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이 혹 떼려다 망신을 샀다. 옛 한전부지는 국가에 매매됐고 그 매매가 무효가 되지 않아 봉은사의 소유나 조계종단의 망실재산으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또 옛 한전부지와 관련된 약정은 조계종 총무원의 승인을 받거나 보고할 의무가 없다는 판결도 나왔다. 조계종 봉은사 역사문화환경 보존대책위 활동 근거가 모두 부인된 것이다. 봉은사 주지 시절 옛 봉은사 토지를 두고 종단의 승인 절차 없이 막대한 금전이 오가는 뒷거래를 시도한 정황이 드러났다면서 매도당한 명진 스님은 명예를 회복하고 관련 소송에서 모두 승소했다.

서울 고등법원 제13민사부(재판장 조한창 왕정옥 박재영)는 조계종기관지 <불교신문>과 불교신문 기자 장영섭·홍다영·어현경이 명진 스님을 상대로 제기한 항소심 사건을 모두 기각했다. 항소 비용과 가지급물반환신청 비용도 <불교신문> 측이 모두 부담하도록 했다.

명진 스님은 2017년 6월 30일 언론중재위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자 <불교신문>과 자신과 관련된 기사를 작성한 기자들을 상대로 정정 보도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 제25부는 지난해 5월 16일 원고인 명진 스님 승소를 판결했다.

재판부 “1심 판결 정당, 1천만 원 배상 정정보도 이행일까지 매일 30만 원”

1심 재판부는 <불교신문>이 명진 스님과 관련된 정정 보도를 하도록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하루 30만 원을 부담하도록 했다. 또 명진 스님의 정신적 피해를 1,000만 원으로 산정해 <불교신문>에 손해배상금을 물렸다. 하지만 <불교신문>이 정정 보도를 하지 않자 법원은 채권자 보호를 위해 명진 스님 측이 신청한 압류집행을 받아들여 지난해 7월 <불교신문>에 대한 강제압류 집행이 이루어졌었다.

<불교신문>과 장영섭·홍다영·어현경 기자는 1심 판결을 취소해달라는 취지로 법원에 항소했지만, 지난 11일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불교신문>은 명진 스님과 관련해 허위 보도한 기사들에 대한 정정보도문을 72시간 게재해야 하며, 손해배상금 1,000만 원을 지급하고, 정정 보도를 이행하는 날까지 매일 30만 원을 명진 스님에게 지급해야 한다. 소장 부본 송달일 까지 연 5%, 이후 지급이 완료되는 날까지는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해야 한다. 가지급물반환신청 비용 약 1,079만 원도 지급해야 한다.

“명진 스님 옛 한전부지 계약 은폐할 사정 없었다”

이번 판결은 명진 스님에 대해 <불교신문>이 허위보도를 한 것을 모두 인정하면서, 현대자동차그룹에 매각된 옛 한전부지를 환수하겠다고 나섰던 조계종 한전부지 환수위원회(조계종 봉은사 역사문환환경 보존대책위 활동의 근거가 통째로 부인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의 판결을 모두 인용하면서 새로운 판단을 추가했다.

재판부는 “피고들(불교신문)은 원고(명진 스님)가 이 사건 계약을 은폐하고 봉은사 후임 주지에게 계약서를 정식으로 인계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원고가 이 사건 계약을 은폐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드러난 바 없다”고 못 박았다.

또 “이 사건 계약 체결 과정에 참여했던 당시 봉은사 총무국장 진화 스님도 이 사건 토지 환수가 현실성이 떨어져 성사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한데다 과거에 돈을 받고 매각한 것이어서 총무원에 보고해야 하는 것인지도 몰랐고, 이 사건 계약 체결 후 자신이 계약서를 보관하였고, 봉은사 공식문서로 보관한 것이어서 자신이 원고의 후임으로 봉은사 주지가 된 후에도 인계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종단 승인 절차 없이 옛 한전부지를 두고 막대한 금전이 오가는 뒷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났다는 <불교신문>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옛 한전부지 봉은사 소유거나 망실재산으로 볼 수 없다”

더구나 재판부는 “설령 그(옛 한전부지) 매매과정에서 정부 측의 압력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위 매매가 무효로 되는 것은 아니므로 이 사건 토지가 봉은사의 소유라거나 망실재산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조계종이 판 땅은 봉은사의 소유가 아니고 조계종의 망실재산도 아니라는 것이다.

또 재판부는 명진 스님이 옛 한전부지와 관련된 계약 내용을 모두 보고한 것으로 판단했다. 승인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불교신문> 보도와 호계원 판결이 엉터리라고 법원이 판단해준 셈이다.

재판부는 “부동산 관련 승인 보고의 주무부서가 총무부가 아닌 재무부라 하더라도 총무원 총무부장(당시 현문 스님)이 입회했다면 그 계약의 내용은 총무원에 보고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총무원 승인 받거나 보고할 의무 없어”

재판부는 또 “이 사건 계약의 내용은 한국전력공사 소유인 이 사건 토지를 은인표의 노력과 자금으로 봉은사가 매수하게 될 경우 은인표에게 독자적인 개발권한을 부여하고 봉은사에 500억 원 이상의 이익을 보장한다는 것”이라며 “이는 사찰 소유 부동산에 관한 보존, 관리와 처분 등에 관한 사항을 정한 ‘사찰부동산관리령’의 적용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원고에게 이 사건 계약과 관련해 조계종 총무원 재무부에 사전 승인을 받거나 사후 보고를 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옛 한전부지는 조계종 소유가 아니어서 승인이나 보고할 필요가 없고 조계종 종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서현욱 기자 mytrea70@gmail.com

※ 이 기사는 업무 제휴에 따라 <불교닷컴>이 제공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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