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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7법난 역사성 드러낼 부지는 어디?
10년째 표류 기념관 건립 사업, 대체부지 선정 임박
2019년 02월 22일 (금) 14:10:56 불교저널 budjn2009@gmail.com

자승 전 총무원장 시절 시작된 10·27법난기념관 건립 사업이 10년째 표류중이다. 조계사 건립은 백지화됐고, 대체부지로 봉은사와 개운사 땅이 유력 후보지로 떠올랐지만, 이마저도 뒷말이 흘러나온다. 법난의 역사성을 대표할 부지도 찾지 못하면서 대규모 건축에만 몰두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2009년 5월 시작된 ‘역사교육관’ 건립 계획은 2013년 8월 주무부처를 국방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로 변경하고 법난기념관 사업으로 명칭을 변경해 추진해 왔지만 10년째 진척이 없다. 낙산사 인근 부지에 ‘역사교육관’을 건립하려던 첫 계획은 조계사 부지로 선회했다. 조계사 권역에 건립하려던 계획은 백지화됐다. 기부채납 조건으로 보조금을 받아 토지매입까지 진행했지만 비싼 땅값에 부지 매입이 지지부진했다.

조계종은 부랴부랴 종단 소유의 개운사와 봉은사 땅을 대체부지로 좁혀 법난기념관을 건립하는 방안을 만들어 정부와 협의하려 하고 있다. 조계종 종단불사추진위원회는 법난기념관 대체부지를 봉은사와 개운사 땅으로 범위를 좁히고 최종 선정을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부지 문제로 표류한 사업이 10·27법난의 역사성과 상징성이 무시된 채 부지 선정 작업이 이루어지고, 여기에 조계종 총무원 주변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이 움직여 봉은사 부지를 이미 대체부지로 내정했다는 뒷말이 흘러나온다. 자승 전 원장 때부터 주먹구구식 사업 추진으로 문제가 된 상황에서도 종도들의 의견을 묻지 않은 채 몇몇 실력자들에게 의해 법난기념관 대체부지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법난기념관 사업은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을 불렀다. 매입대상 부지 소유자와 임차인들의 저항도 거셌다. 감사원 감사까지 받았고, 지난 1월 중순 감사원은 문화체육관광부에 건립사업 점검과 사업 추진을 위한 합리적 방안 마련을 통보했다. 그리고 보조금 사업의 부진 사유 점검 및 개선망안 마련 소홀에 따른 사업 지체가 되지 않도록 주의 조치까지 내렸다. 감사원 감사결과를 받은 문화체육관광부는 조계종에 감사 결과를 통보하고 2월 22일까지 후속조치와 추진 일정 등 향후 집행 계획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10·27법난기념관 사업은 20년 전부터 추진됐다. 2008년 3월 ‘10·27법난 피해자의 명예회복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다음해 5월 낙산사 인근에 역사문화관 건립계획이 정부에 제출됐다. 부지 문제는 이때부터 불거졌다. 4년 넘게 부지를 결정하지 못한 조계종은 법난 관련법 개정으로 주무부처를 국방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로, 역사교육관은 법난기념관으로 시설명칭을 변경하고 민간자본보조사업에서 정부가 토지 매입에도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조계사 권역으로 부지를 정하고 2014년 9월 기획재정부가 법난기념관 건립사업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면서 사업은 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였다. 2015년 6월 기획재정부와 문화체육관광부 그리고 조계종은 기념관 건립사업 재정지원 협약서를 체결했고, 같은 해 10월 보조금으로 매입한 부지는 국가(문화체육관광부)에 기부 채납하는 약정서를 체결했다. 이듬해인 2016년 3월 조계종은 토지 매입 전담반을 구성해 본격적인 부지 확보에 나섰다. 2015년 12월에 시작된 법난기념관 기본계획은 2016년 12월에야 마쳐 정부에 제출됐다. 기본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조금이 결정되고 땅을 사드린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2017년 7월 기념관 건립사업 기한을 당초 2018년에서 2022년으로 연장했다. 총 사업비 1670억 원, 국고보조 1513억 원과 자부담 157억 원이 투입되는 조계종 역사상 최대 규모의 목적불사가 사업 추진을 선언한지 10년 만에 아무런 결과물을 내지 못한 채 다시 사업 기한이 4년여 연장된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관련 예산은 불용 처리되거나 이월되어 왔다. 2010년 6월 기념관 보조금 예산은 1513억 원으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526억 원의 예산을 배정했지만 사업계획 미흡으로 집행되지 않아 매 연도 말에 불용 처리했다. 기재부는 2014년 예산 평성 시 연례적인 불용을 이유로 국방부가 2013년 요구한 예산액 216억 원을 편성하지 않으면서 건립사업은 중단됐다. 이후 법난 관련법을 개정하고 주무부처를 변경하고 시설명칭도 바꾸면서 다시 사업이 재개됐다. 조계종의 사업계획 적정성을 검토한 기재부는 2015년 8월 사업계획을 확정하고 2018년까지 약 1303억 원의 보조금을 배정했다. 당시 조계종은 총사업비 약 1687억(보조금 1534억 원, 자부담 153억 원) 규모의 계획을 제출했고, 문화체육관광부는 보조금 1513억 원, 자부담 156억 원 등 모두 1670억 원 규모로 사업을 승인했다. 공사비 536억 원, 부대비 55억 8000만 원, 보상비 926억 원, 예비비 151억 원으로 편성된 예산이었다.

   
▲ 조계종이 10년째 표류 중인 10.27법난기념관 대체부지를 곧 확정한다. 10.27법난기념관이 포함된 조계종(조계사) 총본산 성역화 불사 조감도.

부지 매입에 매달린 조계종의 성과는 미미했다. 매입대상 부지 21 필지 가운데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매입한 부지는 매년 1필지 씩 4필지에 불과했다. 사업부지 4500㎡ 가운데 3621㎡미터를 매입해야 하지만 558㎡만 매입했다. 4년간 쓴 예산은 편성액 1303억 원 가운데 127억여 원(부지매입 119억 원, 공사비 등 11억 2000만 원)을 썼고, 964억 원은 불용 처리됐다. 불용 처리는 국가재정법의 예산의 이월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불용액을 반복해 다음 연도에 예산을 편성했다.

조계사 일원에 건립하려던 법난기념관은 총 5500여 평이 넘는 규모이다. 조계종은 대체부지 조사를 통해 개운사와 봉은사 일원의 땅에 기념관 건립사업이 가능한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운사는 중앙승가대학교 부지여서 소유권과 용도를 변경하면 부지로 적합한 것으로 총무원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봉은사 부지는 소유권은 봉은사이지만 각종 법률에 의해 건축 행위 등이 제한 받는 곳이다. 봉은사는 역사공원이자 전통사찰보존구역이다. 또 문화재보호구역에 지역적으로는 과밀억제권역에 속한다. 문화재현상변경을 비롯해 공원심의 등을 거쳐야 건축행위가 가능해진다. 봉은사를 대체부지로 결정할 경우 해결해야 할 난제가 그만큼 많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문제는 10·27법난의 역사성이 부지 선정에 합리적으로 반영되고 있느냐는 점이다. 10·27법난은 한국불교 1700년 역사 이래 최고의 훼불이자 법난 사건으로 평가된다. 1980년 10월 27일 신군부 ‘합동수사본부 합동수사단’은 스님 등 153명을 강제연행하고 3일 뒤인 10월 30일 군경 3만 2076명을 동원해 전국 사찰과 암자 5731곳을 일제 수색했다. 한국불교사에서 찾아 볼 수 없는 참담한 행위가 국가권력에 의해 자행됐다. 10·27법난은 치욕의 역사이다. 기념관은 올바른 역사관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것이 주목적이다. 역대급 사업을 추진하면서 특정인물의 영향력에 좌지우지되면 사달난다.

조계사는 부지 매입 문제에도 기념관 건립에 적정 부지로 여겨진 것은 10·27법난 당시 대표적인 피해 사찰이자 한국불교 1번지라는 역사성 때문이다. 대체부지로 떠오른 봉은사의 역사성과 정체성이 법난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개운사는 법난 직전 종단 분규의 중심에 선 사찰로 법난으로 이어지는 인과관계를 무시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봉은사는 법난과 직접 연관 짓기에는 대표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자승 전 총무원장 당시 봉은사에 ‘강남총무원’을 운운했다. 최고 권력자의 발언은 허상처럼 느껴지지만 눈치거리가 됐다.

원행 총무원장은 올해 신년기자회견에서 10·27법난기념관 건립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10·27법난기념관 대체부지 확정이 코밑이다. 내부적으로는 이미 봉은사로 확정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대체부지에서 사업이 진행되면 보조금 예산중에서 토지매입비 부분도 재검토 되어야 할 것이 뻔하다. 이미 보조금으로 사들인 땅은 국가에 기부 채납해야 한다. 사업은 2022년까지 기한이 연장됐다. 원행 총무원장은 자승 전 총무원장 시절부터 무리한 사업 추진으로 갈팡질팡해 온 기념관 건립 사업의 실타래를 합리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를 떠안은 상황이다. 임기 중에 낙성식을 볼 수 없을 것이다.

가톨릭이 추진하는 서소문공원의 성지화가 시민사회의 비판거리가 된 지 오래다. 서소문공원의 역사성을 무시한 가톨릭 중심의 성지화에 국민 저항이 존재하는 것이다. 10·27법난기념관 건립 역시 역사성과 정체성을 세심히 살피지 않으면 국민 눈살을 찌푸릴 뿐이다.

조계종 총무원의 10·27법난기념관 건립 대체부지 결정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서현욱 기자 mytrea70@gmail.com

※ 이 기사는 업무 제휴에 따라 <불교닷컴>이 제공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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