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지범 고려대장경연구소 소장.

지난해 4월부터 한반도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3번의 남북정상회담 그리고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운전자론은 이제 당사자론이 됐다. 트럼프 미대통령의 표현대로 로켓맨은 이코노믹 로켓맨으로 바뀌었다.

그간 북한은 여러 개로 나눠 접근하는 살라미 전술, 미국은 일괄타결방식이었다. 지난 6~8일까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스티브 비건의 평양행으로부터 양국은 타결점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 비건 대표가 “이번 북한행은 상당히 생산적이었다”고 할 만큼 이번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엿볼 수 있다. 종전선언 등 확실한 비핵화 프로세스가 작동될 수 있는 평화의 시대로 나가고 있다.

오는 27~28일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개최되는 북미 정상회담은 세기의 회담으로까지 불린다. 트럼프 미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이의 담판 회담이 동북아 평화의 바로미터로 세기적 주목을 받게 된다. 지금 전개되는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이 주요한 변수이다. 6자 회담을 선호하는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북미관계는 호재가 아니라 불편하게 느낄 수도 있다.

한국과 중국까지 참여하는 수순으로 전개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미국은 북한으로부터 본토 공략에 대한 위협요소를 없애기 위한 전략으로 나설 전망이다. 여기에다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적 성과를 홍보할 수 있는 단초 마련에 보다 집중할 것이다. 북한은 지구촌 경찰국가를 표방한 미국에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출구 전략이기도 하다. 또 미국으로부터 안정적 체제보장을 받음으로서 중장기적인 사회주의국가 운영의 모멘텀을 이루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성급하게 성공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중국과 러시아는 대미정책으로 접근하면서 이번 정상회담을 관망할 것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9.17 평양선언의 이행을 위한 교두보가 마련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공통분모는 비핵화다. 여러 차례 비핵화 프로세스를 강조해온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미대통령이 ‘미국에서의 존재감’을 부각시킬 빅이벤트로 체제보장과 빅딜할 것으로 보인다. 또 현재의 미중 갈등요소를 대북제재를 풀기 위한 수학적 공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런 전제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번 회담 과정에서 단계적 성과가 가능하다고 느껴지면 바로 ‘통큰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 종국적으로 북한이 원하는 임계점이 ‘백두혈통의 안정적 보장’으로 연동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번 정상회담에 보다 집중, 집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에서는 ‘하노이 회담’을 천 년 전, 서희장군의 외교담판으로까지 주목하고 있다. 993년 거란의 침략에 거란장군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외교사의 필승을 이룬 것을 교훈으로 삼고 있다. 스티브 비건이라는 파트너의 수석코치를 평양으로 불러 규칙을 이야기하면서도 펀치력과 맷집 등을 살피는 탐색전을 가졌다.

한편, 남측에 대해서는 통일을 외치고 있다. 다소 느슨하다고 할 만큼 담당책임제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 12~13일 새해맞이 금강산 공동행사에서도 유엔안보리 제재의 조건을 적용했다. 방송용 카메라의 반입까지도 행사에 제한되었다는 것을 살펴 볼 수 있다.

이 시기에 불교계는 맞바람을 일으켜야 한다. 지금처럼 몽니를 부리다가는 아예 제명될 수 있다. 통일의 길에 우리 정부가 주춧돌을 제대로 놓을 수 있도록, 여기 부족한 것이나 필요한 고임돌을 놓겠다는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명확히 구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한반도의 통일은 독일 통일처럼 갑자기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제 냉전과 반공이데올로기의 낡은 옷을 벗어 버릴 때가 오고 있다.

이지범 / 고려대장경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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