형수가 모두 불심 깊었다. 노태우 보안사령관도 불자였는데 무슨 까닭으로 불교를 박해하려고 했겠느냐”고 했다.

전 씨는 훗날 알게 됐다면서 “당시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가 스님 등 불교계 인사 100여 명을 연행하고, 전국 사찰과 암자 5000여 곳을 수색했다”고 직접 밝혔다.

전 씨는 책에서 “국정 최고 책임자였던 내 불찰과 책임을 통감한다. 이 일로 적지 않은 사람이 피해 입은 것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불교계 인사 100여 명을 연행하고 탄압한 10.27법난을 8년이 지나서야 알았다는 사실은 선뜻 믿기가 어렵다.

전 씨의 《전두환 회고록》 가운데 백담사에 있는 동안 박삼중 스님, 김장환 목사, 법정 스님, 지학순 주교가 다녀갔다는 부분이 있다. 이와 관련 법정 스님이 다녀갔다고 서술한 부분도 의심을 받고 있다.

한편, 이날 전 씨는 광주지방법원 형사8단독(부장판사 장동혁)이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연 공판에 출두했다. 전 씨 측은 “과거 국가기관 기록과 검찰 조사를 토대로 회고록을 썼다. 헬기 사격설의 진실이 아직 확인된 것도 아니다”고 했다.

검찰은 5·18 당시 군의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했다며 전 씨가 회고록에 허위 내용을 적시해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가기록원 자료,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관련 수사 및 공판 기록, 참고인 진술 등을 공소 사실로 제시했다.

조현성 기자 cetana@gmail.com

※ 이 기사는 업무 제휴에 따라 <불교닷컴>이 제공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