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mptiness XII, C-Print, 100x200cm, 2019 <사진=금산갤러리>

사찰의 법당 내부를 찍은 후, 이어붙이는 사진 작업을 통해 공(空)의 개념을 탐구한 사진전시회가 열린다.

사진작가인 주도양 동국대 미술학부 교수는 서울시 중구 소재 금산갤러리에서 2월 13일부터 3월 9일까지 〈空-비움〉이라는 주제로 신작 15점을 출품했다. 이번 전시 작품은 우리 문화의 국보·보물급 유산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여러 사찰의 법당 내부를 새로운 작업 방식으로 선보인다.

주도양 작가는 다각도의 시점을 한 공간에 병치하는 사진 기법을 통해 우리의 문화와 역사가 깃든 사찰의 모습을 독특한 방식으로 담아낸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천년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현존하는 최고의 목조건축물인 수덕사 대웅전과 부석사 무량수전, 현존 최고의 목조불상인 해인사 비로자나불을 감상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화려하게 복원·증축한 법당과 옛 것 그대로의 법당의 모습을 통해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사찰의 아름다움 또한 느낄 수 있다.

또한 사진의 중심부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불상들이 관찰되는데, 모든 고통으로부터 해탈한 석가모니불, 무병장수의 염원을 담은 약사여래불, 미래의 부처를 희망한 미륵불, 진리의 깨달음을 찾는 비로자나불, 극락세계의 정토를 실현한 아미타불의 이미지는 한국인의 염원과 희망을 상징한다.

주 작가는 이번 전시의 작가노트에서 공(空)을 “영원과 본질을 거부하면서 생긴 개념의 틈”이라며 “영원과 본질이 없으니 모든 것은 변하고, 메워야 할 개념의 틈이 생기는데 이 개념의 틈이 바로 공”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어 “현대사회에서 중요하게 자리 잡은 사진은 카메라라는 비어있는 것에서 무언가 이미지를 채우는 장치”라며, “변화무쌍한 세상을 담는 영상의 이미지는 결국 속이 비어 있는 어두운 방에서 탄생”한다고 자신의 작업과 이번 전시를 소개했다.

주 작가가 보여주는 공의 개념은 70여 장의 사진을 이어 붙인 작업을 통해서다. 그는 카메라가 만들어내는 이미지를 근원적인 작업의 방식으로 채택함으로써 ‘공’의 관념에 접근한다. 그리고 사진이라는 하나의 공간에 시작과 끝, 위와 아래가 없는 무한의 세계를 담으려 시도한다.

불교의 가장 핵심 개념인 ‘공’을 사진 작품으로 느낄 수 있는 이번 전시회에서, 한국 문화유산의 아름다움까지 새로운 시각으로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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