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온도와 명차의 품질의 관계

북송(北宋) 조여려(趙汝礪)의 《북원별록》의〈개여(開畬, 차밭 일구기)〉조에 의하면, 초목이 무성하게 자라는 여름 차밭에 다른 초목은 다 제거해도 오동나무는 남겨놓는다고 하였다. 그 이유는 오동나무가 겨울에는 보온을 해주며, 여름에는 강한 햇볕을 차단해 차가 잘 생장하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송자안(宋子安)의 《동계시다록(東溪試茶錄)》에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이른 봄 아침에는 항상 비가 내리며, 비가 개인 후에는 곧 운무가 으스름하게 피어나는데, 한낮에 오히려 차다. 고로 이러한 환경이 차에 아주 접합하다. 차는 고산의 흐린 날씨와 이른 아침에 내리쬐는 햇볕을 좋아한다.”

“햇볕이 드는 곳은 차싹이 매년 일찍 발아하고, 그 싹은 아주 두텁고 실하다. 깊은 골짜기 남쪽 고지의 윤택한 땅에 나는 차는 그 맛이 다른 여러 곳에서 재배한 것보다 맛이 달다.” 이는 차밭 주변의 자연환경과 온도가 차의 품질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지 잘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송나라 휘종(徽宗) 황제가 쓴 《대관다론(大觀茶論)》에서도 평지 차밭의 토양은 비록 비옥할지라도, 햇볕을 오래 쬐면 잎이 거칠고, 차맛이 너무 강해지니 반드시 햇볕을 차단하는 설비를 갖추어 햇볕의 강도를 절제하여 온도와 일조량을 적절히 해야만 차의 품질을 높일 수 있다고 하였다.

차나무가 신생관목인 경우 생장 발육에 가장 적합한 온도 범위는 20~30℃ 이다. 이러한 온도 조건에서 차나무는 아주 빠르게 생장하며, 광합성 작용도 정상적으로 잘 이루어진다. 아울러 신생관목의 경우 차싹이 함유하는 각종 영양소도 풍부할 뿐만 아니라 잎이 부드러우면서도 탄력이 강하며, 완제품의 품질도 좋아지게 된다.

대표적인 예로 중국 사천성 몽정산의 ‘감로(甘露)’, ‘황아(黃芽)’나 아미산의 ‘죽엽청(竹葉靑)’, 항주 용정촌의 ‘용정차(龍井茶)’ 등을 들 수 있다.

앞에서 거론했듯이 차나무 생장에 적합한 온도는 20~30℃이지만, 그 범위의 최고 온도와 최저 온도일 경우에는 차나무의 생장과 발육을 저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차나무 자체에 심각한 피해를 유발할 수도 있다.

특히 신생관목의 경우에는 고온에서 가뭄의 피해를 볼 수 있고, 혹은 저온에서 동해(凍害)를 입을 경우 차의 발아 시기가 늦어지거나, 신생관목의 신진대사 기능이 약화된다. 설사 발아할지라도 그 싹과 잎이 여위거나 작아져 좋은 환경에서 정상적으로 자란 찻잎과는 품질이 확연히 다르다. 이러한 차이는 차를 다 우려내고 난 뒤 남은 찻잎, 즉 엽저(葉底)를 비교하면 확연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봄에 나는 ‘춘차(春茶)’는 여름에 생산되는 ‘하차(夏茶)’에 비해 품질이 우수하다. 명차들은 대부분 장소를 불문하고 봄에 싹과 잎을 따서 만든다. 왜냐하면 봄에는 기온이 비교적 낮아 질소대사의 진행이 원활하고, 단백질과 아미노산 등의 질소화합물 합성 작용이 비교적 많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즉, 이러한 생물학적 작용은 차의 맑은 향인 ‘청향(淸香)’형의 방향(芳香)물질을 많이 형성하게 한다.

가을은 여름보다 비교적 온도가 낮아 ‘화과향(花果香)’형의 방향물질을 형성하는 데 유리해 가을에 찻잎을 따서 만든 명차에는 ‘화향(花香)’형이 주로 많이 보인다.

3) 습도와 명차의 품질 관계

차나무는 생장, 발육 과정에서 대량의 수분을 필요로 한다. 차나무가 생리적으로 필요로 하는 물과 생태적으로 필요로 하는 물의 주요 공급지는 토양의 수분이며, 일반적으로는 전답(田畓) 용수량의 70~80%가 차나무 생장에 가장 적합하다. 수분은 차나무의 신진대사를 정상화할 뿐만 아니라 갓 돋아난 차싹이 머금을 영양소의 형성과 저장에 아주 긴밀한 관계가 있다. 차밭의 공기 중에 습도가 많으면 자주 운무가 생긴된다. 운무는 차밭의 내리쬐는 햇볕의 광질(光質)을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간접광(間接光)’을 증가시키는 작용을 하며, 차나무의 광합성작용에 아주 유리하여 관목형 차나무의 찻잎을 부드럽게 하고 탄성을 높이는 데 좋다. 차나무에 직사광선이 비치는 것은 차나무 생장, 발육에 금물이다. 그래서 반사광(反射光)을 통해 간접적으로 빛을 들게 하여야한다.

명차가 재배되는 지역은 대부분 강우량이 풍부하고 날씨가 비가 오다, 개다를 자주 반복하여 상대적으로 공기 중의 습도가 많은 편이다. 아울러 그곳의 토양은 수분을 많이 함유하고 차나무의 생장이 왕성하며, 카페인과 방향물질의 함량이 비교적 높은 편이다. 그러므로 차를 만들었을 때 향기는 좋고 많이 순후(醇厚)하여, 품질이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안휘성 황산의 ‘모봉’, 절강성 항주의 ‘사봉용정’, 복건성의 ‘무이암차’, 사천성의 ‘몽정황아’, 강서성 여산의 ‘운무차’ 등 명차는 모두 강우량이 풍부하고 습도가 높은 고산(高山) 운무 중에서 생장한다. 일반적으로 연 강우량은 1,000mm이상이며 상대 습도가 80%이상이기 때문에 자연히 차나무 생장에 유리할 뿐 아니라, 차나무의 물질대사가 원활하여 명차의 좋은 품질을 형성할 수밖에 없다.

박영환 | 사천대학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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