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선리연구원(원장 법진)이 발행하는 등재학술지 《선문화연구》 제25호가 발간됐다.

이번 호에는 선수행과 대승 교학, 명상과 치유, 선불교의 음식 문화, 불교문학과 불교언어철학 분야 논문 등 여섯 편이 수록됐다.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교수 인경 스님은 수록 논문 <부정관법의 한계와 호흡명상의 치유적 기능>에서 호흡명상〔安那般那念〕을 부정관법(不淨觀法, Asubha bhāvanā)과 비교 분석하고, 심료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지 가능성을 모색했다.

부정관법은 몸을 더럽다고 관찰함으로써 몸에 대한 탐착을 끊는 수행법이다. 초기불교 경전에는 부정관법을 닦던 수행자 60여 명이 자살한 사건이 기록돼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호흡명상이 부정관법의 대안으로 널리 보급됐다.

스님은 논문에서 3가지 문제를 고찰했다.

첫 번째는 문헌학 관점에서 산란한 마음을 다스리는 호흡명상이 몸에 대한 탐착을 끊는 부정관법을 대신할 유용한 방편이 되는가 하는 점이다. 스님은 ‘고통 발생 메커니즘’을 분석해 그 가능성을 논증했다.

몸에 대한 탐착은 삿된 생각에서 비롯된다. 만약 삿된 생각을 끊어낸다면 몸에 대한 탐착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스님은 “호흡명상은 산란한 생각을 쉬게 하므로 삿된 생각에서 비롯되는 탐착까지도 억제할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호흡명상은 부정관법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두 번째는 부정관법의 한계와 호흡명상의 치유 기능을 현대 시점에서 경험적으로 비교했다. 스님은 메뉴얼 개발을 위한 예비연구와 편의표집에 따라 구성한 본 연구에 참여한 명상집단을 대상으로 경험연구를 실시해 부정관법보다는 호흡명상의 치유 기능이 훨씬 좋음을 확인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부정관법을 수행한 참여자는 혐오감, 불쾌감, 거부감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87% 가량 됐던 반면, 호흡명상을 수행한 참여자는 고요함, 편안감, 행복감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이 83% 가량 됐다.

세 번째는 부정관법과 비교해 호흡명상에 치유 기능이 있다면 그것은 어떤 요인 때문이지 탐색했다. 스님은 호흡명상의 치유 기능 요인을 직접적인 관찰, 하나의 대상에 대한 집중, 판단 중지 세 가지로 정리했다.

스님은 먼저 “부정관법의 대상이 내장 같은 보이지 않는 가상의 몸인 반면에 호흡명상의 대상은 직접 관찰이 가능한 호흡”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대상을 직접 관찰하는 호흡명상은 ‘알아차림’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스님은 또 “부정관법은 몸의 여러 기관을 떠올려서 관찰하지만, 호흡명상은 하나의 대상, 곧 호흡에 집중함으로써 생각을 쉬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부정관법은 몸을 관찰할 때 더럽다는 가치판단이 개입되지만, 호흡명상은 판단할 수 없는 가치중립적인 호흡을 관찰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며, “이런 여러 요인이 호흡명상을 닦을 때 긍정적 느낌을 경험하는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인경 스님은 “부정관법은 역사적으로나 오늘날 현장에서 한계가 있다는 점이 밝혀졌다”면서도, 혐오치료가 특별한 상황에서 효과가 있다는 서구 심리학의 연구 성과를 제시하며 “폐기보다는 부정관법을 유용하게 활용할 특별한 사례를 발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님은 이와 함께 “치유기능을 가진 유용한 수행방식임이 밝혀진 만큼 호흡명상을 좀 더 객관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유용성을 검증할 수 있는 검사지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만식 동국대학교 종학연구소 연구위원은 수록 논문 <선불교의 음식과 맛에 대한 시각>에서 팔공덕수(八功德水), 삼덕(三德), 유미(六味)라는 개념으로 물과 맛, 식재료라는 음식의 근본 요소와 음식을 바라보는 불교의 시각을 고찰했다.

공 연구위원은 먼저 물과 맛, 식재료라는 음식의 근본 요소를 바라보는 불교, 특히 선불교의 시각을 이해하는데, 중국의 전통적 사유와 개념이 유용하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물은 다른 맛을 수용하고 조화할 수 있는 수용성(또는 중립성) 때문에 ‘맛의 근본’으로 인식됐다. 중국에서는 이런 물의 속성을 ‘담미(淡味)’라고 표현했다. ‘담미’는 물의 물리적 성격을 의미하지만, 중국에서는 단순히 그것에만 머물지 않았다. “‘담미’는 중국의 전통적인 사유인 도(道)를 의미하는 개념으로 확장됐다.”는 것이 공 연구위원의 지적이다.

실물의 음식 영역에서 언급되던 ‘조화미’, 즉 수용성과 중립성은 통치자가 기질과 감정을 제어해 자기 수양하는 매개가 되었고, 사회적 조화를 의미하는 사고로 확장됐다. 여기에서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도덕과 윤리에 바탕을 두고 통치행위의 안정성과 조화를 꾀해 성왕(聖王)의 대업을 가능케 하는 핵심 요소로까지 자리 잡았다는 것이 공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공 연구위원에 따르면 ‘팔공덕수’는 물에 대한 불교적 사유를 담고 있는 용어이다. 불교에서 물은 인간의 모든 감각기관이 수용하기에 쾌적하고, 해가 없으며, 육체를 기르고 보존하는데 기여하는 요소로 언급되지만, 한편으로는 기세간 즉, 불교의 우주관을 설명하는 요소나 팔정도에 대비해 해탈에 이를 수 있다는 종교적 메시지로도 언급된다. 팔공덕수가 여러 가지 맛에 작용해 다양한 맛을 내게 하듯, 팔성도수(八聖道水)는 중생심에 작용해 갖가지 해탈미〔解味〕를 생기게 한다〔《구경일승보성론 (究竟一乘寶性論)》〕는 것이다.

공 연구위원은 또 “‘삼덕’은 식재료가 갖추어야할 덕성을 규정한 불교의 식재론”으로 규정했다. 공 연구위원은 삼덕이 “육류, 훈채, 술 등을 멀리하고, 식재료의 청결을 강조하며, 섭취 후 해가 없이 유용하게 신체에서 기능해야 함을 강조하는 근거가 된다.”고 설명했다. 인간의 오관에 쾌적하고 정결하며, 불교적 음식 금기를 준수한 식재료로 물과 맛을 조화시켜 인간과 불보살에게 공양하는 음식의 기준이라는 것이다.

‘육미’는 불교의 맛 체계라고 할 수 있다. 이중 ‘담미’는 “다른 다섯 가지 개별미를 수용해 조화를 가능케 하는 근본미로 규정된다”는 것이 공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육미’는 교리를 설명하는 도구로 쓰이기도 한다. 즉 “고(苦)는 신맛이요, 무상(無常)은 짠맛이요, 무아(無我)는 쓴맛이고, 낙(樂)은 단맛이요, 아(我)는 매운맛이요, 상(常)은 담미(淡味)”(《대반열반경》)이라고 한 것에서 보듯, 각각의 맛의 요소를 무상, 무아, 고의 삼법인(三法印)과 열반락(涅槃樂)에 배대해 설명한다는 것이다.

공 연구위원은 “‘육미’는 실물음식에 대한 인식에 머물지 않는다”며, “무상, 무아의 현실세계에 대한 인식을 기반으로 ‘번뇌’라는 장작과 지혜라는 불로 열반이라는 밥(涅槃飯)을 짓는, 궁극적으로는 종교적 이상과 연관된 인식”이라고 밝혔다.

공 연구위원은 끝으로 “‘팔공덕수’, ‘삼덕’, ‘육미’ 등 불교음식관을 이해는 기초 용어가 그릇된 이해 없이 현실의 불교음식활동에서 사용되고, 불교의 실물음식 요리전통과 음식이론이 결합돼 조화로운 불교음식 체계가 확립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선문화연구> 25집에는 이밖에도 △입전수수를 통해 본 선의 자아관(박재현·동명대) △화엄종 관행문에서 화엄삼매의 의미와 수행(박공주·연세대) △불교설화 ‘무영탑 전설’의 문예적 수용 계보 연구(김병길·숙명여대) △바르뜨리하리(Bhartṛhari)의 브릿띠삼웃데샤(Vṛttisamuddeśa) - 검은 참깨(kṛṣṇatila)의 사례 분석을 중심으로(동광·동국대) 등의 논문이 수록됐다.

문의. 02)734-9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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